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사기관의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8일 제8차 ‘굿 인터넷 클럽 50’을 통해 ‘인터넷, 민주주의의 도구인가, 감시의 도구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인터넷의 역할에 관한 화두를 던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사인 김영미 PD는 인터넷의 보급이 ‘아랍의 봄’(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아랍 중동 국가 및 북아프리카로 확산된 반(反)정부 시위의 통칭)을 가능케 하는 주요 매개체였다고 강조했다.
독재 국가에 놓여있던 국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국민이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선출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여러 나라의 자유로운 문화와 사상들을 접하게 되면서 SNS(페이스북)를 매개로 집결했다. 독재자들이 권력을 세습하고 국민들의 자유를 강탈해 온 중동 국가에서도 인터넷이 들어가면서 민주화의 꽃이 핀 셈이다.
“아랍의 봄은 인터넷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튀니지, 이집트, 예멘 등 혁명이 일어나는 순서가 인터넷이 집 안에 보급되는 순서와 일치하죠.”
하지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원태 박사는 민주화를 이루는 데 순기능을 한 인터넷이 비민주적인 체제의 국가에서는 때론 시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우 철저히 인터넷을 통제하고, 정치 세력을 뒤흔들만한 위험이 감지될 경우 아예 경로를 차단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카톡 검열’ 사태로 대표되는 수사기관의 감청과 국정원 댓글 사태 역시 힘을 가진 ‘누군가’가 인터넷을 오용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의 효과를 절대시 하거나 낙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인터넷이 민주화의 열망과 요구가 결집돼서 폭발적인 에너지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기득권자와 통치자들이 반격을 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거든요.”
반면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권력 기관의 검열과 감시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얘기를 풀어갔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소통이 이뤄지다 보니 더 많은 사상과 흔적이 남게 됐고, 자연스럽게 검경이 사람들의 사상과 견해를 더 쉽게 보게 됐다는 논리다.
“인터넷이 감시의 도구라고 하는 건 난센스라고 봅니다. 인터넷이 가져다 준 게 더 많은 소통이고, 더 많은 사상과 흔적이 남기 때문에 검찰과 경찰이 우리의 사상과 견해를 더 쉬이 보게 됐을 뿐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새로운 안전장치가 마련되고 사생활 보호에 대한 규칙들도 발전해야 하고요. 또 국정원 댓글이 실제로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연구해서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의 사상 통제가 실현됐는지 인터넷의 순수한 역기능과 폐해에 대해서도 명확히 할 필요도 있습니다.”
김영미 PD는 계속해서 민주주의 도구로서의 인터넷을 강조했다. 비록 아랍의 봄 이후 독재자가 물러난 자리를 또 다른 군부가 몰려와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인터넷을 통한 민주화의 경험이 매우 가치가 있다는 얘기였다.
이원태 박사 역시 중동에서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으로 정치적 담론이 만들어지고, 읽고 쓰는 집단적 경험의 공유들이 이뤄지고 있음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재활성 되는 계기가 생기면 제2, 제3의 아랍의 봄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덧붙여 송경재 교수도 “한 번 민주화를 겪은 나라는 잘 잊지 못한다”는 말로 비록 아랍의 봄이 정치적 대안 세력이 준비가 안 돼 있어 온전한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지만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말로 인터넷으로 인한 독재 국가의 변화를 계속 기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인터넷이 민주주의 도구로 활용되기 위한 조건으로 ‘인권’·‘자유’·‘소통’이란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먼저 김영미 PD는 민주주의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면서 인권을 강조했다.
“주권이 침해되면 민주주의가 아니듯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했을 때 행복하고, 자기 기본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으면서 억울한 경험을 겪지 않는 게 최종 목표라고 봐요. 또 인권을 모르는 이들에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주어지면 매우 위험하다는 것도 말하고 싶어요.”
이어 송경재 교수는 인터넷이 저절로 자유화 되지 않는다면서 한국이 상위권 민주주의에 있다고 해도 기본권, 표현의 자유의 제한이 분명 있는 만큼 인터넷을 통한 민주화, 인터넷의 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인터넷 자유정신을 항상 환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터넷이 어떤 도움을 주고 영향을 줄 것이냐 했을 때 분명한 건 앞으로 계속 가야 한다는 거예요. 인터넷은 저절로 자유화 되지 않아요. 노력들이 분명 필요하죠. 사용자 뿐 아니라 모두 같이 노력해서 인터넷 자유정신을 항상 환기해야 권력과 외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 민주주의 도구가 될 것이냐, 아니면 통제의 도구가 될 것이냐의 잣대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어 이원태 박사는 인터넷이 민주주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인권, 표현의 자유 등의 규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낡은 사회 규범을 바꿔 가는 데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재차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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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박경신 교수는 인터넷의 여러 기능 중 하나가 사람들을 더 평등하게 만드는 속성이라고 제시했다. 강제력의 중심이 국가와 대기업들에게 있는데 이를 약화시켜줄 수 있는 게 바로 인터넷이란 설명이다.
“권력의 중심들이 인터넷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들을 해야 합니다. 방송도 권력의 중심에 서서 국민 여론을 조절하거나 조작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데, 아직 이런 부분에서 더 많은 노력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