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리베이트 초법적 규제' 부작용 속출

소비자는 혜택 줄고 유통점은 어려워지고

방송/통신입력 :2015/08/04 11:25    수정: 2015/08/04 15:40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회사의 유통점에 대한 판매장려금 성격의 리베이트를 초법적으로 강력히 규제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 규제가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영세 유통점을 위기로 내몰며, 이통사끼리 쓸 모 없는 싸움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회사는 우수 유통점에 판매장려금 성격의 리베이트를 지급할 수 있다. 이는 적법한 마케팅 활동이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월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은 각 기업이 영업을 위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상한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방통위가 지난 3월부터 리베이트의 가이드라인을 30만원으로 설정하고 그 이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본지 취재결과 방통위는 이통사들로 하여금 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사례를 서로 채증해 신고하도록 하고 건당 1점의 벌점을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채증이 잘못된 것이었을 때는 반대로 5점의 벌점을 부과한다.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 벌점 제도를 가중처벌 근거로 삼는다. 방통위는 단말기 유통법 시행이후 이통사가 소비자한테 지원하는 보조금(지원금)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데 이 법 위반행위가 일어날 때 이 벌점을 근거로 가중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일 뿐더러 이통사, 유통점, 소비자 모두 득될 게 없다는 점이 문제다.

스마트폰 (사진 = 지디넷코리아)

■리베이트 가이드라인 위반 어떻게 적발하나

대부분 이통사 상호간 채증 신고를 통해 적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이통사는 이 같은 벌점체계를 활용하기 위해 외부 인력으로 별도 전문 채증팀을 구성하거나 내부 직원이 참여한 채증팀 등을 구성해 조직적 채증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리점, 판매점에 채증 프로모션까지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목표에 미달하거나 채증 프로모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단말 배정에서 제외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4월 폰파라치 신고 건 중 상당수가 1건당 50만원의 포상을 실시한 채증 콘테스트에 참여했던 A사의 대리점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신고 된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소명 기회조차 없이 채증 결과가 확정되거나 오채증이나 보복 채증으로 패널티를 부과 받는 등의 불공정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이러다 건전한 경쟁보다 상대를 음해하는 염탐꾼 사업에 몰두하는 게 아니냐"며 자조 섞인 비판을 제기했다.

이통사가 대리점, 판매점에 채증을 지시한 사례

■ 리베이트 규제 법적 근거 있나

이통사들이 이렇게 쓸 모 없는 경쟁에 내몰리고 있지만 이 규제가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게 우선 큰 문제다.

이통사가 소비자한테 지급하는 단말기 구입 보조금(지원금) 규제는 법적 근거가 있다. 논란의 단말기유통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통사가 우수한 실적을 달성한 유통업체나 그 반대로 부지한 업체에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제공하는 판매장려금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30만원 가이드라인 또한 이동통신 3사간의 과열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임시방편일 뿐이지 이를 어겼다고 해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초법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 가이드라인이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사업자 담합을 유도하는 행위로 해석될 여지마저 있다.

■누구에게도 득될 게 없다

이처럼 규제가 초법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득을 보는 곳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동통신 3사는 마케팅을 제한당해 오히려 비용이 줄어 이득을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규제의 취지가 진짜 그런 거라면 정부가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유통점과 소비자들은 당연히 손해를 본다.

유통점은 가뜩이나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시장이 위축돼 죽을 맛이다. 그런데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의 일환인 판매장려금을 제한하고 이를 강력하게 규제하니 "미칠 지경"이라는 한탄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1년 남짓 동안 방통위가 전 세계적인 규제완화 추세에 역행하고 생태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며 “방통위가 단말기유통법을 연장해 규제를 계속 끌어갈 의도가 아니라면 2년 뒤 일몰 시점에 맞춰 단계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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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로서도 당연히 피해를 보게 된다.

현행 단말기유통법 체재 아래에서는 이통사가 보조금을 공시하게 돼 있고 그 금액만큼만 지급하게 돼 있다. 여기에다 각 유통점이 15% 내에서 추가로 지원금 줄 수 있다. 이 15%의 금액이 판매장려금(리베이트)에서 나온다. 따라서 이를 강력히 규제하면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그만큼 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