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처음으로 제4 이통 허가를 위한 기본계획과 함께 주파수 할당공고를 동시에 내고, 사업자 선정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제4 이통 출범 여부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단말기유통법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제4 이통사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7일 KT가 깜짝 발표한 2만원대 음성무제한 서비스가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때문이다. KT에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빠르면 이번주중으로 유사한 수준의 요금제를 내놓다는 계획이어서, 제4 이통 사업자가 나오더라도 기존 업체와의 가격경쟁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예고되고 있다.
8일 미래창조과학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미래부는 제4이통 허가 기본계획과 함께 주파수 할당 공고를 내고 제4 이통 허가심사 절차에 들어간다.
미래부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이제는 정부가 허가기본계획을 만들어 공고를 내야 제4이통 신청이 가능하다”며 “이달 넷째주경에는 처음으로 제4이통 허가기본계획과 2.5GHz 주파수할당 공고가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음성-문자 공짜, 데이터요금 하락
제4이통 출범의 가장 큰 목적은 이동통신 3사로 고착화된 통신시장에 신규 사업자 진입을 통해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계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고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법 시행으로 사업자간 경쟁이 둔화되면서 제4이통사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소비자들은 정부가 보조금을 규제하면서 단말기도 비싸게 사야하고, 오히려 통신비 부담이 커졌다는 반응이다. 자연스럽게 제4이통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제4 이통에 대한 이같은 기대감은 KT가 파격적인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크게 반감됐다. KT는 지난 8일 2만원대 음성‧문자(SMS) 무제한, 5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상품을 내놓고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맞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유사한 수준의 요금제를 내놓을 전망이다.
제4 이통을 준비해온 예비 사업자들은 과거 3만원대의 음성‧데이터 무제한 상품을 내놓고 기존 이통3사와의 차별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KT에서 전격적으로 2만원대 음성 무제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제4 이통사들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꺽인 상황이다.
■ 정부, 제4이통 무조건 출범시킨다?
제4이통 출범을 위한 시장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단말기유통법에 따른 경쟁 둔화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제4 이통에 상당한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는 기존의 소매규제를 도매규제로 전환하면서 후발 사업자들에 유리한 시장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모바일의 필요성을 크게 절감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난제는 시장에서 만족할 만한 마땅한 플레이어가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간통신사업의 특성상, 당장 대규모 투자와 소비자 보호가 수반돼야 하는데, 이미 포화된 통신시장에서 이만한 투자능력을 갖춘 사업자가 참여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제4이통 출범이 투자 촉진과 시장확대, 일자리 창출 등에서 뚜렷한 효과를 낼 수 있고, 가계통신비 인하에도 긍정적이란 점에서 정부의 기대치가 크지만, 그렇다고 수준 이하의 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처음으로 허가기본계획을 세우고 공고를 낸다는 것이 마치 제4이통을 반드시 출범시켜야 한다는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며 “기본적인 입장은 제대로 된 사업자가 허가신청을 하면 심사해서 허가를 내준다는 것이고, 허가 기본계획은 제4이통사를 출범시키기 위해 정부가 정책을 만든다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 모바일 필요한 케이블TV, 제4 이통 도전?
현재로서 제4이통과 가장 궁합이 맞는 분야는 케이블TV 업계다. ‘집전화-초고속인터넷-유료방송-모바일’로 이어지는 방송통신 결합시장에서 모바일이 시장을 좌지우지 하고 있고, 모바일 분야가 취약한 케이블사업자들이 제4이통에 관심을 가질만 하기 때문이다.
케이블TV 1‧2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가 알뜰폰으로 모바일 사업을 하고 있지만 통신사의 망을 빌려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한다. 또 4‧5위인 CMB와 현대HCN은 알뜰폰 사업마저 없어 방송통신 결합서비스 경쟁에서 속수무책이다. 최근 케이블 가입자가 꾸준히 IPTV로 이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초기에는 이같은 이유 때문에, 케이블TV 사업자가 제4이통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최근에는 이들의 제4 이통 참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관련기사
- 제4이통 "월 3만원대 무제한"…어떻게?2015.05.12
- 케이블 업계, 제4이통 추진…통신판 흔드나2015.05.12
- 최양희 장관 “제4이통 긍정적 효과”2015.05.12
- 미래부 “연말께 제4이통 계획 밝히겠다”2015.05.12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초까지만 해도 참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지만 통신이 정체산업이라는 의견과 케이블 3위 사업자인 씨앤앰이 매물로 나와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통신사업을 적정 궤도에 올려놓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씨앤앰이 최근 분할매각 등 매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매각방식보다는 매각금액이 중요한 문제지만 제4이통보다 당장 돈이 되는 씨앤앰에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