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금융투자업에 눈 돌려야 하는 이유

컴퓨팅입력 :2015/04/06 16:34    수정: 2015/09/06 16:19

손경호 기자

핀테크는 그동안 금융권에서 소홀히 다뤄져 왔던 청년층 혹은 스타트업이나 중소상공인 등이 활용할 수 있는 소액대출, 전문지식이 없이도 가능한 빅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 등으로 확장해나가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지급결제수단으로서만 생각하다가는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동안 소액대출이 필요한 데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주식이나 펀드를 운용할 만한 수익이 없거나 투자방법을 모르는 일반 직장인 등이 앞으로 핀테크가 주목해야할 잠재고객들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자금과 정보력은 부족하지만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IT서비스에 능숙하고, 그동안 금융권에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그룹이라는 점에서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금융 및 핀테크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핀테크는 지급, 결제에만 머물러 있다는 얘기들이 자주 들린다.

카카오페이, 뱅크월렛카카오는 물론 근거리무선통신(NFC) 간편결제, 간편이체서비스인 토스(TOSS) 등은 모두 더 쉽게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나온 것들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 하나 사려면 수많은 인증을 거쳐야하는 국내 상황에서는 혁신이 결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좀 더 큰 그림을 조망할 필요가 있다. 핀테크 액셀러레이터를 운영 중인 오스트레일리아웰스인베스트먼트(AWI), KPMG 호주, 파이낸셜서비스카운슬이 공동 조사한 '50대 베스트 핀테크 이노베이터'에서 1위를 차지한 곳은 빅데이터 기반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웰스프론트(wealthfront)'라는 회사다. 현재 약 10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이 회사를 두고 포브스는 자동화된 자산관리서비스 영역에서 가장 큰 플레이어라고 평가했다. 퍼스널캐피털, 베터멘트 등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증권사와 국내 벤처캐피털의 모태펀드라 불리는 한국벤처투자 대표를 맡았던 서강대 경영학부 정유신 교수는 핀테크도 금융시장과 발달 순서가 같다며 물건을 사기 위한 결제송금으로 시작해 금융상품/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대출서비스가 등장하고, 금융투자시장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중국 알리바바가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해 알리페이라는 결제서비스를 내놓고, 위어바오라는 머니마켓펀드(MMF)를 통해 사용자들의 자산관리까지 진출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정 교수는 특히 결제와 직접 연동되는 은행, 카드사보다는 증권이나 캐피털, 대출, 자산관리와 같은 금융투자 시장이 핀테크를 통한 혁신의 핵심이 될 것으로 봤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던 대학생, 사회초년생, 중소상공인, 청년층, 스타트업, 중소상공인 등이 핀테크를 통해 자산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에 비해 유동성이 큰 금융투자시장에 웰스프론트와 같은 회사가 등장해 돈이 돌기 시작하면 잠재고객으로 남아있던 이들이 움직이면서 이전보다 투자가 활발해지고, 경제를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카이스트 이민화 교수는 지난달 한국핀테크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현재 대출의 경우 은행이 대기업과 같이 안전한 곳에 투자하되 3% 금리를 받는 시장과 대부업체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30%대 높은 금리를 받는 시장만 있다며 이들 사이에 신용평가등급 3, 5, 7등급에 대응할 수 있는 중금리 시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금리가 필요한 중소상공인들을 분류해낼 수 있다면 굉장히 거대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미국 온덱, 렌딩클럽 등은 전통적인 신용평가기관을 활용하는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 등을 토대로 사용자의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해주는 서비스로 성공했다. 물론 금융투자업이 대학생, 사회초년생, 스타트업, 중소상공인들의 손에 닿는 핀테크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먼저 결제를 제외한 금융투자업과 관련한 규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업법상, 핀테크 스타트업이 금융업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자본금이 높다. 더구나 금융실명제법상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본인확인을 해야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은 물론 P2P대출서비스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크라우드펀딩법안은 크라우드펀딩을 활성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자본금 규모를 1천만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핀테크 스타트업들에게는 관련 서비스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그동안 금산분리법, 개인정보보호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전자금융업법 등에서 크고 작은 규제들이 있었지만 이 보다 무서운 것은 금융감독원이 제시하는 금융감독규준이라며 법도 시행세칙도 아닌데 일종의 관행처럼 유지되고 있는 부분이라 핀테크를 포함한 금융 관련 스타트업들이 사업진출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는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보호 강도가 센 것으로 알려졌다. 불특정 다수의 정보를 수집해야하는 빅데이터 기술의 특성상 모든 이들에게 수집, 제공 동의를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대상이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는 정보만 익명으로 처리해 수집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또한 국내에서 중앙집중화되서 관리되고 있는 금융공동망을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 길을 터줘야한다. 금융IT업계에 종사하다 최근 보안 스타트업을 차린 김덕상 에잇바이트 대표는 우리나라처럼 모든 금융관련 서비스가 하나의 금융공동망을 통해서 제공되는 나라는 없다며 이 망을 관리하고 있는 금융결제원이 망을 활용한 서비스를 핀테크 스타트업과 공유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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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경우도 대출, 자산관리서비스 등 분야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전국 각지에서 흩어져 있는 서로 다른 개별 금융사의 금융망으로부터 일일이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각 금융사들이 관리하는 망을 하나로 모아 금융 관련 스타트업들이 일정 사용료를 지불하면 자사 서비스와 연동해 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요들리(yodlee)라는 핀테크 스타트업은 전 세계 1만2천500개에 달하는 금융망 연동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금융, IT업계 전반에 마치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개방형 핀테크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숙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전통금융회사들이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혁신을 담당한다면, 금융사들이 혁신을 지원하고 자사 서비스에 도입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과거처럼 핀테크 스타트업이 한 금융사와 협력한다고 해서 다른 곳과는 계약을 하지 못하게 하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