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전자책 담합 관련 항소심에서도 또 다시 패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해 11월 확정된 배상금 4억5천만 달러를 물 위기에 처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제2 순회항소법원은 30일(현지 시각) 전자책 담합 관련 항소심에서 피고인 애플에 2대 1 패소 판결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제2 순회법원 데브라 앤 리빙스턴 판사는 판결문에서 “애플이 전자책 가격을 올리기 위해 출판사들과 공모했다는 지역법원 판결이 정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선언했다.
애플의 행위가 “비이성적으로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연방 독점금지법인 셔먼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판결 요지다.
이에 앞서 애플은 지난 해 7월 뉴욕주를 포함한 미국 33개주와 전자책 담합에 대한 배상금 4억5천만달러(약 4천650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4억5천만달러 가운데 4억달러는 소비자들에게 지급되며 나머지 5천만달러는 변호사 수임료로 쓰인다. 1심을 담당했던 맨해튼연방법원도 지난 해 11월 애플과 원고 측의 합의안을 승인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애플에겐 크게 두 가지 선택권이 남아 있다. 하나는 항소법원에 재심을 요구하는 것. 또 하나는 대법원 상고다. 물론 상고할 경우엔 대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 담합 혐의 5대 출판사는 진작 합의
이번 소송은 지난 2012년 법무부가 애플을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법무부는 애플이 아이북스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전자책 가격을 올리기 위해 하퍼콜린스를 비롯한 5대 출판사와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애플과 출판사가 담합한 것은 아마존 때문이었다. 아마존의 전자책 가격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는 출판사에 애플이 접근해 가격 인상을 시도한 것.
당초 법무부는 애플과 5대 출판사를 모두 제소했다. 하지만 사이먼&셧스터를 비롯한 출판사들은 법무부 제소와 동시에 곧바로 정부와 합의했다. 따라서 실제로 법정 공방을 벌인 건 애플과 법무부였다.
이번 소송은 1심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히 애플이 기존 사업자를 겨냥해 담합을 시도했다는 정황 때문에 아마존, 반스앤노블 등 출판계 거물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두했다.
또 지난 2011년 사망한 스티브 잡스 전 최고경영자(CEO)가 출판업자들과 주고 받은 이메일도 공개됐다.
재판에선 애플이 아마존에 불만을 갖고 있는 출판업자들에게 ‘에이전시 모델’을 제시했다는 정황도 공개됐다. 애플 측이 아마존과 달리 출판사에 가격 책정 권한을 넘겨준 것.
대신 다른 소매업자들이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을 때는 그 가격에 맞추도록 하는 전제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이 조항 때문에 출판사들은 전자책 가격을 높이기 위해선 아마존 등과의 거래를 끊는 것이 유리했다.
■ 애플 "혁신과 소비자 선택권 외면했다" 반박
항소법원 재판부는 “출판사들이 아마존과 관계를 끊고 에이전시 모델로 옮길 때에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애플도 알고 있었다”고 판결했다.
관련기사
- 애플은 사람 구글-페북은 알고리즘…왜?2015.07.01
- 애플 전자책 소송 과징금 4억5천만달러2015.07.01
- 아마존-하체트, 전자책 가격분쟁 끝냈다2015.07.01
- '전자책 담합' 애플, 4억달러 배상 합의2015.07.01
이에 대해 애플 측은 “항소법원이 아이북스 스토어가 독자들에게 선사한 혁신과 선택권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점에 실망한다”고 공식 논평했다.
소수 의견을 낸 데니스 제이콥스 판사은 “2013년 1심 판결을 담당한 연방법원이 잘못된 법적 관점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반독점법으로는 서로 다른 공급 체인에 있는 출판사들 간의 공모에 대해 애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제이콥스 판사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