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가 좀처럼 판매 부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현대차는 지난달 볼륨 모델 '쏘나타'의 1.6 터보 모델(에코)과 1.7 디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을 추가한 7가지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내수시장 점유율 반등에 나섰다. 6월 사상 최초로 도입했던 36개월 무이자 할부도 중단하고 상품성 강화로 승부를 걸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초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쏘나타는 지난달 하이브리드 모델(790대)을 포함해 총 8천380대가 판매돼 전년동월 대비 16.5% 줄었다. 전월 대비로도 12.7% 줄어들어 5~6월 기록했던 회복세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 1~7월 쏘나타 누적 판매량도 5만8천694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줄었다. 주력 차종인 쏘나타의 부진은 지난달 현대차 전체 승용차 판매의 발목도 잡았다. 승용차 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감소했다.
레저용차량(RV)의 호조로 전체 국내판매는 소폭 상승세를 이어가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RV판매 급증이 여름 휴가철 특수도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승용차 부문의 실적 반등이 없을 경우 향후 내수 상승세는 장담하기 힘들다.
회사 측은 내수시장에서 RV와 대형차의 판매가 확대되면서 중형차 입지가 줄어든 만큼, 라인업을 늘린 쏘나타의 첫 달 판매 실적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의 트림을 다양화 했다고 해서 바로 폭발적으로 판매량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진 않았다"면서 "수입차로 돌아섰던 고객들이 향후 상품성을 경험하게 되면 각 트림별 수요가 충족돼 판매 추이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쏘나타가 지난달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 달리 기아차 K5는 총 6천447대가 팔려나가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4%의 판매 신장률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쏘나타 출시 전 불거졌던 K5와의 제살깎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시 당시 현대·기아차는 쏘나타와 K5의 판매 간섭현상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만, 상호 경쟁을 통해 중형차 수요 전체를 견인하는 '시너지 효과'에 더 자신감을 보였다.
쏘나타와 K5는 파워트레인과 미션을 공유한다. 스타일과 편의사양에서만 다소 차이가 있다. 가격대는 큰 차이가 없는 만큼 구매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는 동급 차종인 만큼, 외관이 변경된 K5 쪽으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K5의 경우 5년 만에 나온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인 만큼, 그동안 기다려온 대기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쏘나타의 판매 실적과는 별개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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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쏘나타와 K5는 10년 이상 시장을 공유해 왔다"면서 "실적이 크게 상승한 신형 K5의 경우 완전변경 신차 효과를 크게 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워트레인을 확대해 고객 선택 폭을 넓힌 쏘나타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K5에 비해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어필한 면이 적은 것 뿐, 간섭 효과라고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