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CES간 벤처CEO "한국IoT 산업 걱정된다"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대표 인터뷰

일반입력 :2015/01/15 08:31    수정: 2015/01/15 11:17

손경호 기자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CES 참가는 그가 10여년째 해오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노하우가 생겼다. 남들 다 묵는 CES 전시장 인근이 아니라 거리는 좀 멀어도 경치가 좋은 호텔을 잡는 여유까지 생겼다.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대표 얘기다.

그는 중간에 몇번씩 빠지기는 했지만 개근상을 받아도 될만큼, 10여년째 CES를 찾았다. 올해로 21년째 개인정보보호, 업무용 메신저 등 솔루션을 개발해 온 기업 대표이자 CES 단골 참관객인 그의 눈에 이번 CES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오 대표는 최근 몇 년 간 참가한 중에 최고였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많이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CES2015 참관 뒤 아직 시차적응도 되지 않았다는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대표를 최근 만났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이후 PC중심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CES는 아주 흥미로운 전시회가 돼 갔습니다. 올해는 무게중심이 사물인터넷(IoT)으로 넘어오면서 막연한 가능성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을 실감했어요.

오 대표는 국내서 일찌감치 아이폰을 사용한 얼리어답터이기도 하다. 웬만한 기기에는 꿈쩍하지도 않을 것 같은 그가 올해 CES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것 중 하나는 '마더(mother)'라는 IoT 전용 플랫폼이다.

마더는 오뚜기 혹은 눈사람 모양을 한 허브 역할을 하는 기기(마더)와 쿠키라는 이름의 센서들로 구성됐다. 쿠키를 칫솔, 커피포트, 신발 등에 부착하면 이 작은 센서가 사용자의 생활패턴을 파악해 마더로 전송, 마더는 다시 클라우드 서버에 해당 정보를 올린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과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양치질을 했는지, 내가 하루에 커피를 얼마나 마시는지, 얼마나 많은 거리를 걸었는지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아직 팔지도 않는 전시제품을 직접 사온 것도 있었다. 중국 회사가 개발한 스마트플러그는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로 연결해 각종 가전기기를 스마트폰으로 켜고 끄는 작업을 수행한다. 집 안에서는 물론 외출했을 때도 가전기기를 마음대로 켜고 끌 수 있게 한 것이다.

오 대표는 CES, RSA컨퍼런스, 가트너심포지움 등 행사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IoT, 클라우드와 같은 트렌드가 빠르게 일상에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전시회에서는 이미 생활 속에 저렇게 쉽게 구현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멀게만 여겨지는 새로운 트렌드가 이미 일상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전시회에 나온 제품들 중 '리스너(listnr)'라는 제품도 인상깊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리스너는 집 안에서 나는 소리를 감지해 스마트폰으로 어떤 상황인지를 알려주는 기능을 가졌다. 예를 들어 아이가 울면 리스너라는 스피커가 울음소리를 인식해 아이가 울고 있다는 정보를 사용자에게 전달해주는 식이다.

CES는 각국 대표 글로벌 기업들이 최신 제품을 선보이며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 대표는 각 나라별로 이렇게 평가한다.

10년 전에는 일본이 부러웠고, 5년전부터는 한국이 자랑스러웠는데 올해부터는 왠지 한국 IT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10여년 전 처음 CES를 방문했을 때 당대 최고 기업들은 소니, 파나소닉이었다. 그러다 디스플레이 기술을 앞세운 TV, 가전, 스마트폰 등을 내놓은 삼성전자, LG전자가 차린 대형 부스를 보게된 5년전에는 한국 사람이라는게 자랑스러웠다고 회고했다. 당시만해도 미국은 둔해보이고, 중국은 촌스러워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CES에서는 되레 불안감이 들었다는 것이 그의 소감이다. 이전까지는 국내 기업들이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확실한 리더십을 갖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새로운 감도 떨어지고 여전히 기존에 밀고 있었던 것을 고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 이유다.

디스플레이 화면, 각종 부품, 스마트폰에서 목격했던 혁신이 올해 CES 삼성전자, LG전자 부스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CES 고수인 그의 눈에는 메인부스가 포진한 테크 이스트관보다는 각국 중소규모 회사들이 부스를 차린 테크 웨스트관이 더 눈에 들어왔다. 헬스케어, 피트니스, 스마트홈 등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일상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전통적인 IT 종주국인 미국에 대해서는 인텔, 퀄컴 등이 요소기술을 개발해 큰 판을 쥐고 가려는 모습이 여전했다고 평했다. 중국은 지난 해에 비해서 훨씬 많은 참관객이 눈에 띈데다가 굉장히 많이 쫓아왔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미 애플이 공식 출시하기도 전에 중국에서 짝퉁 애플워치가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다시 이 나라의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IoT, 로봇의 열쇠인 디테일, 부품, 제조 부문에서 강점이 그대로 전시회에 녹여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성향이 비슷한 이스라엘 기업들은 여전히 비즈니스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천장에 매달아 놓는 스피커가 본인 외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한 제품을 내놓는가하면 흰 종이 위에 놓으면 알아서 움직이면서 프린팅하는 소형 프린터 등 참신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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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표는 10여년 전에는 한글로 된 안내문구를 볼 수 없었던 CES 전시장에 5년 전부터 한글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한국 사람들이 얘기하는 소리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이때부터는 한·중·일 기업들이 마련한 부스에 전시된 TV에서 모두 소녀시대가 등장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IT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의 전쟁터인 CES를 다녀온 국내 IT회사 대표의 불안감은 꼭 한 사람만의 목소리로 들리지는 않아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