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팀 유출파일 보니...민간사찰 여부가 관건

이탈리아 밀라노 소재 도감청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해킹팀으로부터 유출된 400GB 분량의 자료에 국가정보원(일명 5163부대)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파이 툴이 국내에서 민간사찰 용도로까지 악용됐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 국 정보기관에서 첩보수집 혹은 기술을 분석할 용도로 스파이툴이나 각종 해킹툴을 구매한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해킹팀 외에도 스파이툴을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회사들이 있는가 하면 블랙마켓 등에서도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만큼, 국정원에서 해당 툴을 합법적인 용도를 벗어나 오남용했는지, 또 구매에 과도한 세금을 낭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란도 벌어지는 모양새다.

폭로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최근 해킹팀에서 유출된 100만건 가량의 이메일과 파일 내역 등을 모아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뒤 누구나 검색해 볼 수 있도록 지난 8일(현지시간) 공개했다.(관련링크)

키워드를 검색해보니 국정원은 나나테크라는 국내 업체를 통해 '5163부대(The 5163 Army division)'라는 이름으로 스파이툴을 구매하고, 유지보수 등을 요청했다. 애플 아이폰 외에도 국내 삼성전자 갤럭시S5와 갤럭시S6 등 최신 폰에 대해서도 취약점을 알아내 스파이툴을 심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나나테크와 주고 받은 메일 967건

가장 최근 메일인 1일자에는 기존에 구매한 스파이툴에 대한 유지보수 건으로 문의한 내역이 담겨있다. 수차례 유지보수건으로 주고받은 유출된 메일에 따르면 해킹팀은 결제대금을 잘 받았다는 인사와 함께 언제쯤 한국을 방문해 (스파이툴에 대한) 교육을 할지에 대해 문의했다. 나나테크 측은 고객과 상의해보겠다며 두번째 결제대금을 8월말에 송금할 예정이고, 오는 10월쯤이 어떨지 물어보겠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으나 이후 현재로서는 (고객쪽에서) 교육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해킹팀 측에 답했다.

■카카오톡-라인 등 주요 모바일메신저 해킹 대상

카카오톡 관련 메일은 전체 유출된 메일 중 41건이다. 지난해 4월 송수신된 '여행보고서(Re: Trip Report)'라는 메일에는 "거기서 훌륭한 일을 했다"며 "(해킹팀 내부) 카카오톡 R&D팀에게 이미 관련 내용을 알렸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다른 메시지앱보다는 우선순위가 떨어지지만 안드로이드와 다른 플랫폼에서 원격 익스플로잇(취약점 공격수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메일 중 10여건은 비즈니스 인사이더, 파이낸셜타임스 기사들을 인용하며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앱에 대한 트렌드를 파악해야한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언급된 메신저앱은 카카오톡 외에 라인, 위챗, 스카이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삼성전자 갤럭시S5 해킹 의뢰 받았다

'galaxy'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2015년6월26일자에 안드로이드5.0에서 구동되는 갤럭시S5에 대한 테스트를 완료했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이 폰에서 촬영한 사진을 2분마다 외부로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이 정상작동한다는 것이다. 7월2일자 메일에서는 안드로이드4.1.2에서 구동되는 갤럭시S3 미니에서 음성통화녹음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대한 테스트 결과 성공했다는 문구가 나온다. 이밖에 갤럭시S4와 그 이전 버전에 대한 언급도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