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를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자사주 매각을 둘러싼 법적 공방을 이어나갔다. 양측은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의 적법성을 두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고등법원 민사40부(수석부장판사 이태종)는 14일 엘리엇이 삼성물산이 KCC에 매각한 자사주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며 이들 회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의 항고심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불법적인 자사주 처분으로 주주들의 의결권을 희석시킨다는 주장을 내세웠지만 1심 재판부는 “자사주 매각이 합병에 반대하는 일부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볼 수 있어도 회사나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결정에 불복해 즉시 항고한 엘리엇은 이날 항고심 심리에서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은 처분 목적이나 그 시기, 처분 상대 선택에 있어서 공정성과 합리성이 결여됐다”면서 “이는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하므로 공서양속(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양속)에 반하는 행위 또는 대표권 남용 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자사주 매각은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승인하는 결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서 “이 사건 자체가 총수일가 그룹 승계 및 지배권 강화를 도모하는데 목적이 있고 다른 합리적인 경영상의 이유가 없으므로 무효확인의 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엘리엇은 “자사주 처분이 무효이기 때문에 의결권이 없고 의결권 행사 자격이 없는 KCC가 결의에 참가하는 것은 정관에 의거 결의 취소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주주총회 결의 취소의 소를 제기할 권리도 있다”고 본안 소송 제기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대리인은 자사주 매각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사주 매각 과정에서 사회 질서에 반하거나 대표권 남용 혹은 이사회 선관주의 위반 사항이 전혀 없다”면서 “정당한 목적, 정당한 가격, 정당한 당사자 선택을 통해서 합리적인 의사 판단에 의해 자사주 매각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삼성 오너 일가의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합병이 이뤄지고 있다는 엘리엇 측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 측은 “삼성물산의 경우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이 완공되면서 매출원 부재에 따른 장기적인 영업실적 저조가 예측되는 상황”이라면서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하면 건설 사업에 대해 시너지효과가 예상되고 사업부문이 겹치지 않는 레저·식음료·패션 부문에 있어서도 잠재력을 실현함으로써 순기능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측은 “자사주 매각은 삼성물산이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필요한 우호지분 확보와 장차 생길지 모르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비해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매수대금을 조달하기 위한 부담 완화 목적이 있다”면서 “단기차익 실현의 목적으로 현물배당 혹은 중간배당을 요구하는 엘리엇의 공격으로부터 회사와 다수 주주의 이익 보호하기 위한 목적 하에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거쳐서 정당하게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이어 “엘리엇은 자사주 매각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에 부당하고 이 결의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 전제는 순자산가치로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한 판단은 공식적이고 공개된 주가에 의해서 하는 것이 맞고 이미 시장에서 합병 순기능 반영되서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엘리엇 측 주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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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전날 재판부는 엘리엇이 주주총회 결의를 금지해달라고 낸 주주총회 소집 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사건의 항고심 심리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로 자사주 매각 가처분에 관한 항고심 심문을 종결하고 두 건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17일로 예정된 주총일 이전에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1심 재판부가 엘리엇은 두 건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모두 기각 결정을 내린 만큼 항고심 판결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만약 항고심에서도 기각 결정이 내려져 예정대로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될 경우 엘리엇은 합병무효를 주장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다툼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