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터넷 댓글로 가슴에 상처를 입는다. 그냥 무시하고 말 댓글도 있지만, 차마 건드려선 안 되는 곳까지 파고드는 비수 같은 댓글도 넘쳐난다.
이로 인해 명예훼손 소송이 빈번해졌고, 심지어 자살을 선택하는 연예인들도 생겨났다. 별 다른 고민 없이 뱉어낸 댓글 하나가 도화선이 돼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소셜댓글 서비스 ‘라이브리’의 탄생은 바로 이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했다. “깨끗한 댓글로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 수 없을까”하는 고민의 결과가 현재의 라이브리를 만들어낸 것.
인터뷰에 응한 김미균㉚ 시지온 대표는 ‘인터넷’과 ‘소통’에 대해 꽤 깊은 철학적인 고민을 갖고 있었다. 라이브리도 댓글 작성 시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 등 소셜 계정을 이용해 손쉽게 로그인하게 해주자는 정도로 단순히 만들어진 서비스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댓글 필터링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지만 실패했어요. 단어를 살짝 바꾸거나 엉뚱한 띄어쓰기, 또는 특수문자 등을 넣어 빠져나가기 때문이었죠. 보다 쉽게 로그인을 할 수 있으면서도 친구에게 이 댓글이 공유가 된다면 보다 책임감을 갖고 쓰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바로 지금의 라이브리입니다.”
라이브리가 설치된 사이트 수는 2만 여개. 고객사는 900여개에 달한다. 많은 언론사나 주요 사이트들이 라이브리를 통해 독자 또는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뜻이다. 회원가입 없이 소셜 계정으로 접속이 가능한 탓에 이전보다 많은 이용자 참여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 8.0 버전인 라이브리는 내달 중 9.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이 버전부터는 넘버링을 떼어내고 ‘라이브리 시티’라는 이름을 사용할 예정이다. ‘시티’란 단어에도 김 대표의 범상치 않은 ‘세계관’이 담겨있다.
“문명을 이끌어나가는 건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온라인 문명이 생겨난 얼마동안 사람들은 원시인과 같았어요. 원시인처럼 할 말 못할 말 구분 없이 막 쏟아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규칙과 질서가 자리가 잡히기 시작했고 하나의 도시를 이루는 느낌을 받았어요. 라이브리를 설치하면 이 도시에 합류한다는 개념이에요. 사이트 관리자나 소유자가 바로 이 도시의 시장이고, 저희 시지온이 도시를 연결 시켜주는 관계수로를 맡겠다는 뜻입니다.”
라이브리 시티부터는 많은 기능들이 추가된다. 일단 ‘마이페이지’가 생겨 그 동안 라이브리가 설치된 사이트에서 작성했던 댓글들을 한 데 모아보고 관리할 수 있다. 또 사진이나 동영상 댓글을 다는 것도 가능해 진다. 나아가 ‘가면쓰기’ 기능이 도입돼 익명 댓글쓰기를 할 수 있다. 추후에는 마이페이지가 하나의 ‘패스포트’(여권)로 발전할 계획이며, 더 나아가서는 하나의 SNS로 탈바꿈할 가능성도 있다.
댓글이 곧 날 것 그대로의 여론이고 생생한 트렌드이기 때문에 이를 가공하면 의미 있는 분석 자료들도 뽑아낼 수 있어 이를 사업화 하는 방안도 시지온은 고민 중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라이브리 댓글에 언급된 키워드나 내용을 한 데 모아 봄으로써 위기관리를 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언론사들은 특정 이슈에 대한 네티즌들의 동향과 의견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얼마 전 시지온은 포스코기술투자로부터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에 미국 인큐베이팅 프로그램과 개인 투자금을 조금 받기도 했지만, 수억원 규모는 이번 투자 유치가 처음이다. 그 동안 투자 유치에 신중했던 시지온이 외부로부터 수혈을 진행한 이유는 간단하다. 서비스 이용자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 인력과 기존 인프라만으로 불어난 일들을 모두 소화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투자를 받으면 간섭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필요했던 건 간섭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조언이었어요. 일단 서비스를 사업화 하는 능력을 키우고, 더 중요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그 동안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런데 서비스가 잠재시기를 지나고 나니 정신없이 트래픽과 설치 사이트 수가 늘더라고요. 냉정히 판단했죠. 이제 우리 능력을 벗어날 만큼 서비스가 컸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겁니다.”
김미균 대표는 기업 문화가 확고해야 생산성도 보장된다는 신념하에 앞으로도 회사의 내실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 유치도 간섭이 아닌 사업에 있어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받는 수준에서만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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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비전은 라이브리를 아시아 최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거예요. 꼭 온라인에만 국한하지 않고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커뮤니케이션이 없는지 고민할 겁니다. 심지어 식물과 대화하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어요. 식물이든 사람이든 행복의 원천일 수 있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이에요. 회사가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도 있겠지만, 기술을 발전시켜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자는 게 저희의 고민이자 목표입니다.”
김미균 대표와 시지온 가족들의 고민은 사람과의 소통을 넘어 식물과의 소통에까지 나아가 있다.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식물들도 멸종의 위기에 처할 것이 뻔한데, 이들의 신호를 읽어내 환경을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까지 하고 있었다. 인터넷 기업에서 식물과의 소통이라니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뛰어난 혁신은 보통 이렇게 일어난다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