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스마트폰 시장 5대 키워드

중국 약진, 애플 건재, 삼성 위기, 단통법…

일반입력 :2014/12/19 16:28    수정: 2014/12/19 16:29

정현정 기자

2014년 한 해동안 IT 업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 중 하나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였다. 초기 ‘짝퉁 애플’로 유명세를 타던 이 신생 업체는 가격경쟁력에 기술력까지 갖춘 신제품에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세계 스마트폰 4위 업체로 뛰어오르며 시장을 달궜다.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제조사들의 역습으로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승승장구 하던 삼성전자는 기세가 꺾였다.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고 시장점유율도 크게 줄었다. 국내에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이중고를 겪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여전히 애플이라는 거대 경쟁자와 싸우면서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도전을 막아내야 하는 두 개의 전선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체질 개선을 위한 새판짜기에 돌입한 상태다.

LG전자는 올해 전략 스마트폰 ‘G3’의 성공으로 실적이 턴어라운드 하며 모처럼 도약의 기회를 되찾았다. 국내 벤처기업의 신화였던 팬택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매각이냐 청산이냐를 놓고 생사의 기로에 섰다.■‘갤럭시의 위기’…삼성 “변해야 산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은 위기의식이 고취된 한 해였다. 스마트폰 부진 여파로 지난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조6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10조1천억원)을 올린 지 1년 만에 실적이 반토막 났다. 시장점유율도 크게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4.4%로 1위를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년 동기 32.1%와 비교하면 7.7%포인트나 줄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를 필두로 한 중국 제조사들의 공세에 밀리면서 삼성전자도 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경쟁력 회복을 위해 새해 스마트폰 모델수를 30% 가량 줄이고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라인업 재정비에 나선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R&D), 제조공정, 마케팅, 유통 등에 들어가는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새로운 보급형 라인업인 갤럭시A 시리즈를 중국과 대만 등 시장에서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G3의 해’ LG 스마트폰 턴어라운드...미래는 '불안'

LG전자는 올해 전략 스마트폰 G3의 글로벌 출시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스마트폰 시장 진출 이후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G3 효과로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MC사업본부 영업이익도 1천67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전분기와 비교해서도 95% 상승했다. 이는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한 2009년 3분기 이후 최대치다. G3는 지난 2분기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3분기 글로벌 출시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직은 성공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삼성과 마찬가지로 내년도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어려움이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시장전문 조사 업체인 가트너가 최근 발표한 올 3분기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 조사에서 5위권 밖으로 추락했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1위는 7천321만2천400대를 출하해 24.4%의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차지했으면 애플(3천818만6천600대), 화웨이(1천593만4천900대), 샤오미(1천577만2천500대), 레노버(1천501만1천900대) 순이었다. LG전자는 기타등등에 속했다.

G3 성공을 이끈 박종석 사장이 연말 인사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면서 조준호 사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은 LG전자 MC사업본부는 내년도 차별성이 약한 ‘G프로’ 시리즈를 단종시키고 G3 후속 모델인 가칭 ‘G4’ 출시에 역량을 모으는 등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

■위기의 팬택, 운명의 갈림길에

국내 벤처신화의 상징이었던 팬택에는 올해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스마트폰 시장이 제품과 서비스 보다는 마케팅 경쟁 위주로 재편되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팬택의 영업이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 3월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대규모 영업정지 조치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결국 지난 8월 다시 법정관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결국 독자 생존을 포기한 팬택이 공개매각 절차에 착수했지만 지난달 21일 마감된 M&A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가 없어 무산됐다. 이후 팬택 경영진과 채권단은 2차 M&A를 적극 추진하며 투자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의치가 않은 상태다. 이번에도 매각에 실패할 경우 청산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팬택은 최근 스마트폰 베가아이언2 출고가를 78만3천200원에서 35만2천원으로, 베가 팝업 노트 출고가를 35만2천원에 내놓는 등 파격적인 할인 판매에 나섰다. 이와 함께 팬택 임직원들도 내년 봄까지 월급 20%를 회사에 반납하기로 하고 임직원 절반 정도가 휴직에 나서는 등 자구 노력을 시행 중이다.

■단통법 시행, 시장은 꽁꽁

10월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국내 휴대폰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휴대폰 구입 시 보조금이 최대 30만원으로 제한되면서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입 부담이 크게 늘어난 셈이 됐다. 자연스레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특히 국내 제조사들의 타격이 큰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월 115만7천대 규모였던 국내 휴대폰 시장은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 10월 75만2천대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11월에는 122만5천대로 이전 수준을 회복하긴 했지만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등 애플 신제품 판매 호조에 따른 반짝 효과였다는 분석이다.

이에 제조사들도 제품 출고가를 줄줄이 내리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출고가 이하에 나선 스마트폰은 총 24종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와 갤럭시S4의 경우 각각 7만7천원과 5만5천원을 인하했고 LG전자도 G3 가격을 10만100원 내렸다.

■중국 약진, 애플 건재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거대한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스마트폰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슈의 중심에 있는 샤오미는 지난 7월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후 판매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고 동남아 시장을 거쳐 유럽과 북미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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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삼성전자와 2위 애플을 제외하면 상위 5개 업체 중 3곳이 중국 제조사였다. 화웨이는 지난해 4.7%에서 올해 5.3%로, 샤오미는 1.5%에서 5.2%로 점유율을 높였고 레노버도 5.0%의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 9월 신제품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내놓은 애플은 첫 주말 동안에만 사상 최대 1천만대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열풍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최대 4인치 화면 크기를 고수하던 애플은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출시하면서 화면 크기를 각각 4.7인치와 5.5인치로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