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 단통법 후속대책 뜯어보니…

소비자 기대치와는 거리감…정부 압박에 따른 처방전

일반입력 :2014/10/23 14:49    수정: 2014/10/24 08:51

23일부터 KT와 SK텔레콤이 하루 간격으로 단통법으로 인해 성난 소비자들의 불만을 누그러트리겠다며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일부 이용자층을 대상으로 하거나 기존 이용자들이 제기했던 일부 불만을 해소시켜 주는 정도다.

단통법의 취지가 모든 이용자들에게 차별 없이 보조금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꾀하는 것이었지만 두 사업자가 내놓은 대책은 이 같은 취지에 미흡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순액요금제 vs 프리미엄 패스

KT와 SK텔레콤은 공통적으로 약정 할인에 대한 위약금을 감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순액요금제’와 ‘프리미엄 패스’를 각각 출시했다.

순액요금제는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할 경우 그동안 할인 받았던 요금을 위약금으로 납부하는 형태에서 약정을 통해 할인받았던 금액만큼 기본료를 낮춘 요금제다.

반면, SK텔레콤의 프리미엄 패스는 6개월간 요금제를 유지한 가입자들에 대해 할인반환금을 면제해주는 요금제다. 다만, 69요금제 이상 가입자가 대상이다.

KT가 순액요금제를 오는 12월 출시키로 하고 아직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두 요금제의 직접 비교가 쉽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두 요금제 모두 공통적으로 약정 할인에 대한 위약금 부담만 없앴을 뿐 ‘조삼모사’란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순액요금제는 위약금에 대한 부담만 사라질 뿐 약정할인으로 받아야 할 혜택이 기본료 할인이란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프리미엄 패스 역시 약정기간 내에 해지를 하지 않는 한 무용지물인 서비스다. 오히려 고가요금제 가입이 불필요한 이용자들은 69이상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

결국, 이 같은 요금제는 그동안 이통사들이 소비자들에게 고가 요금제를 통해 고가 단말기 구입을 유도해왔던 기존 영업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약정 기간에 상관없이 잦은 휴대폰 교체를 부추기는 꼴이다.

■멤버십 혜택-출고가 인하? 요금인하 절실

KT는 단통법 후속 조치의 하나로 휴대폰 구매 시 최대 18만원까지 올레 멤버십 포인트로 휴대폰 할인구매를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KT가 밝혔듯이 이미 온라인 올레샵에서 가능했던 서비스이다. 보조금으로 활용하지 않을 경우 현금처럼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보조금 확대 개념은 아니다. KT의 상당수 가입자들은 이를 통해 VOD 구매나 편의점 이용 등에 쓰고 있다.

또 타사 가입자도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로 이동전화 뿐만 아니라 초고속인터넷과 집전화 등 유선상품에도 멤버십 포인트가 제공된다고 설명하지만 연간 누적 사용액이 30만원일 경우에도 2만 포인트에 불과하고, 최근 유무선 결합상품 가입률을 고려하면 KT가 아닌 타사 가입자들이 이로 인한 혜택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

아울러, SK텔레콤과 KT가 제조사와 협의해 갤럭시S4, G3A, G3비트의 출고가를 5만5천원~7만400원 인하한다고 발표했지만 이 역시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갤럭시S4의 경우 이미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난 단말에 해당돼 단통법의 과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단말이며, G3A와 G3비트의 경우도 G3의 하드웨어 사양을 낮춘 중‧저가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갤럭시S4 출시 이후 갤럭시S5, 갤럭시S5 LTE-A, 갤럭시알파, 갤럭시노트4 등 후속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구형폰의 이미지가 강한데다, 상향 조정된 보조금을 감안해도 한 때 ‘공짜폰’으로 풀렸던 단말을 할부원가만 34만4천6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청소년-6~7만원대 이용자만 혜택

KT와 SK텔레콤이 단통법의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청소년 안심데이터 45’나 ‘가입비 폐지’ 역시 모든 가입자가 아닌 청소년이나 신규‧번호이동 등 일부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모든 가입자에게 차별 없이 통신비 인하 효과’를 주겠다는 단통법의 취지와는 맞지 않다.

KT의 청소년 안심데이터 45의 경우 통신비 인하 없이 기본 제공되는 2GB 데이터를 모두 소진할 경우 400Kbps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이를 허용했을 뿐인데 이로 인해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입는지는 알 수 없다.

관련기사

SK텔레콤의 가입비 폐지 역시 10개월 앞당겨 이를 없앴다는 방침이지만 이 기간 동안 신규‧번호이동 가입자만 혜택을 입는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또 그동안 번호이동 때마다 가입비를 내야하느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입비 폐지로 920억원이라는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SK텔레콤의 설명과 소비자들의 인식에는 거리감이 존재한다.

또 KT가 다음달 1일 출시키로 한 ‘광대역 안심무한67‧77’의 경우도 월 기본 데이터 제공량인 15GB를 모두 사용할 경우 제한 속도를 400Kbps에서 3Mbps로 업그레이드 해준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6~7만원대로 요금을 올려 ‘데이터 무제한’으로 출시해 놓고도 사용량을 제한한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점을 감안하면 생색내기용 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