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천국’ 이스라엘 있게 한 ‘후츠파’ 정신

당돌함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현...실패 용인하는 문화 필요

홈&모바일입력 :2015/05/31 08:37    수정: 2015/05/31 13:24

이재운 기자

성공한 스타트업을 대거 배출하는 이스라엘. 삼성전자는 물론 유수의 세계적인 기업들은 앞다퉈 좋은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낸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있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강점을 만든 비결은 뭘까. 이스라엘 창업의 ‘대부’는 ‘후츠파’ 정신을 강조했다.

지난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삼성 플레이 더 챌린지 행사에 강연자로 나선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은 ‘창업 국가 이스라엘에서 배우는 도전 정신’이라는 주제로 이스라엘이 창업 국가로 도약한 배경을 소개했다.

생존을 위협받던 작은 나라의 절박함

이스라엘은 지난 1948년 우여곡절 끝에 건국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있는 여러 이슬람 국가와 갈등을 빚었고, 여러 나라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으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1967년 벌어진 6일 전쟁(제3차 아랍-이스라엘 전쟁) 이후 주요 무기 생산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위기의식이 고조됐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자체적으로 첨단 무기 개발에 나서야만 했는데, 이것이 기회가 되어 지금의 기술 강국 이스라엘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를 주도한 군(軍)은 무기 개발에 필요한 각종 과학 기술을 교육하고 개발했으며, 의무 복무로 군에서 최신 기술을 접하고 배운 젊은이들이 제대 후 창업에 나서면서 경제 활성화를 가져왔다.

또 하나의 배경에는 770만명, 남한의 5분의 1에 불과한 국토 규모로 인한 작은 내수시장이 있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전개하게 만들었다.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삼성 플레이 더 챌린지'에서 "'창업 국가' 이스라엘에서 배우는 도전정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과감한 도전,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속에 꽃피다

1990년대 들어 이스라엘 정부는 과감한 2가지 정책을 시행했다. 하나는 소련 붕괴 후 러시아에 거주하던 유태인이 대거 유입되자 이들 중 소련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을 활용하는 26개의 창업 인큐베이터를 운영한 것. 에를리히 회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이 인큐베이터는 현재 180여개 기업의 창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의 또 다른 도전은 스타트업의 혁신이나 개발에 대한 지원금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벤처 투자 프로그램인 ‘요즈마’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당시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웠던 환경에서 1억달러 규모로 시작한 이 투자 프로그램은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을 북돋워줬다.

후츠파 정신은 당돌함과 배짱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가령 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사나 교수에게 어떠한 질문이라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답을 모르는 경우에는 함께 토론하며 결론은 함께 도출하는 문화다.

기업 환경에 이를 적용하면 도전과 열정을 아우르는 ‘기업가 정신’과 만나 혁신을 향해갈 수 있게 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행에 옮길 것인가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요즈마 프로그램은 이 같은 후츠파 정신을 현실에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성공적인 결과가 도출되자 유사한 펀드가 10여개 생겨났다.

한국에서도 실현될 수 있을까

현재는 이를 민영화해 에를리히 회장이 요즈마그룹을 이끌고 있다. 요즈마그룹은 이스라엘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제 한국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요즈마는 스타트업 캠퍼스를 통해 이스라엘의 전문가와 멘토를 초빙해 지식을 전수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성공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스타트업 신화의 ‘상징’으로 떠오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국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모두가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 환경을 가질 수는 없다”며 “한국이나 중국은 각자 나름대로의 창업 환경이 있고, 이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 출연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연대보증제 폐지 등 실패를 용인해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는 창업 문화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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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작금의 국내 상황을 ‘기업가 정신’이 실종된 사회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창업 성공률은 낮다. 이스라엘에서도 성공률은 2.5%에 불과하다. 다만 그러한 실패가 쌓여 성공하는 창업으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창업 국가는 이런 실패를 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문화가 존재할 때 가능하다는 의미다. 마 회장은 '울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은 주로 남을 울리는 입장이었다”고 답했다. 시사하는 바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