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짧지만 강렬했던 법정 공방을 마무리했다.
지난 해 8월 MS의 소송으로 시작된 두 회사간 특허료 공방이 6개월 만에 종료됐다고 주요 외신들이 9일(현지 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삼성과 MS는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미국 법정과 국제상공회의소(ICC)에서 진행 중이던 특허소송을 종료했음을 밝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짤막하게 공지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 작년 8월부터 치열한 맞제소 공방
이번 소송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2011년으로 시간을 되돌릴 필요가 있다. 당시 삼성과 MS는 7년 시한의 포괄적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두 회사간에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2012년엔 라이선스 계약 1차 연도 로열티를 주고 받았다.
하지만 2013년 9월 MS가 노키아 휴대폰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삼성은 계약 위반이라면서 한 때 로열티 지급을 거부한 것. 공방을 벌이던 삼성은 2013년 11월29일 2차 연도 로열티를 MS에 지급했다.
이후에도 삼성과 MS는 노키아 인수 건을 놓고 팽팽한 이견을 보였다. 결국 MS는 지난 해 8월 뉴욕 지역법원에 삼성을 제소했다. 그러자 삼성도 그 해 10월 국제상공회의소(ICC) 국제 중재재판소의 중재가 끝날 때까지 소송을 미뤄달라는 청원서를 뉴욕지역법원에 제출했다.
MS가 지난 해 비즈니스 파트너 삼성을 제소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2차 회계연도분(2012년 7월~2013년 6월) 로열티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 지급. 구체적으로 MS는 삼성에 총 700만 달러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MS는 노키아 휴대폰 사업 부문 인수가 계약 위반이 아니란 사실에 대한 확정 판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 부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노키아 휴대폰 사업 인수는 두 회사가 체결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 삼성은 MS와 라이선스 계약(LCA)과 별도로 체결한 비즈니스 협력 계약(BCA)을 근거로 제시했다.
MS의 선제 공격에 맞서 삼성은 MS와 체결한 비즈니스 협력 계약과 라이선스 계약을 종결할 수 있다는 법률적 선언을 해 달라는 논리를 내세웠던 셈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MS는 지급 지연된 이자와 로열티를 받아내면서 노키아 인수가 삼성과의 계약 위반이 아니라는 부분에 대한 확인을 받고 싶어했다. 반면 삼성은 MS가 반칙을 했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겉으로 드러난 쟁점만 놓고 보면 합의가 쉽지 않아 보였다. 서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합의로 법정 분쟁을 전격 종료한 부분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때문이다.
두 회사가 어떤 조건으로 법정 분쟁을 끝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알 방법은 없다.
■ 특허료-비즈니스 관행 등 주고받았을 가능성도
물론 추론을 해 볼 수는 있다. 일단 MS와 삼성이 비즈니스 협력 및 라이선스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할 경우엔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에 합의로 끝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MS가 원하는 로열티를 어느 정도 충족해주면서 삼성의 비즈니스 계약 개선 요구가 반영됐을 것이란 추론을 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따져볼 부분은 두 회사간 라이선스 계약의 범위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의 지난 해 10월 보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당시 포스페이턴츠는 MS가 삼성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때 넥트의 동작 기반 기능 관련 기술을 비롯해 가상현실, 정보작업자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정보작업자 소프트웨어란 MS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을 대체하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것이 오픈오피스다.
사실상 MS의 핵심 특허 상당 부분이 대상에서 빠졌다는 얘기다.
라이선스 범위에도 제한이 있었다. 역시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안드로이드/크롬 기기 이외 삼성 제품들에 대해서는 GPLv2를 라이선스하지 않았다. 이 내용대로라면 GNU 운영체제나 리눅스 커널은 라이선스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크롬 기기 중에도 라이선스 대상에서 빠지는 제품들이 있었다. 삼성이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음성 통신을 주 기능으로 하지 않거나 웹 브라우징 전용 안드로이드/크롬 기기는 라이선스 대상이 아니다. MS는 또 화면 크기가 6.25인치 이하인 제품에 대해서도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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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가 합의로 법정공방을 종료했다면 이런 부분이 긍정적으로 고려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안드로이드 선두 주자(삼성)와 최고 로열티 수혜기업(MS) 간의 전격 합의로 안드로이드 시장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오게 됐다. 과연 두 회사는 어떤 조건으로 분쟁을 끝냈을까?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삼성과 MS 간 특허료 분쟁 종료를 바라보는 시선엔 궁금증이 가득 배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