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에 목매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부는 성과 때문에 큰 것을 하려고 하는데, 사실 이미 한국의 은행 업무는 상당히 비대면 형태로 진행되고 있거든요. 누가 인터넷 은행을 만든다고 해서 크게 성공할지 의문입니다. 한국 실정에 맞는 핀테크 혁신이 필요합니다”(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국내 시장과 여건에 맞는 기술적인 혁신이 일어나야 하고, 또 성과주의에서 벗어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 그리고 국내 기업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6일 오전 굿인터넷클럽 세미나를 열고 ‘2015 인터넷 빅트렌드, 그 허와 실’이란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날 세미나에는 김유신 SK텔레콤 부장(IoT)·안병익 씨온 대표(O2O)·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핀테크)·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규제)이 참석해 각 전문 분야의 현황과 주요 과제들을 설명했다. 주제 관련 종합적인 설명과 사회는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가 맡았다.
먼저 최성진 사무국장은 최근 정부의 인터넷 산업 전반에 대한 육성 정책에 반가움을 드러냈다. 기존 정권에서 하지 않았던 인터넷 분야에 대한 규제 혁신과 지원 정책들이 박근혜 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다는 것. 또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금융계가 앞장서 금융 개혁에 힘쓰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풀이했다.
그러면서도 “규제가 해결됐는데 왜 여태 성과가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는 다 해결됐는데 기업들이 왜 안 뛰고 있느냐, 왜 성과가 안 나오느냐 얘기가 나올 수 있어 걱정돼요. 우리 기업들은 뛸 준비가 안 돼 있어요. 현행법 수준에서 사업을 하든지, 규제가 완전히 해결되면 본격적으로 하려는 자세기 때문이에요. 이러는 사이 성과를 내기 원하는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시장을 열어줘 버릴 수 있어요. 결국 또 국내 기업들은 한발 뒤쳐져 경쟁력을 잃을까 두렵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 임정욱 센터장은 국내의 규제 분위기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측면에서 얘기를 풀어갔다. 또 관의 힘이 워낙 강해 규제를 없애려 해도 여러 곳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정작 규제를 풀어줘도 자율적으로 하기 힘든 구조에 놓여 있다고 첨언했다.
“사고 발생 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해서 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누가 책임을 지겠냐 해서 액티브X 같은 불필요한 것들을 못 없애는 거죠. 미국처럼 기술 혁신들이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진화돼야 하는데, 지금은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톱다운 방식으로 급히 진행되다 보니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 토론자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다양한 시각도 제시했다.
김유신 부장은 여러 규제들이 산재한 상황 속에서 핀테크나 O2O보다 IoT 하드웨어 기술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것을 주문했다. 규제를 극복하려는 데 시간을 들일 것이 아니라, 해외 공략에 더 힘쓰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핀테크로 또는 O2O 스타트업이 해외로 나가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봐요. 하지만 IoT 하드웨어를 개발해 해외 시장 공략하기는 상대적으로 쉽죠. 서글프다고 볼 수 있지만 국내에서 만들어서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그게 바로 IoT가 가능한 분야고요.”
반면 임정욱 센터장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내수 시장을 기본적으로 가져가야 해외에서의 성공도 보장된다는 얘기였다.
“삼성이나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잘할 수 있던 비결은 내수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회사가 해외에서 성공하는 건 국내에서 성공하기보다 어려워요. 5천만 시장이 결코 작지 않거든요.”
이어 토론자들은 최근 방한한 피터 틸 페이팔 창업주의 말처럼 틈새시장 공략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특히 최성진 사무국장은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과거 우리는 왜 닌텐도를 못 만드느냐처럼 우리는 왜 페이팔이나 알리페이 같은 세계적인 결제 수단을 못 만드느냐”와 같은 시각을 경계했다.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실적으로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로 봐야죠. 대신 남들이 신경 못 쓰고 있는 틈새시장을 노려야 합니다. 이것으로 넘버원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넘버투, 넘버쓰리가 될 수 있거든요. 네이버 라인처럼 말이죠.”
임정욱 센터장 역시 스타트업들이 시작하는 분야가 편중돼 있음을 비판했다. 눈에 보이는 B2C 시장에만 집중한다는 것.
“피터틸도 말했지만 경쟁이 지나치게 심한 쪽에 들어가면 망해요. 경제 신진대사가 막혀있는게 한국의 현실이지만, 새로운 기술들로 인해 여러 기회들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새로운 기회로 안병익 대표는 O2O 시장을 지목했다. O2O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허리인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성장을 가져다줄 수 있는 틈새시장이 될 수 있음을 피력했다.
“소상공인들이 500만 명인데, 창업한지 1년도 안 돼 30%가 문을 닫습니다. 굉장히 열악하죠. 자영업자분들이 중산층이 되고 허리가 돼야 하는데 너무 어렵습니다. 하지만 O2O로 골목 안 점포들도 스마트폰으로 서비스하고, 마케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재능만 있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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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최성진 사무국장은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또 일어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대중들의 격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라는 게 결국 혁신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거든요. 혁신을 이루는 주체는 바로 기업입니다. 그래서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눈치를 살피고 있는 기업들을 응원해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