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합병·지분인수…잇단 구조개편 왜?

최태원 회장 복귀 염두한 포석 풀이

경제입력 :2015/04/20 15:21    수정: 2015/04/21 17:29

SK그룹의 경영구조 개편이 잇따르고 있다. 한 달 새 두 번째다. 지난달 20일 SK그룹의 큰 축인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SK C&C와 SK가 합병을 결정했다. 두 회사의 신설법인명은 ‘SK주식회사’다.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의 100% 자회사 편입과 SK C&C의 SK의 흡수합병은 다른 듯 보이지만 유사점이 있다. 그동안 경영 효율화나 시너지, 지배구조 개선과 안정화를 위해 끊임없이 제기된 이슈였다는 점이 그것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타이밍에 진행됐다는 사실도 맥을 같이한다.

20일 SK C&C와 SK는 이사회에서 각각 양사 합병을 결의하고 오는 6월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 C&C와 SK의 합병비율은 1대 0.74이며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합병 방식으로 진행된다.

SK 측은 합병에 대해 “합병회사는 총자산 13조2천억원으로 그룹의 지주회사가 된다”며 “안정적 지주회사 체계를 토대로 성장 드라이브 추진과 일자리 창출, 고객‧주주‧구성원‧사회 및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합병 결정, 지금 왜?

지난달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할 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지금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인수할 수 있는 적기”라고 분석했다. SK브로드밴드이지만 몸값이 너무 크면 인수에 부담이 되고 너무 낮으면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시가총액 차이가 1:0.059로 벌어져 개정된 상법에 따라 신주 발행 없이 자사주 교환을 통해 합병이 가능하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위험의 노출 없이 실제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어 100% 자회사 편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SK텔레콤이 주식매수청구 기준가는 1주당 4천645원이었지만, 발표 당일 SK브로드밴드의 주가는 5천360원으로 마감됐다. 이는 결국 주식매수청구를 하는 것보다 SK텔레콤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주주들이 오히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음에도 주식 보유에 나섰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SK C&C의 SK 흡수합병도 유사하다. 꼭 1년 전인 SK C&C의 주가는 14만4천500원이었는데 20일 현재(13시 기준)의 주사는 23만1천500원이다. 약 60%가 올랐다. 지난해 초 13만1천500원일 때와 비교하면 약 76%가 오른 금액이다. 이를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같은 기간 각각 4조3천500억원, 5조원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SK는 주가가 19만원, 19만500원에서 17만5천원으로 7.89%, 8.13% 하락했다. 시가총액으로는 약 7천44억원, 7천279억원이 증발했다.

그룹의 지주회사는 SK이지만 SK C&C가 SK의 지분 31.9%를 지배하는 ‘옥상옥’의 구조다. 하지만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SK C&C는 32.92%를 갖고 있는 반면, SK의 지분은 0.02%밖에 없어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이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SK C&C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SK 주가는 떨어지면서 SK C&C를 흡수합병 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합병 이후 최태원 회장 지분은 32.92%에서 23.2%로 낮아지기는 하지만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상장 지분 7.4%를 합할 경우 경영권 방어에는 크게 문제는 없다는 평가다.

결국, SK텔레콤이나 SK C&C 입장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SK가 흡수해야 될 ‘앓던 이’였는데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적기를 택한 셈이 됐다.

■ 최태원 회장 복귀 염두에 둔 경영 구조 정상화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100% 자회사 편입은 내달 9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돼 여기서 승인을 받으면 6월9일 주식 교환이 마무리되고 SK브로드밴드는 6월말 상장 폐지된다. SK C&C와 SK는 오는 6월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면 8월1일 합병이 마무리된다.

늦어도 8월까지는 SK그룹의 주력 업종인 통신, 에너지, 반도체 유통, 중고차 등을 책임지는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안정화된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의 주력 기업들이 올 하반기를 겨냥해 이처럼 경영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 이유에 대해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복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3년 2월 징역 4년형이 확정된 최 회장은 오는 2017년 1월까지 복역해야 하지만 통상 가석방이 형기의 70%를 채운 경우 이뤄진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 복귀를 감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SK그룹 관계자는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새로운 지주회사가 되는 합병회사의 직접 대주주가 되면서, SK그룹은 그간 ‘최회장→SK C&C→SK→사업자회사’로 연결되는 복잡한 구조가 ‘최회장→합병회사→사업자회사’로 간결해 지는 형태로 지배구조가 전면 혁신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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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날로 격화되는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그간 지적 받아 왔던 옥상옥 지배구조 이슈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며 “이에 가장 친 시장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SK와 SKC&C의 합병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SK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SK그룹의 매출과 수익이 역성장한 초유의 상황에서 더 이상은 물러날 곳이 없다는 판단아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두 회사의 합병이란 초강수를 선택한 것”이라며 “경영환경의 추가 악화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판단해 이 같은 지배구조 혁신안을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