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가 중국 서버 업체들과 연이은 통합시스템 사업 협력에 나섰다. VCE 연합에서 이탈하는 시스코의 빈자리를 메우고 한편으로는 부진한 중국 시장에서의 재기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가장 먼저 EMC와 협력을 발표한 중국 회사는 레노버다. 중국에 본사를 둔 레노버는 지난 2013년 IBM으로부터 x86 서버 사업 자산과 인력을 인수후 조직 통합을 마치고 올해 사업에 들어갔다.
■레노버 V스펙스
지난 1월 레노버는 x86 서버 사업 중 '플렉스시스템' 제품을 EMC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 'V스펙스(VSPEX)'에 결합되는 서버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EMC와 손잡고 프라이빗클라우드와 가상데스크톱환경(VDI)을 각각 겨냥한 통합시스템 제품 2종을 출시한다는 내용이었다. (☞관련기사)
V스펙스는 EMC가 검증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SW) 조합을 제시하고 기업들의 주문에 따라 실제 통합시스템 모델을 조립, 최적화해 주는 레퍼런스 아키텍처다. 레노버는 V스펙스 파트너로서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EMC 스토리지, 백업SW VM웨어 가상화SW와 결합한 솔루션을 공급키로 한 것이다.
■폭스콘 V스펙스블루
폭스콘이 레노버 다음으로 EMC와 협력하게 된 중국 회사다. 폭스콘은 이미 1년전 HP와 서버 생산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엔터프라이즈 부문 사업 확대 움직임을 보여 왔다. (☞관련기사)
지난 2월 폭스콘은 EMC 신제품 'V스펙스블루(VSPEX Blue)'의 서버 및 네트워크 장비 공급 파트너가 됐다. 당시 폭스콘은 EMC 스토리지와 데이터플랫폼, 주문제작 서버와 서버관리SW, VM웨어 가상화SW를 통합한 시스템에 '주문제작 서버'를 공급하는 역할로 소개됐다. (☞관련기사)
EMC측 설명에 따르면 V스펙스블루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모듈, 가상화SW를 결합한 형태로, 특정 업무용 가상화 인프라를 빠르고 간편하게 구축하려는 수요를 겨냥했다. 중소기업용 위한 IT업무 환경, 국외 또는 원격 사무실 업무, 대기업 부서별 업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용도에 대응한다.
V스펙스나 V스펙스블루나, VM웨어 가상화SW와 EMC 스토리지 및 데이터플랫폼에 파트너의 네트워크, 서버 장비를 결합한다는 콘셉트는 같다. 다만 공급 전까진 아키텍처 수준으로 제안되는 V스펙스와 달리, V스펙스블루는 EMC와 총판 파트너가 이미 조율한 규격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차이점이다.
■콴타 V엑스랙
레노버와 폭스콘에 이어 EMC와 손잡은 중국 회사는 콴타다. 지난 4일 IT미디어 더레지스터는 VCE 연합 이름으로 'EMC월드2015' 현장에서 공개된 랙 형태의 통합시스템 신제품 'V엑스랙(VxRack)'이 콴타의 서버를 쓸 것이라고 보도했다. (☞링크)
V엑스랙은 대기업과 서비스업체를 겨냥한 랙 장비 형태의 통합시스템이다. 랙 외장, 스위칭 모듈, 케이블, 냉각 및 온도조절 장치, 관리SW와 x86 기반 범용 서버를 함께 사용한다. IT운영을 중앙집중화해 자원을 통합하고 업무 및 부서단위로 공유해 가용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으로 묘사된다.
그 특징은 ▲EMC SW정의스토리지 '스케일IO(ScaleIO)'를 통한 매끄러운 확장 ▲가상화SW VM웨어 또는 KVM 지원, 가상화하지 않은 자원을 사용하는 '베어메탈' 방식 대응 ▲VM웨어 에보랙(EVO RACK)과 버추얼SAN(VSAN) 기반 통합 환경 ▲시스코 스위치 옵션 구성 지원으로 요약된다. (☞링크)
V엑스랙은 대기업, 서비스업체 인프라에서 VCE의 기존 통합시스템 'V블록(VBlock)'이나 그 후속모델 'V엑스블록(VxBlock)'과 같은 역할이다. 다만 V블록이나 V엑스블록처럼 블레이드서버, SAN패브릭, 스토리지어레이, 네트워킹패브릭, 랙 외장을 통합한 블록형이 아니라 랙 시스템 형태란 점이 차이다.
V엑스랙은 지난 3월 출시된 V엑스블록처럼 기존 EMC, VM웨어, 시스코의 '3자 동맹'이었던 VCE에서 시스코의 존재감이 희박해졌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V블록은 시스코의 네트워크 및 서버 장비를 품었지만, V엑스블록에선 시스코 네트워크 기술이 선택사항이고 V엑스랙에선 시스코 서버가 아예 없다.
■실적 부진 EMC, 대중국 친화력 확보 포석?
EMC는 서버 및 네트워크 하드웨어 공급 파트너로 레노버, 폭스콘, 콴타를 시간차 영입하며 기존 시스코의 흔적을 지워 가는 모습이다. 이로써 중국 파트너들의 서버 및 네트워크 하드웨어, EMC 자체 스토리지가상화 기술 스케일IO, 자회사 VM웨어의 네트워크가상화 기술 NSX 확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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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와 중국 제조사간 협력이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국외 감청 스캔들로 불거진 중국 시장의 여론 악화에 대응 카드로도 쓰일지 지켜볼만하다. 지난해 1월 미국 증시에 정보를 제공하는 샌포드번스타인은 EMC 등 미국IT업체들이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EMC는 지난 1월 공개한 2014 회계연도 실적에서 연매출 244억달러로 전년대비 5.2% 성장을 기록했지만 연간 순이익은 289억달러로 6.4% 하락했다. 당시 제시한 올해 매출 목표는 7.0% 성장을 전제한 261억달러로, 증권가 예상치였던 262억달러에 살짝 못 미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