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이른바 '슈퍼카'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주력 차종 대부분의 가격이 억대를 훌쩍 넘지만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올해 자동차 내수시장이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불황으로 전체 수요는 줄어들고 있지만 슈퍼카의경우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고정 수요층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슈퍼카업체들은 국내시장 공략 강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슈퍼카 벤틀리는 올 상반기 223대를 판매, 전년 대비 36.0% 신장했다. 이같은 판매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국내 진출 8년 만에 거둔 역대 최고 실적(322대) 경신이 유력하다.
국내시장에서 벤틀리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끌어낸 모델은 4도어 세단 플라잉스퍼 라인업이다. 12기통 W12 라인업 및 8기통 V8 라인업으로 구성된 플라잉스퍼 시리즈는 지난해 총 194대가 팔려나가며 국내 판매의 60%를 책임졌다. 이 모델은 기본가격만 2억5천만원이다.
벤틀리는 올해 국내에 플래그십 모델 뮬산의 고성능 버전인 뮬산 스피드와 한정판 퍼포먼스 럭셔리카 컨티넨탈 GT3-R 모델을 선보이면서 라인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뮬산 스피드와 GT3-R의 가격은 각각 4억7천만원대와 3억8천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벤틀리는 아울러 국내시장에서 력셔리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서비스와 고객만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포르쉐는 상반기 2천120대를 판매해 전년동기 대비 73.9% 급증했다. 월 평균 300~400대가 팔려나간 셈이다. 포르쉐 역시 지난해 국내시장 판매기록(2천568대) 경신은 시간 문제다. 이밖에 롤스로이스도 상반기 68.4%의 성장세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슈퍼카 브랜드가 판매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6일 3천902cc 8기통 터보엔진을 장착한 '488 GTB'를 국내에 선보인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지난해 국내에서 주문량 100대를 상회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새로 선보인 488 GTB가 지난해 선보인 '캘리포니아 T'에 이어 국내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격은 기본모델 기준 3억4천만원대다. 주문생산 방식인 만큼, 색상과 휠 등 고객이 원하는 옵션에 따라 최종 가격은 달라진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디터 넥텔 페라리 극동지역 총괄지사장은 "한국 시장은 중국을 제외하고는 극동지역에서 일본과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라며 "판매 확대 등 양적인 성장에 집중하기 보다는 테일러 메이드 서비스와 AS를 강화하면서 오너십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페라리는 이를 위해 하반기 단독 서비스센터의 설립을 계획 중이다. 아울러 국내에서 소유주들을 위한 드라이빙 스쿨을 개설하고, 트랙 주행 이벤트 등을 마련하는 등 고객서비스 확대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마세라티 역시 지난해 판매량이 723대를 기록, 전년 대비 469% 신장했다. 이는 120대가량을 판매한 2013년 전체 판매량을 6배 이상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전 세계 성장률이 136%인 점을 감안하면 마세라티의 국내시장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작년 기록적인 성장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기블리가 주도했다. 1억원대 초반의 가격대로 마세라티 차종 가운데 가장 저렴한 기블리는 500여대가 팔려 총 판매량의 70%에 달했다. 마세라티는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 올해는 작년보다 약 70%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마세라티는 목표 달성을 위해 올 하반기 플래그십 모델인 '콰트로포르테'에 350마력의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신규 모델을 추가하는 등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딜러망과 서비스망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내년 글로벌 출시가 예정된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도 국내시장 상황을 감안해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2도어 쿠페 알피에리와 알피에리 모델의 카브리오 버전도 향후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희소성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빠른 성장의 배경"이라며 "한국 시장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공식 수입사인 FMK에 따르면 두 브랜드의 국내시장 상반기 실적은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당초 설정한 목표량을 만족하는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슈퍼카 시장에 새롭게 출사표를 던지는 업체도 늘고 있다. '본드카'로 국내에 잘 알려진 애스톤 마틴은 지난 3월 국내 시장 공식 진출을 선언했다. 이 차는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애용한 차량으로도 유명하다. DB9(2억5천900만원)와 뱅퀴시(3억7천900만원), 4도어 쿠페 라피드 S(2억7천900만원)가 주력 판매모델이다.
F1(포뮬러원) 레이싱팀으로 유명한 슈퍼카 브랜드 멕라렌도 지난 4월말 국내 상륙했다. 주력 모델인 맥라렌 650S '쿠페'와 컨버터블 모델인 '스파이더'의 가격은 3억2천900만~3억5천9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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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서민층의 수입은 줄어 전체 자동차 수요는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지만, 수입이 더 많이 늘어난 고소득층의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라며 "양산 수입차보다는 슈퍼카가 가진 희소성에 구매 여력을 가진 고객들의 수요가 쏠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부터 국내시장에서 슈퍼카의 판매 신장세가 두드러짐에 따라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여러 슈퍼카업체들이 최근 국내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