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밀크 방정식’ 어떻게 풀까

기자수첩입력 :2015/02/08 14:40    수정: 2015/02/08 23:05

이재운 기자

실적 회복을 위해 갈 길이 바쁜 삼성전자가 ‘밀크 방정식’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음원뿐 아니라 콘텐츠 시장 전체에 걸친 고민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주 인터넷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밀크(MILK)’와 관련해 구설수에 올랐다.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가 “아직도 돈 내고 듣니?”라는 요지의 문구와 함께 올린 게시물이 화근이었다. 밀크 서비스가 당초 소비자가 ‘무료’로 음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원 콘텐츠 제작·제공업계와 갈등을 빚었던 점을 생각하면 문제의 소지가 큰 부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자가 게시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한국음원저작권협회(음저협)를 비롯한 콘텐츠 관련 종사자들의 반발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밀크 서비스는 엄밀히 말하면 무료는 아니다. 삼성전자가 중간에서 소비자 대신 돈을 내주는 서비스다. 이용 대상도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 사용자로 제한된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높아 많은 이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만 넘겨 볼 사안은 아니다.

음저협 등 음원 제작·제공 서비스 업계에서 우려하는 점은 ‘소비자 인식’에 관한 부분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 소리바다 논란 이후 국내 음원 시장은 불법 음원 유통과의 싸움을 진행해왔다. 콘텐츠에 대해 돈을 지불하기를 꺼려하는 국내 시장의 정서로 볼때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업계가 민감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표적으로 불거졌던 문제가 과거 소리바다와 함께 벅스뮤직에 관한 논란이었다. 당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광고 수익으로 충당하는 사업 방식을 취했던 벅스뮤직에 대해 음저협 등 관련 종사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갈등이 커졌고, 결국 벅스뮤직은 유료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한 발 물러서는 것으로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삼성전자는 자신들이 소비자 대신 음원 이용료를 대납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음원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콘텐츠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라는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제작자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어렵다.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음저협 등과 협의를 통해 올해 1분기 안에 유료 서비스 도입 등 의견 수렴을 통한 서비스 개편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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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자사 스마트폰 점유율이 자꾸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존 사용자들을 붙잡아 두고 새로운 사용자 유인을 위해 콘텐츠 생태계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정대로 올 1분기 내에 기존에 밝힌 바와 같은 서비스 개편을 실시할 것”이라며 “현재 음저협과 논의 중에 있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래저래 복잡한 방정식을 삼성전자가 어떻게 풀어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