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이동통신 출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신규사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경쟁을 활성화해 통신요금을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 특히 신규 이통사에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특혜를 총 동원하면서 제4 이통 후보기업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장에서는 현재와 같이 포화된 시장에서 신규 사업자를 추가하는게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고 당초 정책목표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실현하는데도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제4이통 출범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집중 점검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제4 이통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반대로 이동통신 3사의 위기감 역시 커지고 있다. 포화된 시장에 신규사업자가 진입할 경우, 그나마 힘들게 유지하고 있는 시장질서도 한순간에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제4이통 출범을 위한 당근책으로 주파수 우선 할당 지원, 상호접속료 차등 적용, 망 구축 기한 연장, 로밍 제공 의무화 등의 정책지원을 약속하면서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가장 민감한 부문이 망 로밍 제공 의무화다. 미래부는 허가 심사를 통과한 신규사업자가 나올 경우, 허가서 교부 이후 서비스 개시시점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구대비 최소 25% 커버리지만 망 구축의무를 부과하고, 5년차까지 95% 이상 전국망을 구축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제4 이통사의 초기 투자비 부담을 최대한 낮춰 시장진입을 촉진시키겠다는 것이다.
미래부가 제4이통 성공사례로 꼽고 있는 프랑스 등에서 이 같은 정부의 정책지원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스페인, 영국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신규사업자의 진입비용 경감과 조기 시장 안착을 위한 정책 방안으로 기존 사업자에 로밍의무를 부과허가나 접속료 차등 적용 등을 부과했다. 또한 특정 주파수 대역을 우선 할당하거나 순차적 전국망 구축을 허용했다.
미래부는 유럽연합(EU) 2009년 상호접속 규제 권고안에서 신규사업자에 대해 최대 5년까지 접속료 차등 정책을 허용했다는 점을 근거로, 향후 국내에서도 신규사업자 출현 시 이 기간만큼 접속료 차등 정책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단, 미래부는 접속료 차등기간의 경우 적용기간은 경쟁상황 등을 고려해 추후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로밍의 경우 5년간 한시적으로 신규사업자가 망을 구축하지 못한 지역을 대상으로 로밍을 제공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신규사업자는 서비스 개시시점까지 최소 25% 커버리지만 구축하고, 나머지 75%는 기존 사업자의 망을 빌려 쓰면 된다.
기존 사업자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4이통사가 시장에 들어올 경우 기존 사업자와 대등한 수준의 망을 갖추고 이를 기반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망 구축만으로 기존 이통 3사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준비가 덜 된 제4 이통사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동통신 3사와 소비자가 감수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기존 이통사의 인프라를 제4 이통사와 나눠 사용할 경우, 현재와 같은 모바일 사용패턴으로 볼때 데이터 속도둔화, 통화지연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4 이통사로서는 사업성이 큰 수도권, 광역시 단위로만 망을 구축하고, 다른 지역은 투자를 늦추는 전략이 가능한 반면에, 기존 이통사들로서는 경쟁자인 제4 이통사에 망을 빌려주기 위해 추가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최근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이 8.8%까지 상승한 알뜰폰의 경우, 기존 이통사와의 제휴를 통해 가계통신비 절감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반대로 준비가 덜 된 제4 이통사가 등장할 경우, 이처럼 기존 이통사들이나 소비자들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4 이통 사업자가 대규모 투자를 전개하면서, 충분한 사업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단적으로, 지난 2011년 7월 이후 알뜰폰 업체들의 매출은 955억원에서 지난 4월 4천555억원으로 4.7배 성장했지만, 누적적자가 2천500억원에 이르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27개 알뜰폰 사업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올해 1년 더 연장된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 조치가 없었다면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즉, 매년 정부가 전파사용료 면제 등의 인위적인 정책지원을 해주지 않았다면 정상적으로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제4이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쟁력이 없는 사업자가 정부의 파격적 정책 지원을 기반으로 사업권을 획득할 경우, 앞서 알뜰폰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실제, 제4이통을 준비중인 일부 예비사업자는 이같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탈출전략(Exit Plan)까지도 고민중이다.
이와함게, 정부의 과도한 정책지원이 신규사업자의 망 투자 유인을 저해시켜 제4이통 도입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로밍 의무화로 직접 망을 구축하는 것보다 기존 사업자의 품질 높은 망을 임대 사용하면서 ‘초기 5년간 망 구축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이 기간 동안 정부정책 지원을 등에 업고 가입자 확보에 나섰다가 소위 ‘먹튀’를 할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제4이통인 프리모바일이 사업 개시 3년차 만에 1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시장점유율이 14%에 이르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예상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4이통사의 망 구축이 지연될 경우, 기존 사업자의 투자 위축은 물론, 현재 이통사에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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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 문턱이 높은 통신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제4 이통사의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책적 지원은 이들이 최소한의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최소 범위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는 제4이통인 프리모바일에 대한 접속료 차등을 2012년 6월부터 1년으로 한정했다”며 “또 2013년 프랑스의 공정위는 로밍제공과 관련해서도 신규사업자에 대한 로밍 제공은 새 이동통신망 구축이라는 본래 목적과 상충돼 특정사업에게 상당한 이득을 제공돼야 하는 만큼 한식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