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인가 혹사인가?…데이터는 안다

SAP이 전하는 스포츠 데이터 분석 사례

일반입력 :2015/03/23 11:27    수정: 2015/03/23 11:33

<멜버른(호주)=임유경 기자>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투수 최동원. 84년 삼성라이온스와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 4승1패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지만 무리한 등판으로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은퇴할 수 밖에 없었다.

믿을 건 최동원 밖에 없다는 식의 감독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해 선수의 등판이 결정됐다면 어땠을까? 아마 더 오랫동안 현역으로 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각종 스포츠에서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는 '투혼'을 보여 줬다고 찬사가 쏟아진다.

하지만 선수 생명 관점에서 보면 투혼은 무리한 '혹사'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선수의 어깨, 등, 무릎, 손목 등에 가해진 부담이 견딜만한 수준인지 아니면 선수 생명을 갉아 먹은 혹사인 건지 현장에서 감독과 선수의 '감'만으로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센서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선수의 부상을 예방하고 선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기술이 관심을 끌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한 선수 관리는 최상의 상태인 선수를 적시에 기용해 팀의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축구대표팀은 센서와 실시간 데이터분석을 연습 경기 때마다 활용했다. 선수들이 센서를 부착하고 연습하면 운동량, 슈팅 횟수와 슈팅 방향 같은 정보가 수집되고 코치와 감독에게 전달된다. 감독은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을 살피고 선수 교체 타이밍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독일 축구대표팀에 데이터분석 솔루션을 제공한 글로벌 IT기업 SAP는 이런 시스템이 다양한 스포츠 경기에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야구와 비슷한 크리켓도 마찬가지다. 크리켓은 우리에겐 조금 생소하지만 야구의 원형이 되는 스포츠로 영국, 호주, 인도 등에서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20일 SAP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크리켓월드컵2015에 맞춰 미디어 행사를 열고 크리켓 경기에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분석 솔루션을 시연해 보였다.

SAP 랩스 솔루션 도입 담당 임원인 푸닛수팔(Puneet Suppal)은 태블릿용으로 만들어진 데모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전 호주 프로 크리켓 선수인 션 테이트는 팔에 간단한 센서를 부착하고 여러 차례 공을 던진 직후 푸닛수팔은 태브릿을 들어 보이며 투수(볼러)가 공을 던졌을 때 공의 방향, 공의 정확도 스피드, 공을 내려 놓았을 때 속도가 한순간에 측정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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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는 선수가 수면을 얼마나 취했는지, 수면의 질은 어땠는지, 훈련 중 착지 순간 발목에 가해진 압력이 얼마인지, 공의 속도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등이 기록된다.

푸닛수팔은 대시보드에 표신된 각 선수들의 기록을 보고 종합적으로 언제 누구를 등판시키고 언제 휴식을 취하게 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션 테이트 선수는 10년 넘게 투수로 활동하면서 끊임 없이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며 목과 척추에 대한 하중이 얼마나 되는지 진작 알았다면 적절하게 보호하고 선수생활을 연장할 수 있었을 것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