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 상무 “한국 모바일 게임, 새로운 시도 필요”

한국형 역사 게임의 선구자, ‘임진록’의 아버지, 한국의 시드마이어. 엔도어즈(대표 신지환) 김태곤 상무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역사 게임 하나만 파내려간 인물이니 그럴만하다.

하나의 게임도 성공시키기 힘든 게임 업계에서 김태곤 상무는 ‘임진록’ ‘천년의신화’ ‘거상’ ‘아틀란티카’ ‘삼국지를품다’ ‘군주온라인’ 등 각종 게임을 흥행작의 반열에 올렸다.

모바일의 등장으로 게임 시장이 급격한 변환을 겪었지만 김태곤 상무의 흥행 기록은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해 출시한 ‘영웅의군단’을 흥행 성공한 것. ‘영웅의군단’은 최근까지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0위권 내에 머물며 장기적으로 흥행하고 있다.

그런 김태곤 상무가 최근 두 번째 모바일 게임을 내놓았다. ‘임진록’ 이후 15년만에 선보이는 한국 역사 기반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광개토태왕’이다. ‘광개토태왕’은 지난 9일 출시 이후 일주일간의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이제 마케팅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세몰이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e스포츠 시대를 열 기대작으로 손꼽는다.

김태곤 상무는 “최근 자동전투 위주의 게임이 인기인데 ‘광개토태왕’은 짧게는 3분에서 길게는 10분 이상을 몰입해야 하는 게임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며 “플레이 시간, 이용자 재방문률 등 각종 지표가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다행히 이용자 반응이 생각보다 좋다”고 말했다.

‘광개토태왕’은 크게 두 틀로 구성된다. 자신의 영지를 지키고 상대방의 영지를 공략하는 ‘공성 모드’, 최대 4인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전투가 가능한 ‘전략 모드’다. ‘공성 모드’가 ‘전략 모드’보다 가볍고 플레이 시간이 확연히 짧다. 그러다보니 이용자들도 ‘공성 모드’를 더 많이 플레이 한다. 총 플레이 시간도 더 길다.

김 상무는 “하루 종일 ‘스타크래프트’를 할 수 없듯이 이용자들이 전략 모드를 많이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와 하드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양쪽이 다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모든 게 예상대로라는 설명. 실제로 대부분의 지표들이 총 4번 진행했던 사전 비공개 테스트(CBT)를 통해 예상했던 것과 출시 이후 비슷하게 나타났다. 서비스도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단 난이도 부분은 예상과 달랐다. CBT 참가자들은 다소 코어한 성향의 이용자들이라 그들에게 적절한 난이도는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데 이를 간과한 탓이다. 이에 출시 후 지속적인 패치를 통해 난이도를 전반적으로 낮췄으며 난이도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도 많이 줄었다.

올 가을께 글로벌 버전 출시, 겨울 내 신라 등 추가 콘텐츠 업데이트 등 앞으로의 일정도 빼곡히 준비되어 있다. e스포츠도 그 중 하나다. e스포츠는 게임을 길게 가지고 가기 위한 김 상무의 선택이다. e스포츠 종목이었던 ‘임진록’ 등 나름의 경험도 있다.

김 상무는 “온라인이든 모바일이든 게임이 길게 가게 하려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하는데 이를 개발사만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어렵다”며 “그런데 게임이 e스포츠화되면 선수, 경기 등이 또 다른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아마 모든 회사가 e스포츠를 하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도전은 김 상무가 꾸준히 성공작을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레드오션에 머리를 들이밀기보다는 아직은 치열하지 않지만 앞으로 전망이 좋은 영역에 발을 먼저 담근다는 전략이다.

김 상무는 “남들이 하는 대로 하지 말자는 게 원칙으로 나름대로 2년 후 트렌드를 예측해 게임을 만든다”며 “PC에서의 경험이 모바일에서 일종의 선생님 같은 역할을 해준다”고 말했다.

아쉬운 부분은 너무 많은 한국 모바일 게임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평범한 데서 그친다는 것이다. 지금 잘 나가는 모바일 게임을 답습할 뿐 특화된 영역으로 치고 나가지를 못하고 있다. 중국이 맹렬하게 추격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게 김 상무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