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차고 다니던 가죽시계 대신 애플워치와 함께 한지 2주여가 지났다. 최대한 구체적인 리뷰를 쓰기 위해 회사에 갈 때도, 취재를 다닐 때도, 지인들과 모임 자리에도, 심지어 집에서도 애플워치를 차고 생활해봤다. IT 매체 기자라는 직종 특성상 주변 사람들이 좀 더 IT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애플워치는 가는 곳마다 화제의 중심에 오른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 같다. 이를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하면 이런 패턴이다.
A : 오! 애플워치다.
B : 응
A : 실제로 보니 예쁘네. 한 번 차 봐도 돼? 얼마야?
B : 40만원 정도부터 시작하는데 이 모델은 79만원이야.
A : 헉! 비싸다. 어때? 좋아?
B : 음..
주변 사람들에게 “좋아?”라는 질문을 받고 나면 한 마디로 대답할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한마디로 “좋다”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그래 정말 이거다’ 싶은 와우 팩터가 없기 때문이지만 또 “별로야”라고 대답하기에는 애플워치가 주는 만족감이 적지 않다.
이 리뷰 기사를 쓰기까지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일반적인 IT 기기 리뷰 기사처럼 접근하기에는 애플워치가 가진 특성을 제대로 표현해내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IT 기기는 기본적으로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수가 없다. 가격 대비 성능이 주는 만족감 얘기다.
애플워치는 스마트워치 관점으로 보면 결코 싸지 않다. 그동안의 스마트워치들은 30~40만원대가 주류를 이뤘다. LTE 통화 기능을 탑재한 LG 워치 어베인 LTE 제품의 경우 60만원대 가격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애플워치는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애플워치 스포츠 38mm 제품이 43만9천원이다. 남성들이 많이 찾는 42mm 가격은 49만9천원이다. 만약 일반 애플워치 바디에 가죽 밴드를 조합하면 가격이 79만원으로 높아지고 스테인리스 소재의 링크브레이슬릿 밴드를 선택하면 110만원대로 가격이 껑충 뛴다.
그런데 높은 가격 만큼 기능적으로 애플워치가 다른 스마트워치와 차별화되는 엄청난 점을 찾기는 힘들다. 스마트폰 연동 알림이나 통화, 음악 재생 제어는 모든 스마트워치가 기본적으로 가진 기능이고 웨어러블 제품을 찾는 주된 목적 중 하나인 피트니스 트랙킹 관련 기능은 2만원이 안 되는 샤오미 미 밴드로도 할 수 있다.
우선 '애플워치=전자기기'라는 공식을 버리고 이 제품의 정체성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봤다. 기자가 사용한 모델은 38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블랙 클래식 버클 모델이다. 국내 판매가 79만9천원짜리 제품이다. 이 정도 가격대에서 여성 명품 시계를 찾으면 구찌급이다. 그럼 IT 기기도, 명품 시계도 아닌 애플워치가 주는 효용은 79만9천원 만큼일까 따져봐야했다.
첫째는 디자인이다. 애플워치는 현재까지 시장에 나온 스마트워치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애플워치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조차도 예쁘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대부분의 스마트워치 제품들이 “나 스마트워치야‘라는 것을 온 몸으로 말하는 투박한 디자인을 채택한 것과 비교하면 애플워치는 완성도 측면에서 다른 스마트워치 대비 가장 고급스럽고 예쁘다.
평소 정장 차림을 즐겨하는 기자도 검은색의 가죽과 스텐인리스로 딱 떨어지는 디자인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네덜란드제 가죽을 사용했다는 밴드도 마치 질 좋은 종이 같은 가벼운 느낌을 준다. 평소 옷차림에 따라 스포츠밴드나 스테인리스 재질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지가 넓다. 일단 스마트워치를 차면 소위 ‘덕후’(매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파생된 한국어 신조어)같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일단 접어둘 수 있었다. 이제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차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처럼 손목시계가 철저히 예쁘고 멋있게 보이는 것이 핵심인 액세서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만족감을 주는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스마트워치인 만큼 그냥 시계와는 뭔가 차별화되는 첨단의 기술을 담아야한다. 일단 첫 화면이 즐겁다. 인스타그램에서 '#애플워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80% 이상을 차지하는 미키마우스 시계 페이스는 애플워치가 스마트워치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바디 뒷편에 녹색불이 들어오는 심박센서는 심박수 측정 기능 외에도 사용자가 시계를 차고 있다는 것을 자동으로 인식해주는 센서 역할을 한다. 시계를 손목에서 풀면 바로 잠금 상태가 된다.
그 다음은 '탭틱' 엔진이다. 진동 패턴을 이용해 피드백을 주는 '햅틱' 기술에도 파생된 말로 새로운 전화나 메시지가 오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움직임이 필요하거나 정해진 시간이 됐을 때 등 무언가 사용자에게 알려줄 것이 있을 때 12가지의 진동 패턴으로 알림을 준다. 진동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각기 다른 느낌으로 손목을 두드리는 느낌은 뭔가 새롭다.
2주 동안 애플워치를 사용하며 생활적인 면에서 달라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스마트폰을 거의 손에 쥐고 살다시피 하는 현대인들, 특히 여성들의 경우에는 회의나 운전 중 등 제한적인 때를 제외하고는 굳이 손목 위에 작은 화면 대신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애플워치로 알림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편리한 부분이 훨씬 많다. 손목에서 진동이 느껴지면 손목을 가볍게 들어 발신자와 메시지 내용을 차례로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톡의 경우 미리 스마트폰에서 '메시지 내용 미리보기' 설정을 해두어야 바로 메시지 내용 확인이 가능하다. 문제는 답장을 할 경우인데 애플워치는 미리 저장된 "지금은 통화할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등 상용구나 음성인식 혹은 이모티콘으로 답장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중요한 메시지는 스마트폰을 꺼내기 때문에 사용해본 적은 거의 없다.
또 점점 더 심각해지는 ‘스마트폰 분리 불안’에서도 조금씩 해방되어가는 느낌이다. 중요한 알림을 놓쳤을까봐 혹은 습관적으로 밖에서도 집안에서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습관이 조금은 사라졌다.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도 가방 속에서 아이폰을 꺼내려 불편한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손목 위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음악을 넘길 수 있다. 자체 통화 기능은 운전 중이나 요리 중에 손을 쓰지 않고도 전화를 받을 수 있어 유용하다. 알림이 올 때 손바닥으로 덮으면 전화 수신을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은 회의 중 유용했다.
다른 스마트워치에는 없는 애플워치만의 필살기라고 부를 만한 것은 바로 ‘디지털 터치’다. 애플워치 사용자끼리 촉감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기능이다. 화면을 일정한 패턴으로 터치하면 해당 패턴이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손으로 그린 스케치나 나의 심박수를 바로 전달할 수도 있다. 다만 아직 주변에 애플워치 실사용자들이 없기 때문에 테스트를 위해 동료들과 나눈 스케치와 심박수로는 디지털터치의 진면목을 느끼기에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판단은 보류한다.
스마트워치의 필수 기능으로 자리 잡은 헬스·피트니스 관련 기능의 경우 특별한 것은 없다. 하루의 활동 목표를 설정하면 하루 동안 소모한 칼로리와 움직인 거리, 운동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시간에 한 번씩은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라고 알림을 보내주는데 약간 신경이 쓰이는 경우다. 흡연자들의 경우 이 알림이 오면 "담배 피우러 나가야겠군"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니 예상치 못한 역기능 일 수도 있다.
메인 화면에 오늘 운동량을 칼로리 소모량으로 환산해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 먹은 칼로리를 생각하며 한걸음이라도 더 걷거나 움직이려고 하게 되는 효과는 있다. 운동을 할 때는 기본 앱 외에 ‘나이키+ 러닝’이나 ‘런타스틱 프로’ 등 다양한 써드파티 앱들이 나와있기 때문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킬러앱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지도 기능도 사용해봤지만 아직은 불편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네이버지도나 다음지도 같은 로컬 서비스들의 완성도가 훨씬 높다 보니 애플 기본 지도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것이 문제다. 상호명 검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주소를 찍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실시간 내비게이션 기능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때 진동으로 알려주고 음성안내도 해주기 때문에 운전 중 별도 내비게이션이 없는 경우라면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결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면 편리함이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애플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는 미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국내 서비스 여부는 미지수다. 물론 국내 근거리무선통신(NFC)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문제는 있지만 교통카드 등을 사용할 때는 유용함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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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는 아쉽다. 채 이틀이 가지 않는다. 완충을 시키고 나올 경우 하루를 보내는데 문제가 없지만 깜빡하고 잊거나 제대로 충전을 시키지 못할 경우 점심이 지나면 이내 전원이 꺼진다. 스마트폰처럼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충전기를 여기저기에 두고 보조 충전기까지 챙겨서 다닐 정도로 신경을 쓰겠지만 없다고 해서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다만 사용기간이 오래될 수록 배터리가 없어 전원이 꺼졌을 때 허전함도 점점 커질 것 같다.
이제 막 애플워치 출시 세 달 남짓이 지난 만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가 어떻게 시장을 열어갈 지는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현재 카카오톡 외에 인스타그램, 트위터, 위챗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들을 이용할 수 있고 피트니스 트랙커 앱들도 많이 출시가 됐다. 이밖에 카카오택시나 레시피 앱인 키친스토리, 네이버, 간단한 게임 앱들도 애플워치용으로 등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