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외부 요인 탓" vs 시장 "경쟁력 있나"

2Q 실적부진에 CFO "인내심 갖고 지켜봐달라"

홈&모바일입력 :2015/07/29 18:45    수정: 2015/07/29 18:55

이재운, 정현정 기자

“현재 TV와 휴대폰 사업부문 상황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시장 상황만을 탓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는데 위기를 타개할 만한 구체적인 전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상황이 위기지만 TV와 휴대폰 사업 전략 방향은 실적이 좋았을 때와 다를게 없는 것 같다. LG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절하된 상황에서 그 전략이 현재 상황에도 맞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수요가 환율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실적이 더 부진한 것 같은데 유통채널 전략이나 가격 전략에서 차질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요?”

“휴대폰 사업은 중국 화웨이, TV나 가전은 하이얼과 비교해 LG전자가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경쟁력은 무엇인지 설득력 있는 답을 듣고 싶습니다.”

29일 LG전자 2분기 실적설명회 열린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하 1층 대강당을 찾은 증권사 연구원들이 LG전자 경영진에게 쏟아낸 질문들이다. 여느 때보다 중장기 전략에 대한 근본적이면서도 무거운 질문들이 주를 이뤘다.

배경은 부진한 실적이다. 이날 LG전자가 발표한 2분기 영업이익은 2천4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다. 매출액 역시 13조9천9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하락했다.

특히 TV와 스마트폰 사업부문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TV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는 8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폭이 커졌고, 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전략 스마트폰 G4 출시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99.8%가 급감한 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겨우 적자를 면했다.

실적 부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선반영되면서 LG전자 주가는 지난 2003년 이후 주가는 최근 12년래 최저 수준인 4만3천원대까지 떨어졌고, 심지어 지난주에는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으로 피인수설 루머가 급속히 확산되기도 했다.

여의도 LG트윈타워

■2분기 생각보다 부진한 실적, 시황(市況)만 문제?

이날 LG전자는 2분기 실적 감소 원인에 대해 신흥국 통화 약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시장 수요 부진을 꼽았다. 지난 2분기 경제 상황이 좋은 미국에서는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는 점도 근거였다. 그럼에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단순히 시황 탓만을 하기에는 전략 방향의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지난 분기 적자폭이 커진 TV 분야에서는 실제 수요 감소와 통화 약세 등 거시적인 요인 이외에 기본적인 사업 경쟁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울트라HD 제품을 중심으로 대응했으나, 러시아 등 주요 신흥시장이 부진했고 유로화 약세에 따른 유럽시장에서의 어려움도 있었다”면서 “수익성 또한 출하량 감소와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인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매출액이 전년 동기와 전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고, 판매량 역시 하이엔드 제품군인 LTE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견조한 성적을 냈다는 점에서 외부 요인과 일시적인 마케팅비 급증으로 인한 이익 감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도현 사장은 “애플의 대화면 아이폰6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을 많이 잠식한 영향이 상당히 컸고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의 통화 약세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면서 “여기에 지난해까지 큰 경쟁력이 있었던 3G 스마트폰 수요가 많이 감소한 것과 G4 출시와 함께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집행한 것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위기 타개할 중장기 묘책 정말로 있나?

이같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중장기 경영전략에 대한 질문들도 이어졌다. LG전자의 최근 실적 부진의 원인이 내부적인 요인에 있지 않은 만큼 현재의 프리미엄 강화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정도현 사장은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하방 전개 모델들 통해서 물량을 늘리는 전략은 앞으로 유효하다”면서 “TV 분야에서는 울트라올레드TV, 단말 분야에서는 초프리미엄폰 출시, 가전 분야에서는 스타일러스나 트윈워시 같은 시장 혁신 제품들로 시장을 리딩해나가겠다”고 밝혔다.

HE사업본부의 경우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진호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기획관리담당 상무는 “유럽과 중남미, 러시아 등 그 동안 통화가치 하락으로 부진을 겪어 온 신흥 성장 시장의 통화가치가 회복되고 있다”며 “3분기부터 울트라올레드TV를 비롯한 고급형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매출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이른바 ‘초프리미엄폰’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입지를 공고히하겠다는 계획이다.

윤부현 MC사업본부 기획관리담당 전무는 “하반기 초프리미엄 제품은 하드웨어나 사용자경험(UX), 디자인 측면에서 최고의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서 “프리미엄 포지션을 한층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웨이·하이얼…中 업체 추격 어떻게 따돌리나?

중국 내수 시장 위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가전 분야 경쟁자들에 대해서도 LG전자는 단기간 내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응해 LG전자는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 집중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TV 시장과 관련 “중국 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25%로, 이중 80~85% 정도가 내수 시장”이라며 “고객들이 브랜드에 대한 지불 가치를 얼마나 느끼는가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공급망 관리(SCM)를 공고히 하고 품질에 더 가치를 부여해 이겨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아직 북미 등 선진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모터나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에 대한 기술을 우리가 보유하고 있고, 선진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둔 점이 LG전자의 강점”이라며 “향후 프리미엄뿐 아니라 중간층(Mid-range)은 물론 혁신적인 제품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화웨이와 샤오미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센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에 관심이 쏠린다.

윤 전무는 “중국 업체들이 중남미 아시아권 중심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을 본격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브랜드력이나 특허 이슈, 품질, 공급망관리(SCM) 역량 측면에서 보면 아직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성비라는 측면에서 저가 시장 물량 공세는 계속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LG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의미있는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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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LG전자는 자동차 산업이 전장화되는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통신, 전자를 비롯해 기존 LG전자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컴프레서 등 아날로그 기계장치들이 융합되면서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의 전망도 낙관적으로 봤다.

우선 러시아나 인도 등 신흥시장 거래선과의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현재의 적자도 전기자동차용 부품 등 신사업과 관련된 투자에 따른 것이라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3분기에는 차량 내 커넥티비티가 강화되고 디스플레이 장치 탑재 비율도 높아지면서 시장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강점을 보이고 있는 카 인포테인먼트 관련 전장 부품을,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등에서 사용하는 공조용 부품 등에 대한 레퍼런스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