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인수 협상 일사천리…남은 과제는?

'백기사' 옵티스, 제조업·자금여력·인수의지 삼박자 갖춰

홈&모바일입력 :2015/06/17 10:08    수정: 2015/06/17 10:22

정현정 기자

청산이라는 벼랑 끝에 섰던 팬택이 마지막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친 매각 시도가 모두 불발로 끝난 가운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코 앞에 두고 극적으로 인수대상자가 나타났다.

최종 인수가 완료되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과거 매각 시도와 비교해 이번 인수 협상의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팬택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는 16일 옵티스컨소시엄과 팬택 간 인수합병(M&A) 양해각서(MOU) 체결을 허가했다. 이날 양해각서를 체결한 양측은 한 달 간 실사를 거쳐 내달 17일까지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양사 간 매각 협상은 불과 열흘 만에 급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이 이미 지난달 26일 법원에 법정관리 포기를 스스로 신청한 이후다. 하지만 이날 전격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계약 체결까지 한 달 동안 실사 절차를 마무리 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참여 주체들의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팬택의 새 주인이 되겠다고 나선 곳은 옵티스 컨소시엄이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옵티스는 삼성전기 출신인 이주형 대표가 지난 2005년 설립한 광디스크드라이브(ODD) 저장장치 부품 제조업체다. 지난 2012년 삼성전자 필리핀 ODD 생산법인인 세필을 인수하며 광픽업 등 부품에서 ODD로 사업을 확대했고,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합작해 설립한 광디스크 업체인 도시바삼성테크놀로지(TSST) 지분 49.9%를 인수하기도 했다.

기존 팬택 인수에 나섰던 업체들은 실체 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외국계 자산운용사로 인수 목적에 의문이 따라붙거나 부동산 개발 등이 주목적으로 제조업 경험이 전무한 업체들이었다. 이와 비교해 비록 분야가 다르기는 하지만 옵티스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업계에서 해외 사업 경험과 입지를 가진 중견기업이라는 점에서 일단 인수목적에 대한 논란은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매각 시도와 비교해 최종 인수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옵티스가 실체가 있는 회사라는 점”이라면서 “이동통신 기기를 제조한 경험은 없지만 광학장치 제조가 주력 사업이고 향후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 펀드를 유치해 팬택 인수에 나섰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명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백기사를 자청하며 등장했던 국내외 업체들과 비교해 실질적인 인수의사와 자금 여력이 있다는 판단도 법원의 양해각서 체결 허가에 영향을 미쳤다.

팬택은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세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기업이 나타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나서는 업체들이 있더라도 최소한의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2차 매각 시도 당시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와 수의계약을 시도했지만 결국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최종 무산된 전례도 있다.

하지만 옵티스 컨소시엄은 법원에 일종의 가계약금인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20억원을 납부하고 양해각서 체결을 허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컨소시엄에는 사모펀드인 EMP인프라아시아가 참여하고 있어 이를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옵티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5천996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이다.

본계약 체결 시한을 내달 17일로 못 박은 것도 양측의 의지 표현으로 읽힌다. 팬택 채권단과 옵티스 모두 인수 작업을 빠르게 진행시키자는데 뜻을 모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옵티스 컨소시엄은 한 달 간 실사를 거쳐 채권단과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수대금을 완납하면 매각 작업은 종료된다.

법원에서도 일단 최종 본계약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매각 공고하는 단계에서 진전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MOU 체결까지 이뤄진 만큼 일단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한다”면서 “다만 앞으로도 거쳐야 할 절차들이 있는 상태라 최종적으로 M&A가 성립되고 살아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 변수는 있다. 일단 앞으로 한 달 간 진행되는 실사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거나 가격 협상이 실패할 경우 매각 시도가 좌초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삼정회계법인은 제1차 관계인집회에서 팬택에 대해 계속가치 1114억200만원, 청산가치 1504억9500만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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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옵티스 컨소시엄이 국내에서는 연구개발(R&D) 위주로 사업을 운용하고 생산은 해외 공장을 통해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인수 조건과 가격 등에서 이견을 좁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실사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본계약이 체결되면 이후 절차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들을 모아 관계인집회를 열어 동의를 얻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인수대금으로는 주로 채권자들에 대한 채권 변제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