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경쟁이라고 하지만, 경쟁을 피해 독점할 수 있는 사각지대를 찾아야 한다.”
“고객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데서 성공이 시작된다”
각각 피터 틸 페이팔 창업주와,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말이다.
국내에만 3만여 개에 달하는 스타트업들이 있을 만큼 ‘제2의 벤처 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정작 피터 틸 회장이나 마윈 회장의 말처럼 독점적인 서비스, 고객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핀테크’, ‘맛집’, ‘SNS’, ‘쇼핑’, ‘데이트’ 등 특정 영역에 한정된 앱들이 기능만 살짝 바꿔 생겨나고 또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모두 새롭거나 혁신적일 수는 없겠지만 ‘대박’만을 노린 서비스들이 넘쳐난다.
그런 반면 독점적인 시장을 공략하면서도 사람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서비스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식권대장’(구 밀크)을 서비스하는 벤디스가 그 주인공이다.
조정호 벤디스 대표를 처음 인터뷰한 작년 12월만 해도 회사 직원 수는 5명 남짓했다. 식권대장을 쓰고 있는 기업 수도 4곳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약 9개월이 지난 현재 벤디스는 20여 곳에 달하는 고객사와, 19명 직원을 갖춘 튼튼한 회사로 성장했다. 8월 계약건이 마무리 되면 고객사 수는 25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연말까지 목표로 한 고객사 수는 50개다.
벤디스는 지난 2월 투자사인 본엔젤스와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로부터 7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엔 시리즈 A 개념의 추가 투자 유치 계획도 있다. 이미 여러 투자사로부터 문의와 제안을 받고 있다.
업계가 벤디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일반 고객 대상의 서비스가 아닌, 실효성 높은 기업 대상의 B2B 서비스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빈틈을 노린 서비스일뿐더러, 직장인이나 회사 총무팀이 겪는 불편을 크게 줄여준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식권대장은 한마디로 종이 식권을 대체하는 모바일 식권이다. 그 동안 대부분의 회사들은 야근 식당을 지정해 놓고 직원들에게 일정량의 식권을 제공하거나, 장부에 적는 방식으로 야식을 제공했다. 그리고 월별로 총무팀 직원이 각 식당에 찾아가 법인 카드로 식대를 정산했다.
그렇다 보니 식권을 챙겨야 하는 불편, 식대 정산을 하러 가야하는 번거로움, 식권의 오남용 등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어려움과 문제들이 발생했다. 시대는 디지털인데, 회사 식대 정산은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다. 이는 식권대장이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식권대장 고객사는 지정식당 이용 시 종이식권 대신 모바일 앱을 사용하고, 정산이나 식당 관리를 벤디스에 맡기면 된다. 특히 벤디스가 고객사에게 받는 이용료나 수수료도 없다. 식당에 현금으로 정산해줌으로써 카드 수수료를 없애면서 그 대신 일정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아직 정식 상용화는 안 됐다.
벤디스에 따르면 3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한 고객사의 경우 식권대장을 도입한 이후 한달 지출되던 식대가 1천500만원이나 줄어들었다. 식권대장으로 지정식당 이용이 투명해진 결과다. 과거 야근을 하지도 않고 퇴근하면서 지정식당을 이용하는 직원이 많았고, 식권을 현금화 하는 일명 ‘식권깡’이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뜻이다.
이 같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벤디스에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부서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도 식권대장이 여러 편의 기능을 제공할뿐더러, 식대 비용 정산과 절약이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사 오너 입장에선 비용절감 매력이 가장 커보일 수밖에 없다.
독점적인 시장을 잘 파고들어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여야 성공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적중한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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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벤디스 대표는 “올해 말까지 고객사 수를 50개로 늘려 월 거래액 10억을 달성할 계획”이라면서 “미래에는 식권대장 안에 사내 공지와 공동구매 기능 등을 넣는 등 회사와 직원들이 모두 편리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할 구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