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ISS 보고서 조목조목 반박

“ISS보고서 신뢰성 없어, 주주 혼란 우려돼”

홈&모바일입력 :2015/07/05 16:06    수정: 2015/07/05 17:53

삼성물산이 최근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대하는 보고서를 낸 ISS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이달 예정된 주총 합병 결의 전에 보고서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표 대결에 앞서 우호지분 획득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5일 삼성물산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대해 주주들에게 반대권고를 낸 보고서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ISS 보고서에 대한 삼성물산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면서 “ISS 보고서는 여러 부분에서 객관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하다”며 “일부분은 엘리엇이 주장하는 부정확한 정보를 충분한 검토없이 인용하고 있어 주주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ISS는 합병비율은 대한민국 법 규정에 의거, 주가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면서도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불공정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서초사옥 [지디넷코리아]

ISS는 지난 3일 합병 반대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1일에는 법원이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합병 결의 가처분 소송에서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이 승기를 잡으며 유리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해당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결의 성사에 가장 큰 변수인 외국인 주주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 지 판단이 쉽지 않아졌다.

■“ISS가 제시한 1대0.95 합병비율은 비현실적”

삼성물산은 ISS가 제시한 1대0.95의 합병비율에 대해 “순자산가치를 바탕으로 합병비율을 산출하더라도 비현실적”이라며 “ISS는 상장 계열사 보유 지분의 디스카운트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삼성물산 건설 및 상사부분의 기업가치를 오버 벨류에이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병비율은 대한민국 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한번도 실현된 적 없는 11만원을 삼성물산 목표 주가로 제시하면서 이를 근거로 '1대 0.95'라는 비현실적인 합병 비율을 권고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외 애널리스트의 제일모직 평균 목표 주가는 17만4천원”이라며 “삼성물산 주가는 한번도 10만원을 넘은 경우가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을 1대0.35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이 저평가 됐으며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ISS를 설득한 바 있다.

이에 삼성물산은 “ISS가 인용한 것처럼 합병비율은 일정기간 주가를 기초로 법이 정하는 조건에 따라 정해진다”며 “제일모직 상장 이후 합병이사회 전일까지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출해봐도 1대0.35 ~ 1대0.44의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만에 하나 재산정을 해도 법을 따라야한다”고 반박했다.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경영진. (왼쪽부터)제일모직 김봉영 사장, 윤주화 사장, 삼성물산 김신 사장. (사진=제일모직)

■“시장은 합병과 시너지에 긍정적… 바이오 사업가치 고려안해”

삼성물산은 ISS가 보고서에서 합병의 시너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부정확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엘리엇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ISS보고서는 합병발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어서 삼성물산 주가는 14.8%, 제일모직 주가는 15% 급증했다고 밝혔다. 스스로 합병 시너지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라고 논리의 모순을 지적했다.

삼성은 ISS가 삼성물산은 50% 저평가, 제일모직은 41%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것은 객관적이지 못한 방법을 통한 가치 산정으로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외부전문기관의 실사와 검증결과 합병은 2020년까지 6조원의 매출 시너지와 삼성물산의 단독 사업수행 경우보다 50%이상 주당순이익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며 “합병 후 삼성물산은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로서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을 ISS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ISS는 합병이 성사되지 않으면 22.6%의 주가하락을 예상하면서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없이 미래 불특정 시점에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니 합병에 반대하라는 무책임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혔다.

삼성물산은 ISS가 제일모직이 보유한 바이오 사업 등에 대한 가치도 너무 저평가 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바이오 사업의 가치에 대해 시장이 7조5천억원으로 평가한다”며 “반면 ISS는 불과 1조5천억원의 가치만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일모직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삼성물산의 경우 엘리엇조차도 반영한 24.2%의 법인세율을 보유 지분 가치 산정에 반영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부분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은 이어 "ISS 보고서에는 이번 합병과 무관한 회사 명칭이 등장하며 주요 대주주의 영문명 표기가 3번이나 각각 다르게 표기되는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신뢰성에 우려를 준다"고 했다.

■삼성물산, ISS 반대에도 성사된 합병사례 제시

삼성물산은 과거에도 ISS의 반대에도 불과하고 성사된 합병사례들을 제시하며 합병 성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해 등 최근 몇 년간의 국내외 사례들을 제시하며 ISS결정의 당위성에 의문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외국에서는 가장 최근인 지난달 23일 소니 CEO인 히라이 가즈오 사장이 재임명된 사례가 있었다. ISS는 소니가 몇 년간 히라이 사장 아래 저조한 실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주주총회 결과 88% 지지율로 재임명됐다. 또한 일본에서 도요타가 신주 발행을 할 때 ISS가 반대했으나 2/3 이상 주주찬성으로 통과됐다.

지난해 8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을 앞두고 ISS는 피아트 주주들이 합병안에 반대할 것이라는 의견서를 냈다. 합병이 주주 권리를 약화시킬 것이고, 엑소르 그룹의 경영권은 심화된다는 견해였다. 그러나 주주 80%가 찬성하며 무리 없이 통과됐다.

미국에서는 2013년 메트로PCS와 T모바일 USA의 합병과 관련 ISS는 메트로PCS가 반대할 것이라고 했지만 합병승인과 그 외에 10건 안건이 모두 승인됐다. 지난달 구글 보상위원회의 이사진 재선임 안건에 대해 ISS는 "소수의 특정 이사진에 합리적 기준 없이 지나친 보상을 준다"고 반대했으나 이사진 3명은 재선임됐다.

2012년에는 클렌코어와 엑스트라타의 합병을 앞두고 ISS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유사하게 시너지가 미미할 것이라고 반대했으니 무려 99.4%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지난 5월 듀폰 이사 선임 때는 ISS가 행동주의펀드인 넬슨 펠츠를 지지했지만 주총 떄에는 듀폰이 제시한 이사들이 모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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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국내 사례들도 다수 들었다. 올해 3월 CJ의 이사선임 및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 ISS는 유죄 판결을 받은 경영자 이사회에 방치해 감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손경식 회장 등 사내이사들은 재선임 됐다. 같은 달 SK C&C와 효성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서도 ISS는 반대했지만 최태원 회장, 조석래 회장 모두 이사에 재선임 됐다.

삼성물산은 “ISS는 합병이후 삼성물산이 제시한 일반적인 국내 기업 수준을 뛰어넘는 주주친화정책과 거버넌스위원회와 같은 지배구조 개선 정책 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이로운 합병을 원활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