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칩 시장에서 IBM 개방형 프로세서 진영의 공세가 인텔 독주를 위협할 것이란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투자정보사이트 모틀리풀은 지난달 31일 IBM이 주도하는 오픈파워 생태계에 구글, 엔비디아, 랙스페이스 등 여러 파트너가 합류한 이후 동향을 근거로 이같이 전망했다.
IBM은 2013년 8월 서버용 파워 프로세서 아키텍처 확산을 위해 '오픈파워(OpenPower)' 재단을 설립하고 인텔을 견제하기 위한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구글, 엔비디아, 멜라녹스 등이 초기 멤버로 참여했다. 이들은 파워칩 기본 기능을 제어하는 펌웨어를 IBM으로부터 오픈소스로 제공받고 칩 기술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해 자체 프로세서를 제작할 수 있다. (☞관련기사)
엔비디아는 오픈파워 출범 초기부터 자사의 칩셋 기술과 파워 프로세서를 통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2일 IBM이 수주한 미국 에너지부의 3억2천500만달러짜리 슈퍼컴퓨터 관련 사업(☞관련기사)에서 테슬라 그래픽 프로세서와 CPU 데이터를 GPU로 전달하는 'NV링크' 기술을 공급할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링크)
구글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쓰일 대량의 서버를 인텔과 AMD의 x86 프로세서 기반으로 자체 생산하는 회사인데, 인텔 및 AMD와 경쟁하는 IBM 파워 프로세서 생태계에 가담했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17일에는 클라우드 전문업체 랙스페이스가 새로운 오픈파워 멤버로 영입됐다. 구글처럼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텔칩에 많이 의존해 왔던 이 회사가 오픈파워 합류를 계기로 향후 오픈파워 기반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페이스북 오픈소스 하드웨어 개발 커뮤니티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와의 연계를 기대할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관련기사)
모틀리풀 기사를 작성한 티모시 그린은 IBM과 엔비디아의 대형(정부발주) 슈퍼컴퓨터 사업 계약은 오픈파워 진영의 협력에 기여할 사건이지만 또다른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인 랙스페이스의 합류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그에 따르면 인텔은 현재 서버 프로세서 시장의 98%를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에 구글이나 랙스페이스처럼 대규모 서버 인프라를 구축, 운영, 관리하는 회사 입장에선 다른 칩 제조사의 기술에 대한 선택권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들에겐 칩 공급업체 인텔의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할수록 커지게 된다.
전체 산업 관점에서도,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자연스럽게 인텔 x86 프로세서 위주의 판이 짜여진 상태다. 서버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인텔의 영향력에 맞서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대항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서버 칩 시장은 신규업체가 들어가기엔 진입 장벽이높고 제대로 된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중순께 공개된 인텔의 회계 3분기 실적을 보면 서버칩 사업을 포함한 데이터센터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약 50%에 육박한다. 지난 2009년에는 35%였다.
IBM은 그동안 파워 프로세서와 이에 기반한 서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독자 생산하면서 인텔 x86 서버 플랫폼 시장과 경쟁해 왔다. 대세가 x86 서버로 넘어갔다는 것은 기존 IBM의 파워 플랫폼 전략은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후 IBM은 오픈파워 재단을 설립하고 파트너들의 참여를 통해 파워칩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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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그린은 오픈파워에 가담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가 80곳 가량이고 랙스페이스는 파워 칩을 실제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최초의 주요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이며 이런 움직임을 뒤따를 회사가 더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오픈파워는 서버 시장에서 (인텔 생태계와 경쟁하려 하는) ARM 아키텍처보다 더 많은 성취를 해냈다고 주장했다.
IBM은 지난해 7월 회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며 올해 처음으로 오픈파워 진영에서 IBM이 아니라 다른 제조사가 만든 파워칩 기반 서버가 첫선을 보일 것이라 예고했다. 켄 킹 IBM 시스템테크놀러지그룹 오픈파워얼라이언스 제너럴매니저는 IBM 파워 아키텍처를 채택해 라이선스를 받은 최초의 서드파티 서버, 칩, 부품이 내년(2015년)초 시장에 나온다며 첫 제품은 클라우드 및 고성능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