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페이스북 등 2천300여개 온라인서비스제공자(ISP)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유럽ISP협회가 우리나라의 웹하드 저작권 규제가 한-EU FTA(자유무역협정)를 위반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자칫 국내에서의 지나친 웹하드 규제가 당사국간 외교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9일 오픈넷은 유럽ISP협회가 우리나라의 저작권법 조항이 한-EU FTA 위반이라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반적 감시 의무를 위법한다고 본 유럽사법재판소의 최근 판결에 비춰볼 때, FTA 위반임이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유럽 ISP 협회가 문제를 제기한 부문은 한국의 저작권법 제104조다.
저작권법 104조에는 웹하드 사업자는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기만 하면 해당 저작물의 복제, 전송을 차단하는 필터링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웹하드 사업자는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저작권자가 요청한 저작물에 대한 필터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오픈넷은 “저작권법에서 규정한 예방적 성격의 필터링 의무는 전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규제”라면서 “문제는 한-EU FTA가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제10.66조)”이라고 밝혔다.
일반적 감시의무란 반드시 저작권자의 요청이 없어도 온라인서비스 제공자 스스로 취해야 하는 필터링 의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이용자의 전체 트래픽을 대상으로 기간 제한 없이 필터링 기술조치를 취해야 하는 모든 상황을 일컫는다.
오픈넷은 “국내 저작권법상의 필터링 기술조치는 모든 이용자의 트래픽에 대해 24시간 상시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비춰보면, 일반적 감시 의무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한-EU FTA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국내 저작권법은 외국과 마찬가지로 저작권자의 통지를 받고 침해 저작물을 삭제하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이 면책되는 이른바 통지-삭제 제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법 제104조는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으면 특정 저작물들에 대한 권리침해의 발생을 예방해야 하는 요청-차단유지 의무를 웹하드 사업자에게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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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법원이나 독일 대법원은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저작권 침해를 계속 감시해 차단하는 의무(통지-차단유지)를 부과하면, 이 역시 일반적 감시 의무에 해당해 위법한 것이라고 봤다. 다라서 유럽의 시각에서 볼 때, 저작권법 제104조는 한-EU FTA 위반소지가 크다는 것이 오픈넷의 판단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쥬메 회장과 이 문제를 논의했던 오픈넷 관계자는 “웹하드도 한-EU FTA에서는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로 분류되는데 협정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웹하드 사업자를 차별하면 조약 위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면서 “웹하드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통상분쟁으로 비화되기 전에 서둘러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