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10 RTM, PC업계 구원투수될까?

일반입력 :2015/02/13 17:40    수정: 2015/02/13 17:53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운영체제(OS) 윈도10 RTM 버전이 PC제조사에 6월부터 공급될 것이란 소식이다. 윈도8이나 윈도7 때보다 1~2개월 더 이른 시점에 공급된다.

그동안 새 윈도 버전 출시로 특수를 누렸던 PC제조사에게 윈도10 RTM은 어떤 의미일까. 미국 지디넷 칼럼니스트 에드 보트는 윈도10 RTM 6월 제공설에 대해 ‘전통적인 개발 일정에 도전과제’라고 분석했다. PC제조사가 윈도10의 핵심기능 업데이트를 제외한 상태로 4~5개월 만에 PC 신상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RTM은 ‘Released To Manufacturing’이란 말의 줄임말이었다. 이는 소프트웨어의 모든 기능 개발과 안정화 작업을 완료한 사실상의 정식버전(GA)을 의미했다. SW를 완성했으니 PC 제조사는 그에 맞게 하드웨어를 만들면 됐다.

그러나 오늘날 RTM은 ‘Released To Manufacturers’를 의미한다. 새로 나올 OS를 제조사에게 제공한다는 단순한 의미에 불과하다. 이 윈도 RTM은 개발완료된 제품이 아니다. MS는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GA버전을 내놓기 전에 제조사에게 좀 더 이른 시점에 최신 윈도를 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다. 그러면서 MS도 윈도10 기능 추가 및 개선작업을 계속 한다. 윈도10 RTM과 윈도10 GA은 전혀 다른 OS일 가능성도 있다.에드 보트에 따르면 RTM은 제조사 외에 여러 대상을 겨냥한 용어다. 각각의 대상마다 다른 의미로 통한다.

MS는 윈도10에 이르러 한달에 한두번꼴로 새로운 프리뷰 빌드를 선보이고 있다. 윈도 인사이더 프로그램에 가입한 사용자는 윈도10 프리뷰 버전을 쓰면서 느낀 불만이나 요청사항을 MS에 전달하고, MS는 이를 취합해 윈도10 개발에 반영한다. 그간 나온 윈도10 프리뷰 빌드들은 모두 사용자경험(UX)에 차이를 보였다.

RTM은 윈도10의 UX가 확정됐으며, 해설서와 교육문서 등을 작성해도 무방하다는 의미를 담는다.

윈도8부터 MS는 OS에 포함돼 있던 기능을 앱으로 떼어냈다. 메일, 캘린더, 피플, 포토 등의 앱은 윈도스토어의 개별 SW로 존재한다. 윈도8/8.1 사용자는 윈도 OS 업데이트 대신, 윈도스토어의 앱 업데이트를 이용해 각종 기본 앱을 최신 상태로 유지한다.

윈도OS에서 분리된 기본 앱은 OS와 별개 버전으로 관리된다. 즉, 윈도10에 담기는 기본 앱은 OS와 별도로 개발된다는 얘기다. 만약 10월 윈도10 정식버전이 출시된다 해도 메일, 캘린더, 포토, 맵 등의 최신버전 업데이트는 더 미뤄질 수 있다.

OS에서 분리되는 앱 중 원드라이브가 있다. MS는 “윈도10 원드라이브의 일부 기능은 첫 공개 시점에 제공되지만, 일부는 올해말까지 업데이트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PC 제조사가 6월에 전달받은 윈도10 RTM은 일부 기능만 추가된 원드라이브 앱을 담게 된다.

하드웨어 제조사는 6월 윈도10을 받아 PC, 태블릿, 하이브리드 기기, 휴대폰 등에 통합하게 된다. 10월 MS의 윈도10 정식출시 시점까지 약 4~5개월의 개발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반면, MS는 10월 윈도10을 탑재한 서피스프로 신제품을 동시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은 미국에서 신학기 시즌과 연말 휴가 시즌에 진입하는 시점이어서 PC 신제품을 내놓을 최적의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다른 PC제조사가 4개월만에 윈도10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비해, MS의 서피스프로와 휴대폰 사업조직은 윈도10 개발초기부터 새 OS를 접할 수 있다. MS는 1년 넘는 시간동안 제품과 영업, 마케팅 등을 윈도10에 최적화할 여유시간을 갖는 셈이다.

6월에 나올 예정인 RTM은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퍼블릭 프리뷰 버전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현재 윈도10 프리뷰는 테크니컬 프리뷰로 개발자와 IT전문가들이 타깃이다. 윈도10은 6월까지 테크니컬 프리뷰로 유지되다가 일반 사용자 테스트를 위한 퍼블릭 프리뷰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PC제조사가 6월 MS에게 전달받는 윈도를 일반 사용자도 먼저 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PC제조업체들은 4~5년 주기로 윈도 PC 신제품을 개발해왔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윈도8의 경우 1년 단위로 대규모 업데이트가 이어지면서 PC 제조업체들이 MS의 로드맵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윈도10 기반 PC도 MS의 1년주기 업데이트에 맞춘 새로운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PC제조사가 수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성숙한 PC 제품을 시장에 유통시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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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10 출시 후 1년간 무상 업데이트한다는 MS의 정책도 PC제조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확실하다. MS는 윈도8부터 SW만 따로 살 수 있는 리테일 패키지 라이선스를 없앴다. 사용자는 윈도OS를 탑재한 디바이스를 구매해야 MS 윈도 라이선스를 살 수 있다. OS 없는 깡통 PC에 윈도10을 설치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윈도7이나 윈도8을 구해야 한다. 이는 오는 10월에 이르러 윈도7 및 윈도8 PC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예상하게 한다. 자칫 재고 제품의 판매량이 전체 PC 판매량에서 전에 없이 큰 비중을 차지할 공산이 크다.

윈도10 관련해 MS는 PC제조사보다 여러모로 유리한 입장에서 시작한다. 반면, PC제조사들에게 윈도10이 구세주가 될지는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PC제조사들은 지금 윈도10 관련한 이해관계를 놓고 주판알을 열심히 튕기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