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FT 인수경쟁, 막판 10분에 승패 갈렸다

"전액 현금 지불" 니케이, 악셀 스프링거 야심 무너뜨려

인터넷입력 :2015/07/24 10:16    수정: 2015/07/24 10:3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독일로 가는 듯했던 영국의 자존심 파이낸셜타임스가 일본 기업에 인수됐다. 이에 따라 월스트리트저널과 함께 세계 양대 경제 일간지로 군림했던 파이낸셜타임스의 향후 위상이 어떻게 변화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 전문업체인 피어슨은 23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를 8억4천400만파운드(13억2천만달러)에 일본 니케이그룹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니케이는 독일 미디어그룹인 악셀 스프링거를 따돌리고 파이낸셜타임스 새 주인으로 등극하게 됐다.

피어슨은 1957년 파이낸셜타임스를 인수한 이후 58년 동안 운영해 왔다. 하지만 주력부문인 교육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파이낸셜타임스 매각이란 카드를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런던에 있는 파이낸셜타임스 사옥. (사진=위키피디아)

■ 11시간 마라톤 협상 끝에 니케이의 역전승

파이낸셜타임스 매각은 막판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미궁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발표 직후 파이낸셜타임스는 “니케이가 11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라이벌을 제쳤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협상에 깊이 관여 했던 한 소식통은 “마지막 10분에 승패가 갈렸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 자체보도에 따르면 그 동안 인수 작업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악셀 스프링거였다. 악셀 스프링거의 마티아스 되프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해부터 피어슨과 파이낸셜타임스에 투자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특히 양측은 최근 수 주 사이에는 ‘파이낸셜타임스 매각’을 염두에 두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되프너의 이런 야심은 니케이의 현금 공세 앞에 무참히 무너졌다. 니케이가 8억4천400만 파운드를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 결국 악셀 스프링거가 협상에서 손을 떼면서 니케이가 최종 승자가 됐다.

피어슨은 파이낸셜타임스 외에도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지분 50%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거래에 <이코노미스트>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는 구독자가 16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독자층을 자랑하고 있다.

또 런던 템즈 강 인근에 있는 본사 건물 역시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 또 다른 유력 매체 뉴욕타임스에도 시선 집중

워싱턴포스트에 이어 파이낸셜타임스까지 매각되면서 이제 또 다른 유력 매체인 뉴욕타임스에 시선이 쏠리게 됐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의 경영 상황 역시 녹록한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IT 전문 매체인 리코드는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 해 뉴욕 시장 임기를 끝낸 뒤 경영 일선에 복귀한 마이클 블룸버그가 뉴욕타임스 인수에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블룸버그란 또 다른 경제 매체를 갖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는 그 동안 악셀 스프링거와 함께 파이낸셜타임스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혔다.

리코드는 “파이낸셜타임스 인수에 실패한 마이클 블룸버그가 뉴욕타임스 쪽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많다”고

물론 뉴욕타임스 인수가 간단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사주인 슐츠버거 가문이 선뜻 뉴욕타임스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최근 상황은 심상치 않은 편이다. 최근 20년 사이에 종이신문 구독자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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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를 선언한 뉴욕타임스는 가입자 100만 명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여전히 종이신문 부진을 메우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매출은 전체 매출의 5분의 1 남짓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 파이낸셜타임스와는 또 다른 상황인 셈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