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레저용 차량(RV)에 웃고, 승용·친환경 차량에 울고 있다.
올해 들어 기아차의 RV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RV 누적 판매량은 8만375대, 전년누계대비 77.2% 오른 수치다.
기아차는 이달중으로 지난 1990년 소형 SUV 록스타 출시 이후 25년만에 글로벌 RV 판매량 1천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V가 회사를 부도 위기에서 구한 회생의 주역인만큼 기아차는 향후 RV 판매에 더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RV명가’ 기아차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추락하는 승용부문과 친환경차 판매 부진이다. RV 판매가 호조를 띄고 있지만 스스로 발목을 잡으면서 명과 암이 짙어지고 있다.
■기아차가 웃지 못하는 이유...‘승용·친환경차 판매 하락’
기아차는 RV 메이커가 아닌 세단, 소형차 등 승용부문도 생산하는 완성차 메이커이기도 하다. RV뿐만 아니라 다른 차종 판매도 증가해야 회사의 영업이익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아차는 RV 판매량에서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승용부문과 친환경차 부문 판매는 부진하다. 기아차의 올해 1월~5월 승용 누적판매량(내수)은 9만2천83대로 전년누계대비 18.4% 줄었다. 특히 5월 판매량에서 승용 부문 차량들의 판매가 모두 하락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러시아 루블화 영향으로 지난 2013년 대비 무려 19.0% 하락한 2조5천725억원의 연간 이익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올초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총 4종류(K5 하이브리드, K7 하이브리드, 쏘울EV, 레이EV)의 친환경 라인업을 연말까지 총 6종류로 늘리겠다는 것이 기아차의 목표다.
하지만 기아차는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보다 기존 친환경차 판매 증가를 위한 대책을 우선적으로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K5 하이브리드의 5월 판매량은 271대로 전년동월대비 35.0% 떨어졌다. K7 하이브리드의 5월 판매량은 230대로 전년동월대비 24.1% 하락한 수치다.
누적 판매량도 부진하다. K5 하이브리드의 1월~5월 누적판매량은 1천428대로 전년누계대비 38.0% 떨어졌다. K7 하이브리드는 1천173대로 무려 40.2% 하락했다. 전기차 모델은 기아차 판매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신형 K5, 승용 부진을 씻어줄 효자 되나
기아차는 내달 신형 K5 출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신형 K5의 고객층 확보를 위해 지난 4월 뉴욕오토쇼, 서울모터쇼 최초 공개 후 단계별 마케팅 전략을 펴왔다.
기아차는 서울모터쇼 공개 당시 ‘2개의 얼굴 7가지의 심장’이라는 신형 K5 전략을 발표했다. 크게 MX(Modern Extreme), SX(Sporty Extreme) 등 2가지 형태의 모델로 나누고 ▲2.0 가솔린 ▲2.0 터보 ▲1.6 터보 ▲1.7 디젤 ▲2.0 LPI ▲2.0 하이브리드 ▲2.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기아차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이 내장된 신형 K5 인테리어도 공개하는등 올 하반기 승용 판매량 증가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쏘울EV,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비에 전시 ‘친환경 라인업 홍보 강화’
기아차는 10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1층 로비에 전시되던 신형 쏘울을 철수시키고 그 자리에 쏘울EV(전기차)를 전시했다.
현대차그룹 로비에 전시되는 차종은 신차나 주력차종 위주로 채워지지만, 기아차는 평소 전례와 다르게 쏘울EV를 사옥 로비에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11일 양재사옥 로비에 전시된 기아차 3대(쏘울EV, K7 하이브리드, K9)중 2대가 친환경차로 채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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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관계자는 “올초부터 회사가 친환경 라인업 강화를 밝힌 만큼 사옥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의도를 더욱 분명하게 나타내기 위해 쏘울EV를 사옥 로비에 전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신형 K5 출시와 쏘울EV 전시 등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스스로 풀어나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전략이 국내 완성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