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결제, 춘추전국시대 시작되나

구글, 美 3대 통신사와 제휴…삼성-애플 행보 관심

일반입력 :2015/02/24 14:50    수정: 2015/02/25 09:5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모바일 결제 시장이 뜨겁다. 애플에 이어 삼성과 구글이 연이어 공세로 전환하면서 춘추전국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주 삼성이 결제전문 업체인 루프페이를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엔 구글이 소프트카드의 기술을 손에 넣으면서 모바일 결제 시장을 정조준했다. 소프트카드는 AT&T, 버라이즌, T모바일 등 미국 통신3사가 공동 설립한 결제 전문 서비스다.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AT&T 등에서 출시되는 안드로이드폰에는 구글 월렛이 기본 탑재될 전망이다.

구글은 당초 소프트카드를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 달 테크크런치는 구글이 1억 달러 미만 가격에 소프트카드 인수를 추진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전체 인수 대신 관련 기술을 매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탭-앤-페이 시장 급속한 성장 예상

모바일 결제는 휴대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흔히 '탭 앤 페이(tap-and-pay)' 서비스로 불리고 있다. 최근 들어 ‘핀테크 열풍’이 강하게 불면서 모바일 결제 시장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업체인 e마케터에 따르면 지난 해 미국 소비자 1천600만 명이 '탭 앤 페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거래 규모는 35억 달러. 이 같은 시장은 오는 2018년에는 이용자 5천700만 명에 거래 규모 1천18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만큼 내로라하는 IT업체들이 저마다 모바일 결제 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역시 애플과 구글, 그리고 삼성이 치열한 각축전을 선보일 전망이다.

지난 해 11월 톰슨 로이터 조사 때까지만 해도 구글 월렛 이용자 비중이 높았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 인터넷 이용자의 50% 가까이가 구글 월렛을 깔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애플 페이'가 공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애플이 불과 3개월 만에 상당한 기반을 닦은 것으로 평가된다. 애플은 아이폰 6와 6 플러스를 선보이면서 NFC 칩과 아이폰의 지문인식 시스템인 '터치 아이디'를 결합했다. 덕분에 이용자들은 애플 페이 서비스를 상당히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은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약 2천 개 가량의 은행과 신용카드 회사들이 애플 페이에 고객 정보를 제공하기로 한 것.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3대 카드 네트워크에서 플래스틱 카드 이외 결제 규모의 3분의 2 가량을 애플 페이가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역시 최근 루프페이란 결제 전문업체를 인수했다. 특히 삼성은 오는 3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에서 ‘삼성 페이’ 서비스를 본격 공개할 예정이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통신사 공동 결제 서비스는 사실상 포기 수순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미국 3대 통신사와 손을 잡으면서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양대 통신사인 AT&T와 버라이즌에다 T모바일까지 포함될 경우 미국 통신 시장의 80% 가량을 커버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애플보다는 삼성이 1차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애플은 iOS란 자체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구동하기 때문에 구글과 지금 당장 같은 시장을 놓고 겨룬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삼성은 다르다. 삼성 페이를 본격 가동할 경우 안드로이드 폰에 탑재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3대 통신사가 구글 월렛을 선탑재하게 되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은 구글 월렛도 별도 앱으로 다운받아야만 했다.

구글과 미국 3대 통신사의 이번 제휴는 다른 측면에서도 관심을 끈다. 구글 월렛이 지금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통신사들의 방해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많은 통신사들은 자신들이 공급하는 스마트폰에서 구글의 기술이 작동하는 것을 막아왔다. 구글은 통신사의 방해를 뚫기 위해 클라우드에서 결제 정보를 가져오는 HCE 기술로 맞불을 놓긴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소프트카드의 전신인 아이시스(ISIS)다. 버라이즌, AT&T 등이 2010년 조인트 벤처를 만든 뒤 곧바로 구글 월렛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신사들 역시 개발 문제가 겹치면서 2012년이 되어서야 소프트카드 앱을 선보일 수 있었다. 3사 공동 프로젝트였던 소프트카드 역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IT 전문 매체인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소프트카드는 매달 1천500만 달러 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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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3사는 모바일 결제 조인트벤처인 소프트카드에 수 억 달러를 쏟아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달 구글이 소프트카드 인수 협상을 진행할 당시 거론된 매매 가격은 1억 달러에 채 미치지 못했다.

구글과 계약 사실이 공개된 직후 소프트카드는 “우리 고객들도 탭-앤-페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대 통신사들이 구글 월렛을 기본 탑재하기로 한 만큼 소프트카드 사업은 사실상 정리 수순이라고 봐야 한다고 아스테크니카를 비롯한 외신들이 평가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