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 살리기' 나선 현대차, 실적만회 부심

판매부진으로 고전…"가격 높고 정체성 모호해"

일반입력 :2015/03/09 17:16    수정: 2015/03/09 17:58

현대자동차가 5개월 넘게 '아슬란 슬럼프'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야심차게 출시한 아슬란이 현재까지 판매실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슬란의 부진은 이달 초 공개된 현대차의 2월 내수 판매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현대차의 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아슬란은 지난해 11월 1천320대가 판매돼 기대를 높였으나 12월 992대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 1월 1천70대, 2월 1천54대가 판매되면서 실적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아슬란의 판매 목표치를 2만2천대로 잡았다. 이를 넘기 위해서는 월평균 1천830여대를 팔아야 하는 상황. 아슬란이 전륜구동 세단으로 제작돼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업계 예상은 이미 빗나간지 오래다.

■주력 고객층 설정 오류, 현대차 '아슬란 슬럼프' 주된 원인

'아슬란 프로젝트'가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 현대차가 출시 초부터 판매 주력 고객층을 잘못 잡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차는 당초 아슬란의 판매가 법인 고객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10월부터 1월까지의 아슬란 법인 판매 비율은 34%(약 1천231대)에 불과하다. 개인 판매(약 2천390대)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업무용 차량 선택을 깊게 고민했던 전자업계 소속 고위 임원은 아슬란에 대해 정체성이 없다며 현대차의 고급 세단인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는 나름의 아이덴티티가 있다. 그러나 아슬란의 가격과 스펙을 보면 차라리 제네시스를 타는 게 좋다는 의견이 강하다고 밝혔다.

현대차 아슬란의 최고급형(3.3리터 가솔린 모델)은 4천600만원대. 아슬란의 윗등급으로 알려진 제네시스의 3.3 가솔린 모델과 비슷한 가격대다.

■현대차, 시승 이벤트로 '아슬란 슬럼프' 극복할까

아슬란 법인 판매 전략이 신통치 않자 현대차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주력 고객층을 개인 고객으로 급히 전환하며 '아슬란 살리기' 작업에 발 벗고 나섰다. 현대차는 아슬란 시승 이벤트를 연이어 열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일부터 내달 23일까지 ‘아슬란 클래식 시승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과 아슬란의 정숙성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다. 현대차의 아슬란 시승 이벤트는 지난해 11월 이후 세 번째다.

현대차는 9일부터 오는 5월 10일까지 총 270명 고객 대상으로 출장자를 위한 아슬란 시승 프로그램도 동시에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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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이같은 시승 이벤트가 '아슬란 살리기'에 도움을 줄지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부터 SUV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상황. 또 현대차가 SUV, 친환경차 중심의 차량 판매 전략을 올해 초 전했기 때문이다. 이에 아슬란이 현대차의 상징으로 떠오를 수 있는 길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아슬란 시승 이벤트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슬란을 직접 운전한 고객들의 반응은 좋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아슬란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