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내부에서 연령에 따른 호봉제 고수보다는 능력에 따른 임금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주목된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12일 오전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통상임금 개선위에서는 윤갑한 현대차 사장, 이경훈 노조지부장 등 노사 관계자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1, 2월 실시한 유럽 및 일본의 선진임금체계 벤치마킹에 대한 최종 결과보고서가 발표됐다. 현대차 노사 실무자와 자문위원들은 지난 1월 6일부터 9일간 독일, 프랑스를 방문해 유럽 선진기업들의 임금제도를 직접 조사했고 현대차 임금체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를 위해 노사 실무자들과 자문위원들은 독일과 프랑스의 사용자연합 단체 등을 방문했으며 독일 아우디 임금관리부서 팀장 간담회 등을 통해 유럽 자동차업체의 임금체계 변화 추이와 구성 사례를 살펴봤다.
또 유럽의 임금 전문가인 베르너 슈미트 독일 튀빙겐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현대차 임금체계의 개선 방향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이후 노사 실무자들과 자문위원들은 지난달 1일부터 5일간 일본을 찾아 노동단체를 방문하고 일본 미에단기대학 스기야마 나오시 교수 등 자동차업체 임금 전문가들과의 세미나를 가졌다. 이들은 일본 선진업체의 임금체계를 살펴보고 현대차와의 비교를 통해 합리적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
김동원 현대차 자문위원(고려대 교수)은 유럽과 일본의 벤치마킹을 다녀 온 후 현대차 노사에 던지는 화두는 '일'과 '숙련'의 가치를 반영하는 임금체계에 대한 고민이다며 현대차의 새로운 임금체계는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형평성과 회사가 목표로 하는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 잡힌 임금제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대차가 현재 경영환경에 맞는 임금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임금제도에 있어서 한가지 최선의 방안(One best way)은 없다며 현대차 노사도 고유의 노사문화에 맞고 현재의 경영환경과 전략에 가장 적합한 임금제도를 구축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연봉 호봉제’, 외국에서는 능력 위주의 임금 체계”
이날 발표된 해외임금 체계 벤치마킹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국내공장)의 기본급이 연령(근속)에 따라 임금이 매년 자동으로 증가하는 호봉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독일은 지식과 능력, 사고력, 재량권, 의사소통, 관리 능력 등에 따라 기본급을 1등급에서 17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임금이 차등 지급되는 구조다. 지난해 기준 독일 금속노조 바덴뷔르템베르크 지구의 사례를 보면 17등급의 임금은 1등급의 2.5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독일은 인사 평가, 목표 달성률, 효율성 등을 평가하고 이를 기준으로 능률급을 차등 지급(기본급의 30% 범위 내)하고 있고, 신체적 부담, 작업의 단조로움 정도 등 작업환경에 따라 작업수당(기본급의 10% 범위 내)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일본 토요타의 임금체계에 대한 조사 결과도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전의 도요타 임금체계는 현재 현대차와 유사한 기본급, 직능급, 연령급, 생산성급으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0년과 2004년 두 차례 걸쳐 임금구조를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타는 2000년 기본급을 연 1회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직능개인급으로 변경했다. 또 직능급을 직능 자격 등급에 따라 임금이 차등 지급되는 직능기준급으로 변경하는 등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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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는 2004년엔 나이에 따라 지급되는 연령급을 실제 숙련의 향상 정도에 따라 평가하는 습숙급(習熟給)과 역할급으로 변경함으로써 근로자의 작업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임금체계를 개선했다.
현대차 자문위는 마지막 총평을 통해 현 상황에서의 임금체계 개선은 쉬운 과제가 아니지만 현대차 노사가 당면한 관심사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