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대 음성 무제한…난관 돌파할 '신의 한수'?

KT 음성시대 종말 선언…알뜰폰 사업자는 ‘타격’

일반입력 :2015/05/07 12:49

‘가계통신비 인하 요구에 대한 신의 한수냐? 아니면 가입자당 월 평균수익(ARPU)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

KT를 시작으로 이통사들이 2만원대에 음성과 문자(SMS) 무제한, 5만원대에 음성‧데이터 무제한을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전격 출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시달려온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과 ARPU 하락에 고심하던 이통사들이 절치부심 내놓은 카드라는 점에서 향후 여론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7일 KT는 이통사 중에 처음으로 2만원대에 음성통화와 문자를, 5만원대에 데이터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고 ‘데이터 요금 시대(時代)’를 선언했다. 이는 요금제에 상관없이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2004년 월 10만원에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했던 요금제와 비교하면 약 10년 만에 70% 저렴해진 것”이라고 평가하고 “LTE 고객 1천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4천304억원의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 음성요금제 시대 ‘종말’

이날 KT가 ‘데이터 요금 시대’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처럼 향후 이통사들의 요금제는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 데이터는 이용자의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구조가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음성요금의 폭락을 막고 데이터 시대로의 연착륙을 위해 애써왔다. 대표적인 것이 정액요금제다. 정액요금제는 사실상 무선데이터로 음성요금을 떠받치며 음성요금이 폭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의 산물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KT의 이번 요금제 출시는 사실상 음성요금제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 셈이다.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보급률이 크게 높아졌고, 무선에서도 유선보다 빠른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음성요금의 하락을 막으면서 동시에 데이터 시대로 전환을 꾀하는 데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단말기유통법이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최신 단말을 구입하기 위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패턴이 이어지면서 이통사들의 이 같은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지만, 현재는 이 같은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다. 단말기유통법 하에서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도 제공받는 지원금이 소비자들의 기대치 이하이기 때문이다.

특히, 집전화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인 KT가 ‘음성시대 종말’을 선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동전화가 집전화를 대체하면서 매년 수익하락을 고민해왔던 KT가 2만원대 음성 무제한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2만원대 이동전화 무제한은 유선분야의 수익 하락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 벗어날까…알뜰폰은?

KT에 이어, SK텔레콤,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이번 요금제 출시가 향후 가계통신비 인하에 대한 여론의 향방에 어떤 영향일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그동안 국회를 중심으로 기본료 및 요금인가제 폐지 등 가계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하지만 5만원대에 제공되던 음성무제한 서비스를 2만원대로 낮추면서 통신비 인하에 대한 직접적인 포화는 비켜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국회에서는 세월호 사건 1주기, 4‧29 재보선 등의 정치권 이슈로 인해 가계통신비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낮았지만 다가오는 6월 국회에서는 단말기유통법 개정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오히려 가계통신비 중 통신비 외에 또 다른 축인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위한 제도 마련 요구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시민단체나 국회에서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위해 이통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을 분리 공시하는 분리공시제도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2만원대 음성 무제한 서비스 출시로 인해 알뜰폰이 받을 타격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알뜰폰은 이통사들과 달리 음성 중심의 서비스로 시장에서 세를 키워오면서 LTE 전환을 꾀했지만 음성요금의 폭락으로 경쟁력이 크게 상실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알뜰폰의 도매대가 산정 등 알뜰폰 활성화 정책 발표를 코앞에 둔 정부의 고민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ARPU 높일 신의 한수?

단기적으로는 2만원대 음성무제한 서비스 출시가 이통사의 ARPU에 악영향을 주는 자충수가 될 것이란 잔망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의 행보로 읽힌다.

그동안 이통사는 최신 단말을 미끼로 신규‧번호이동 가입자를 대상으로 LTE 요금제로 전환시키거나 고가요금제로 유도하는 전략을 써 왔다. 그러나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신규, 번호이동, 기기변경에 동일한 지원금을 책정하면서 이 같은 전략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됐다.

때문에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3만원대 이하 저가요금제 비중은 45%에서 지난 3월 59.6%까지 높아졌고, 같은 기간 6만원대 이상 고가요금제 비중은 37.2%에서 10.0%로 낮아졌다. 실제, 지난 4분기에서 올 1분기까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ARPU는 각각 1%, 2.5%, 4.4% 하락했다.

한 이통사 임원은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가입한 이용자들의 ARPU가 기존 대비 평균 9천원 정도 하락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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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2만원대 요금제 출시는 통신사들이 이같은 위기상황에서 ARPU를 높여줄 차선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3~4만원대 저가요금제 가입자를 6~7만원대 고가요금제로 유인하는 전략을 펴왔지만 이제는 2~3만원대 가입자를 4~5만원대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선회한 셈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LTE 전환율이 3사 모두 60%를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LTE로 넘어 올 가입자는 상당부분 전환됐다고 보는 게 맞다”며 “현재 남아 있는 가입자는 LTE에 대한 요구가 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저가의 음성무제한 요금제로 이들을 LTE로 전환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