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의 '중국판 넷플릭스' 성공할까

쇼핑몰과 연계 추진…中 소비자 지갑 열까

인터넷입력 :2015/06/15 15:48    수정: 2015/06/15 18:0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넷플릭스와 유사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의 중국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알리바바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을 경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패트릭 리우 알리바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부문 사장은 14일 상하이 국제 영화제에서 “넷플릭스나 HBO와 유사한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앞으로 2개월 내에 동영상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서비스 명은 TBO(Tmall Box Office)로 명명될 예정이다.

마 윈 알리바바 회장. (사진=씨넷)

TBO는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외부 콘텐츠 뿐 아니라 자체 제작 콘텐츠도 함께 제공한다. 이 영상 작품들을 스마트TV와 OTT 같은 알리바바의 TV 플랫폼을 통해 송출할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전자상거래와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패트릭 리우 사장은 이날 “영화에 나온 배우들이 입고 있는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할리우드와 제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10%만 공짜, 90%는 유료 제공" 선언

알리바바의 이번 행보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알리바바가 텐센트, 바이두 같은 중국 업체 뿐 아니라 조만간 진출할 넷플릭스 등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효율적인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둘째. 유료 콘텐츠에 대한 중국인들의 거부감을 씻어낼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알리바바의 넷플릭스 대항마 준비 소식을 전하면서 “유료 TV 시청에 소극적인 중국에서 알리바바가 유료 콘텐츠 시장을 탐색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일단 알리바바가 발을 디딜 중국 동영상 시장부터 한번 살펴보자. 중국 온라인 동영상 시장은 지난 해 77% 성장하면서 239억7천만 위안(한화 약 4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18년에는 900억 위안(약 16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넷플릭스

현재 중국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는 텐센트, 바이두 아이키위, 소후닷컴, 레시인터넷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 (LeTV)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도 조만간 발을 들여놓을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전체 콘텐츠의 90% 가량을 유료 제공할 계획이다. 10%만 공짜 맛보기 서비스를 한다는 얘기다.

알리바바의 경쟁력은 역시 탄탄한 생태계다. 일단 스마트TV는 TCL, 힌센스 등 TV제조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여기에 영화, TV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해 중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유쿠투도우 지분 16.5%를 매입했다. 또 영화 자회사 알리바바픽처스 신주 발행을 통해 16억달러(약 1조7800억원)를 조달했다. 콘텐츠 마련을 위한 실탄을 충분하게 구비한 셈이다.

■ 불법 복제-고속 서비스 보급 부진, 어떤 변수?

알리바바가 부담스러운 것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외국 콘텐츠를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데 많은 제한을 가하고 있다.

알리바바 측도 이런 부분은 걱정없다는 반응이다. 리우 사장은 현지 인터뷰에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늘어나는 팬 기반을 바탕으로 인터넷TV를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점을 바꾸면 중국 정부의 이런 정책은 넷플릭스 같은 미국 업체와 대응하는 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판 넷플릭스’를 꿈꾸는 알리바바가 해결해야 할 부분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불법 복제다.

포브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3는 출시 24시간 만에 토런트에서 68만2천회나 다운로드됐다. 이 중 중국에서 다운된 것만 6만 건이 넘었다. 동영상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기 위해선 이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인터넷 이용 숫자에 비해 고속 서비스 가입 비율이 낮은 점도 향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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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포브스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가입자 중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최저 기준인 4Mbps 이상 회선에 가입한 비율이 약 27%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중국 고속 인터넷 이용 가구는 약 5천650만 건에 불과하다.

과연 이런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유료TV 마법'이 통할 수 있을까? 뜨겁게 달아오른 중국 인터넷 시장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