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H&A사업부 사장이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혐의와 관련 내달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행사 후 조사를 받겠다던 종전 입장을 바꿔 30일 검찰에 출두했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의 출국금지가 풀릴 지 주목을 끈다.
조 사장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삼성전자 블루 크리스탈 세탁기에 물리적 압력을 가해 고의로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사장은 그러나 검찰 소환에 불응했고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압수수색 등 강경 대응을 펼치자 입장을 바꿔 이날 검찰에 출두했다.
조 사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4부에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오전 10시경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26일 검찰이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와 창원사업장에 들이닥쳐 3시간 여에 걸친 압수수색을 실시한 후 4일만에 벌어진 일이다.
LG전자는 그동안 검찰의 한달여에 걸친 수차례 소환요청에도 조 사장 출석과 관련해서는 “CES 이후 조사에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LG전자 임직원 4명은 이미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지만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조 사장은 소환조사 일정 조정을 요청한 바 있다. LG전자가 밝힌 조 사장의 소환조사 연기 이유는 사업전략 확정, 신제품 출시 일정 점검, 인사, 조직개편 등의 사업상 주요 일정이다.
검찰은 LG전자의 요청에도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12일 조 사장을 출국금지한데 이어 지난 26일에는 본사, 창원공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특히 LG전자 압수수색 후 이례적인 입장발표를 통해 “세탁기 파손행위에 직접 가담하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핵심 관련자는 수회에 걸친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압수수색 배경에 대해서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의 혐의를 가릴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수사상 필요한 최소한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검찰의 이같은 강경대응 속에서도 LG전자의 입장은 최근까지 변화가 없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26일까지만 해도 “CES 이후 조사에 응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조 사장이 CES 행사 후 조사에 응하겠다는 방침에서 뜻을 돌린 것은 검찰의 출국금지로 인해 CES 참석이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사장의 출국금지 기간은 한시적으로 다음달 10일까지로 돼 있다. CES 행사는 오는 6~9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조 사장은 LG전자 H&A사업부 수장으로 세계 최대 가전 행사인 CES에서 올 한해 주요 제품, 전략 소개, 주요 거래선과의 협의 등의 일정을 책임지고 있다.
CES에 참석하지 못하면 경쟁사 동향, 거래선과의 회의 등에 모두 불참하며 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결국 검찰 조사에 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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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사장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핵심 사업부 수장인데다 사안이 단순 재물손괴 등으로 경미해 소환조사 이후 출국금지가 해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날 조 사장의 검찰 출석에 대해 아직 조사중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