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도 '구글-애플' 손아귀 들어가나

"MVNO 방식 서비스 준비"…패러다임 흔들까

방송/통신입력 :2015/08/04 10:50    수정: 2015/08/04 17:2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스마트폰 플랫폼 양대 강자인 구글과 애플이 통신 시장에서도 정면 충돌할 전망이다. 구글에 이어 애플도 통신업체 망을 빌리는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방식의 통신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통신 서비스 준비 사실은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단독 보도했다. 이 매체는 3일(현지 시각)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MVNO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애플 MVNO 통신 서비스의 작동 방식부터 살펴보자.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고객들은 데이터, 음성 통화 및 문자 서비스 이용료를 애플에 직접 지불한다. 당연히 애플은 일반 통신사와 똑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눈에 띄는 점은 애플 SIM카드를 이용해 최적의 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애플은 여러 통신사 망을 대여한 뒤 이용자가 있는 위치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망을 연결해주게 된다.

애플이 망을 빌려쓰는 MVNO 방식의 통신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사진 = 씨넷)

■ 통신사 여러 곳 중 선택하는 방식

이와 관련해 관심을 끄는 것은 애플이 2011년에 재출원한 ‘역동적인 통신사 선택(Dynamic Carrier Selection)’ 관련 특허권이다. 이 특허권은 모바일 기기에 네트워크 주소를 저장한 뒤 가상 망 사업자에게 관련 주소를 보내주는 기능을 담고 있다.

테크크런치는 지난 2011년 이 특허권을 소개하면서 “이를테면 버라이즌은 최근 망을 업그레이드했고, 스프린트의 망은 포화 상태일 경우 버라이즌이 애플에 할인된 가격으로 망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고객들은 한층 할인된 가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애플의 MVNO 서비스는 여러 통신사의 망을 동시에 대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이용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최적의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이 지난 2011년 출원한 '역동적인 통신사 선택' 관련 특허 개념도.

이 부분은 구글이 지난 4월 공개한 MVNO 서비스 ‘프로젝트 파이’와 비슷하다. 프로젝트 파이는 크게 세 가지 망을 사용한다. 일단 통신사 중에선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LTE 망을 사용한다. 여기에 와이파이까지 합쳐서 세 가지 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시 구글은 '프로젝트 파이' 가입자들이 T모바일이나 스프린트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파이’에 가입하게 되면 두 통신사 망에 모두 가입된다는 것. 결국 ‘프로젝트 파이’가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얘기다.

■ 애플의 심카드 관련 행보도 관심

‘심카드’를 둘러싼 애플의 행보 역시 MVNO 움직임과 관련해 주목해 볼 가치가 있다. 애플은 지난 해 ‘애플 심카드’를 내놨다. 아이패드 전용인 애플 SIM 카드는 여러 통신 서비스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디넷을 비롯한 미국 주요 외신들은 애플 SIM 카드가 애플판 통신 서비스에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부분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주도하고 있는 내장형 심카드(e-SIM card) 표준화 작업이다. 현재 이 작업에는 미국의AT&T를 비롯해 도이치텔레콤, 허치슨 왐포아, 오렌지, 텔레포니카, 보다폰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통신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내장형 심카드를 도입할 경우 통신사를 바꿀 때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한결 편리하게 통신사를 교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애플 심카드는 미국에선 T모바일과 AT&T, 영국에선 EE만 지원했다. 애플의 LTE 아이패드는 기대만큼 많이 보급되지 못한 것은 이런 부분과도 관계가 있었다.

GSMA가 추진하는 내장형 심카드 표준화 작업이 자리를 잡을 경우 이런 점을 보완해줄 가능성이 있다. 현재 GSMA는 애플 측에도 표준화 작업에 동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구글처럼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 채택할까?

또 다른 관심사는 애플도 구글처럼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을 채택할 지 여부다. 외신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공개된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는 특정 지역에서 주 통신사인 버라이즌의 와이파이가 잘 연결되지 않을 경우엔 그 곳에서 가장 잘 터지는 다른 와이파이 망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데이터 뿐 아니라 음성 통화를 할 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구글 프로젝트 파이 서비스 개념도. 클라우드에 번호를 저장하는 방식이어서 여러 기기에서 함께 쓸 수 있다. (사진=구글)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가 처음 공개됐을 때 전문가들은 싼값 서비스란 점 외에도 ‘와이파이 퍼스트’로 구동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모델이 정착될 경우 통신사 브랜드는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MVNO 서비스에서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을 적용할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애플 역시 같은 방식으로 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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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퍼스트’ 방식으로 통화할 경우 이용자들은 한 달에 몇 만 원 가량의 통신료를 절감할 수 있다. 또 망을 빌려쓰는 애플 입장에선 굳이 음성 통화에 LTE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 구글과 마찬가지 입장인 셈이다.

따라서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여러 통신사 망을 동시에 빌려쓰는’ ‘와이파이 퍼스트 방식’ 서비스를 할 경우 통신 시장의 패러다임이 확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신 요금이 쓸 데 없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까지 잘 건드릴 경우엔 서비스 확산 속도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