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둥글게’를 외치며 화웨이가 등장했다. 먼저 링에 오른 LG에 이어 아날로그 감성 대열에 합류한 것. 삼성은 레드카펫 밟기를 잠시 미뤘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달구고 있는 ‘스마트워치’ 열전에 관한 이야기다.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2015에서는 ‘동그란’ 스마트워치가 주요 화두 중 하나다. 원형 디자인을 가진 스마트워치는 기존 밴드 제품과 달리 아날로그 감성을 강조하며 패션 측면에서도 상당한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앞서 개발된 대부분의 스마트워치가 ‘기기(Device)’ 개념으로 접근한 것에 비하면 이제 디지털 기능을 갖추고도 ‘시계’로서의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중심 축이 옮겨가는 추세인 것이다.
■화웨이의 깜짝 공개…’동그라미 바람’ 분다
화웨이워치의 등장은 깜짝 파티였다. 앞서 화웨이가 스마트워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공개된 화웨이워치의 외관은 ‘상당히 공을 많이 들였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는 둥근 형태의 스마트워치를 앞서 선보인 LG전자와 모토로라에 이어 기존의 아날로그 시계 느낌을 주는 추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LG전자는 지난해 공개한 G워치R에 이어 MWC에서는 ‘워치 어베인’과 통화 기능을 탑재한 ‘워치 어베인 LTE’를 잇따라 공개했다.
결국 업계가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기존 손목시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보다는 선호도를 겨냥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대형 업체들에 앞서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스위스의 액티비테가 비교적 큰 호응을 이끌어낸 점도 이같은 트렌드에 한 몫 했다.
다만 원형 디스플레이를 통한 사용자 환경(UI)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해보인다. 이안 포그 IHS 모바일 부문 수석연구원은 “화웨이의 원형 디자인 선택은 (운영체제인)안드로이드웨어가 주는 UI의 한계성과 마주했다”며 “사파이어 스크린을 탑재해 흠집에 강한 특성은 화웨이가 프리미엄 디자인에 방점을 찍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애플 보다 먼저” vs “신중히 반응 살펴야”
현재 스마트워치 시장의 최대 화두는 역시 ‘애플 워치’다.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때마다 성공 신화를 쓴 애플이 이르면 다음주 애플워치 공개 행사를 열고 다음달부터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공개된 디자인은 원형은 아니지만, 아날로그 감성은 충분히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와 화웨이, 모토로라 등 애플 보다 먼저 레드카펫을 밟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업체들과 달리, HTC와 레노버 등 다른 주자들은 우선 시장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그때 가서 뛰어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피터 초우 HTC 회장은 MWC2015 현장에서 가진 언론 대상 행사에서 스마트워치 출시여부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먼저 내놓기보다는 매우 조심스럽게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미국 씨넷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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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업체들도 애플워치 등 다른 제품의 성공 여부를 살펴보고 난 이후 시장에 참여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응이 너무 늦으면 자칫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애플과 함께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기존에 선보인 ‘기기’ 개념의 제품과는 다른 원형 디자인의 제품(코드명 오르비스)을 당초 올해 MWC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갤럭시S6 엣지에 주력하기 위해 공개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다음주로 예정된 애플워치 공개행사를 전후로 어떤 마케팅을 펼칠 지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