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항복’ 선언으로 마무리 된 갈등 양태를 보면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미국에서는 냅스터, 한국에서는 소리바다로 촉발된 90년대의 논란과 더불어 21세기 들어 삼성 밀크 서비스와도 비슷한 맥락이 닿아 있다. 웹 기반 사업자와 음원 제작자간의 갈등 양상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하다.
22일 에디 큐 애플 수석부사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애플뮤직 무료 서비스 기간에도 음원 제작자들에게 저작권료를 당연히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미국의 유명 뮤지션인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의 텀블러 계정을 통해 “애플이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강경하게 나선데 따른 답변이다. 이로써 스위프트의 인기 곡이 애플뮤직에서 누락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오는 30일부터 시작하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뮤직의 점유율을 높이는 차원에서 3개월간 무료 서비스 제공 계획 밝혔다. 논란은 음원 제작자들에게도 무료 서비스 기간동안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애플의 ‘방침’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결국 과거에도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스위프트가 또 다시 ‘총대’를 메고 나서면서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과거에 벌어진 유사한 갈등 양상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아직도 돈 내고 들어?” 한마디에 집중포화
국내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지 않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새로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를 내놓은 바 있다. 갤럭시 기기에서만 사용 가능한 이 서비스는 무료로 주요 음원을 라디오 방송처럼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문제는 바로 ‘무료’라는 점이었는데, 국내에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음원 시장은 불법복제에 대한 문제로 성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과거 소리바다 논란에서부터 시작된 이 논란은 소비자가 음원을 비롯한 무형의 콘텐츠 소비에 제 값을 치르지 않으려는 분위기에 대해 콘텐츠 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점차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소 엉뚱한 지점에서 분노가 폭발했다. 올해 초 밀크 서비스 페이스북 페이지에 “아직도 돈 내고 들어?”와 같은 다소 자극적인 문구가 등장하며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를 비롯한 음원 제작자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 이들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를 갖기도 했다. 결국 삼성전자 측은 사과문을 올렸고, 이후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은 잠정 중단됐다. 지난 4월부터 유료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음원 제작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원만한 계약관계를 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냅스터와 소리바다, 벅스까지
이 같은 갈등은 음원파일 공유 서비스와 스트리밍 서비스 등장 초기인 지난 1990년대부터 벌여 온 어찌 보면 ‘해묵은 갈등’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각극을 좁히지 못하는 이유는 음원 제작자와 사업자간 상당한 관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냅스터라는 서비스가, 이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 소리바다라는 서비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들 서비스는 사용자가 아무런 비용 없이 자신들이 가진 음원 파일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였다. 뒤이어 등장한 벅스뮤직의 경우에는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들 서비스들은 소비자가 보다 자유롭게 무료로 콘텐츠를 공유하는 지점에 목적을 두고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지만 음원 제작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창작물을 그저 도둑질하는 것에 불과한 행위라는 지점에서 갈등은 필연적이었다. 음원 업계 관계자들은 “창작자들이 애써 만든 콘텐츠를, 한 푼의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은 ‘불법 복제’에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만든 사람의 동의 없는 복제는 결국 ‘무전취식’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사실 두 진영의 갈등은 여기에만 있지 않다. MP3로 대표되는 디지털 음원 압축 표준에 대해서도 뮤지션들은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전설적인 뮤지션인 ‘닐 영’의 경우 “저질 음원이 지나치게 많다”며 직접 고음질(하이파이) 음원 재생기 개발에 나섰을 정도다. 스위프트도 앞서 다른 음원 스트리밍 사업자인 스포티파이의 일부 무료화 정책에 반발해 충돌한 적이 있었다.
결국 제대로 가치를 평가 받지 못하고 '값싸게 소비되는' 행태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셈인데, 그만큼 음악 산업의 미래에 대한 위기와 불안감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창작자 프렌들리’였던 애플, 사태 잘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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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아이튠즈와 앱스토어 등 콘텐츠 제작자, 개발자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으로 그동안 독자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아이튠즈의 경우 개별 음원 판매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뮤지션에게 70%의 수익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뮤지션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럼에도 애플뮤직을 둘러싼 실기로 맞은 위기에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선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비교적 원만히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진이 발빠르게 나서 저작권료 지급을 약속한 대응을 볼 때 처음부터 일부 내용이 다소 와전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IT 업계와 음원 업계간 갈등은 지속적으로 있어 온 만큼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