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2월 미국 최대 케이블회사인 컴캐스트가 라이벌인 타임워너 케이블(TWC)을 인수했다. 두 회사 합병은 케이블 뿐 아니라 초고속 인터넷 시장 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대형 사건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 등 정부 기관들이 승인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치인들이 컴캐스트 홍보팀이 작성한 합병 허용 청원 편지에 사인을 한 뒤 관련 기관에 보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IT 전문 매체인 더버지는 26일(현지 시각) 미국 정치인들이 FCC를 비롯한 기관들에 보낸 컴캐스트와 TWC 합병 찬성 청원 편지 중엔 컴캐스트 측이 대필한 것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 컴캐스트 대외 협력담당 부사장이 쓴 편지 그대로 발송
더버지는 지난 해 8월21일 기어 우드 조지아 주 라즈웰 시장이 FCC에 보낸 편지를 예로 들었다. 이 편지에서 라즈웰 시장은 컴캐스트는 한번 약속하면 바로 실행한다면서 “라즈웰 주민들은 컴캐스트를 몹시 좋아한다”고 썼다.
기어 우드 시장은 이런 이유를 들어 FCC가 컴캐스트의 TWC 인수를 승인해야 한다고 청원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편지는 컴캐스트의 대외 협력 담당 부사장이 쓴 것이라고 더버지가 지적했다. 기어 우드 시장 사무실은 컴캐스트가 작성한 기업 PR 문건에 서명을 한 뒤 FCC에 보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라즈웰 시 어느 누구의 목소리도 담기지 않았다고 더버지가 꼬집었다.
그 동안 컴캐스트는 미국 내 상당수 자치 기관들이 TWC와 합병을 찬성하는 메일을 보내오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이유를 들어 컴캐스트-TWC 합병을 승인해야 한다는 압력을 넣었던 셈이다.
이렇게 접수된 지지 서한 상당수는 컴캐스트 측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더버지가 전했다.
■ '독점 기업 탄생' 반대여론 무마 시도인듯
그 중 하나가 케이트 브라운 오리곤 주 국무장관이 FCC에 보낸 편지다. 더버지에 따르면 컴캐스트 측은 브라운 장관 보좌관들과 대화를 한 뒤 합병 지지 편지를 장관 사무실로 보냈다. 이 편지를 받은 브라운 장관 측이 서명을 한 뒤 FCC에 보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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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버지는 컴캐스트가 2008년 이후 브라운의 두 차례 선거 운동에 총 1만 달러 가량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컴캐스트가 지난 해 TWC 인수 사실을 공식 발표한 뒤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다. 케이블 뿐 아니라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독점 기업 탄생 우려가 크다는 게 비판의 골자였다. 컴캐스트가 대필 편지 공세를 펼치는 것은 이런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