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논란이 디지털 콘텐츠 시장으로 옮겨 붙고 있다. 갤럭시노트4가 그 논란의 중심에 섰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노트4에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 디지털 매거진 ‘페어퍼가든’ 등의 서비스가 무료 탑재돼 제공되고 있다.
밀크 서비스에는 장르별 음악 추천 등 국내 음원 360만곡이 라디오형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되며, 페이퍼가든에는 연말까지 잡지 27종이 무료로 제공된다.
휴대폰 제조사는 단말기의 차별화를 꾀할 목적으로 기존 시장에서 유료로 제공되는 콘텐츠를 무료 탑재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해당 업계에서는 ‘비싼 휴대폰’이란 소비자들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최신 휴대폰에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으로 맞서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무료 콘텐츠가 결국 단말의 원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이 같은 서비스가 불필요한 이용자들에게는 휴대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콘텐츠 업계에서는 불법 콘텐츠가 판을 치는 시장에서 수년간 어렵게 유료시장으로 전환해 놓은 것을 다시금 ‘디지털 콘텐츠=무료’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국내 콘텐츠 산업을 한 순간 붕괴시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유료 콘텐츠 시장 붕괴
콘텐츠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제조사가 단순히 단말기를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콘텐츠 유통시장 장악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일단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향후 유료화 단계로 나아갈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가시적으로는 제조사가 디지털 콘텐츠로 단말기의 차별화를 앞세워 소비자들이 ‘휴대폰이 비싸다’는 인식을 상쇄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대표적인 대중문화 콘텐츠인 음원, 매거진, e북 등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제공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비싸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최근 제조사뿐만 아니라 이통사들이 이 같은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단통법으로 인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통사들이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당근책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디지털 콘텐츠 무료 제공 역시 한 카테고리로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 시장이 불법과의 전쟁을 통해 어렵게 유료시장으로 안착하고 있는 가운데 제조사와 통신사의 이같은 행보는 다시 소비자에게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될 뿐”이라며 “콘텐츠 가치 훼손은 물론 장기적으로 유료 콘텐츠 시장 붕괴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이어, “뉴스 콘텐츠 역시 인터넷 포털이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오프라인 판매는 붕괴됐고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됐다”며 “제조사와 이통사가 음악, 매거진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확산시키면 결국 이 시장도 같은 꼴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업계 생존문제 인식, 반발 거세
이 같은 제조사의 행보에 가장 먼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다. 협회 측은 삼성전자 밀크 서비스 음원 구매를 대행하는 소리바다가 유료 서비스 제공 계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계약해지 통보에 나선 것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밀크 서비스 제공을 위해 소리바다와 음원 공급 대행 계약을 맺고, 소리바다는 협회와 음악 저작권 사용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유료로 부담해야 하는 것을 삼성전자가 대납하고 이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유료서비스 제공 계약을 위반했다는 것이 협회 측의 주장이다.
여기서 협회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소비자들의 이용료를 대납하는 구조가 음원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 결국 음원 시장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협회 측은 “협회의 정상적 이용 허락 없이 밀크 뮤직이 시장에 무료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라며 “음악업계 전체가 10년에 걸쳐 어렵게 만들어 놓은 합법시장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콘텐츠 산업의 육성을 창조경제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거대자본의 이익을 위해 콘텐츠들이 무분별하게 무료로 배포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콘텐츠가 시장에서 제 가치를 받을 수 있도록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단통법 개정안 잇따라…상한선 규제 폐지?2014.10.28
- SKT-KT, 단통법 후속대책 뜯어보니…2014.10.28
- 최양희 “단통법 '특단의 대책' 오해 없어야"2014.10.28
- 보조금 오를까?…단통법 이번주 최대고비2014.10.28
이 같은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은 “스마트폰을 비싼 값에 파기 위해 자본력을 앞세워 무료 콘텐츠를 미끼로 활용하는 것은 유료 콘텐츠 시장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창조경제 기조인 디지털콘텐츠 진흥정책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며 “음원시장의 경우 자본력을 앞세워 대기업이 무료음악을 제공하면 10년에 걸쳐 이뤄낸 합법 유료음악시장이 한 번에 붕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대기업이나 대자본이 무료를 앞세워 음악 산업에 진입하면 궁극적으로 산업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 번 흐트러진 산업의 기틀을 회복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