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시장에서 주력 모델의 판매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렸다. 극심한 판매 부진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작년 10.4%까지 치솟았던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 9.2%로 급락했다. 특히 6월 점유율은 7.3%까지 추락했다. 판매량 역시 지난 6~7월 전년동기 대비 30%가량 감소했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저가 공세에 따른 판매 확대와 엔화·유로화 약세를 등에 업은 현지 진출 글로벌 브랜드들의 판촉 강화에 밀리는 모양새다.
현대·기아차는 다음달에는 신형 투싼과 신형 스포티지, 연이어 10월에는 신형 K5 등을 중국시장에 조기 투입하고 현지 점유율 상승 반전을 모색할 예정이다.
10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 중국 합자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는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중국에서 판매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구형 스포티지(현지명 스파오)의 가격을 5만위안(938만원) 인하했다.
이에 따라 스파오의 가격은 기존 15만9천800위안(약 2천998만원)~19만6천800위안(약 3천692만원)에서 10만9천800위안(약 2천600만원)~14만6천800위안(약 2천754만원)으로 30%가량 떨어졌다. 스포티지R(현지명 즈파오)의 가격도 2만위안(약375만원) 인하했다.
앞서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도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중국에서 싼타페 판매가를 3만위안(약 560만원) 내렸다. 투싼(현지명 ix35)도 2만위안(380만원) 인하했다. 할인율은 각각 10.9%, 10.5%다.
이번 가격 할인 폭은 현대·기아차가 지난 2002년 중국에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쉽사리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중국 경기 부진과 현지 토종업체 및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대한 대응책으로 분석된다.
저가 SUV를 앞세운 중국 토종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6%에서 올 상반기 32%까지 확대됐다. 폭스바겐과 GM(제너럴모터스), 토요타 등 현지 진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 역시 현대·기아차에 앞서 5% 내외의 가격 할인을 실시하며 출혈 경쟁에 돌입했다. 실제 GM은 11개 차종 가격을 1만위안(약 188만원)~5만4천위안(약 1천18만원)씩 각각 인하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치열한 중국시장 경쟁에도 인센티브 지원 확대 등의 판매 전략을 구사하며 '제값 받기' 정책을 고수해왔으나 극심한 판매 부진에 빠지자 아예 주력 모델의 가격을 인하하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해당 차종들의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구형 모델들의 재고 소진 촉진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신형 투싼을 내달 초 중국에 투입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내달 신형 스포티지에 이어 10월에는 신형 K5를 중국시장에 선보일 방침이다.
아울러 현대·기아차는 다음달부터 중국 내 현지 마케팅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9월은 중추절, 국경절 등 연휴가 몰려있는 자동차 성수기다. 아울러 현재 1천700여개인 중국 내 딜러를 내년까지 2천여개로 확대하고 중서부 지역과 소도시 딜러를 집중적으로 확보해 중국 판매망 강화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중국 로컬 업체와의 가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반기에 인센티브와 광고·마케팅 비용을 증액하는 한편 신형 투싼 등 SUV 출시 일정을 앞당겨 시장 수요에 대응해 점유율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시장 내 판매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현지 생산량 확대에 나선 현대·기아차의 수익 악화로 직결된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한다. 기아차 역시 2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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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내년 상반기와 2017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허베이성과 충칭에 각각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건립 중이다. 이 공장들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면 현대·기아차의 생산량은 총 270만대로 확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에게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그동안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글로벌 핵심 거점"이라면서 "현지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수요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수익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기아차가 리스크가 큰 주력 모델 가격인하에 나선 것도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조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