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폰 떠맡은 '전략통 조준호'의 숙제

'중국발 쓰나미' 어떻게 넘을 지가 관건

일반입력 :2014/12/01 07:30    수정: 2014/12/02 09:30

'LG 전략통' 조준호 사장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의 수장에 올랐다. 그는 여러 모로 주목 받는 인물이다. 그룹 내 최연소 사장이자 그룹 내에서도 자타가 인정하는 전략기획통이다. 그는 과거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정보통신사업 부문 전략담당과 북미사업부장을 역임했다.

당시 조 사장은 북미 지역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싸이언’ 브랜드를 현지 젊은 층에 널리 알린 업적이 있다. 그룹 내에서 장삼이사(張三李四)나 다름없는 그런 차원의 인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그가 지난 4년 동안 불철주야 끝에 스마트폰 사업을 턴어라운드 시킨 엔지니어 출신인 박종석 전 MC사업부 사장을 대신해 돌아온 것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처한 여러 정황을 봤을 때 그룹을 움직이던 인물이 일개 사업부 사장으로 내려 온 일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경영 수뇌부가 그만큼 현 스마트폰 사업이 안정궤도가 아닌 언제든 궤도를 이탈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는 대목으로도 읽힌다.

만약 그렇다면 조준호 사장의 책임은 매우 막중하다. 뿐만 아니다. 그의 어깨에 향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확대해 해석할 수 있다. LG전자가 모든 것을 걸고 스마트폰 사업에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올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외형적으로는 안정 궤도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LG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는 세계 3위다. 하지만 출하량 기준(1천680만대)으로는 5위권 턱걸이다. 이미 중국 샤오미와 화웨이에게 뒷덜미를 잡힌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자칫 5위권 밖으로, 아니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시간문제다.

실적으로 보면 3분기 매출액 4조2천470억원, 영업이익 1천674억원이다. 2010년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는 자칫 착시일 수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많이 팔아 올린 순수 영업이익이 아닌 마케팅 비용절감과 원가절감 차원에서 이룬 성과일 수 있다.

미안한 얘기지만 스마트폰 프리미엄 시장은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이 양분하고 있다. LG전자의 G시리즈는 선택 순위가 다르다. 아직 갤럭시와 아이폰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국내외 안팎에서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특히 국내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실시된 이후 시장 축소는 물론 보조금을 태우기가 예전만 못하다. 보조금이 아닌 오로지 소비자의 선택이 단말기 업체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의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다.

그런 탓에 조 사장 앞에 놓인 첫 번째 시험은 내년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의 진검 승부다. 삼성과 애플이 이미 위기를 절감하고 있는 마당에 이를 가장 먼저 맞닥드려야 할 업체는 바로 LG전자다. 이미 중국 샤오미와 화웨이는 자국 내 성장을 기반으로 인도, 중남미 등으로 확장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조 사장이 중국 업체와의 마지노선을 어느 지점으로 고민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격전지는 역시 포화된 기존 시장이 아닌 성장 여지가 있는 신흥 시장이 될 공산이 크다. 과거 사례를 볼 때 휴대폰 시장에서는 이미 한번 잃은 자리를 다시 찾는 경우가 거의 없다. 스마트폰의 기술과 외형이 엇비슷해지면서 소비자 구매의 쏠림 현상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금력과 규모의 경제를 이룬 중국 업체들은 시간이 갈수록 경쟁하기 버거운 상대가 되어가고 있다.

두 번째는 LG전자가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느냐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는 과거 10년 전 피쳐폰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빛의 속도처럼 빠르다고 한다.

‘짝뚱 애플’로 불리던 샤오미는 창업한 지 불과 3년여 만에 글로벌 3위 기업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3분기엔 중국 현지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창업한지 4년도 안된 신생 기업이 수십년간 휴대폰 사업에 매달린 기성 업체들을 링 밖으로 내려 보내고 있는 셈이다. 생각할수록 무서운 일이다.

이는 조직문화 혁신과도 연계되어 있다. 과거 LG전자는 제품이나 시장 대응에 늦다는 꾸지람(?)을 많이 들었다. 업체 관계자는 “정확히 반박자(6개월) 늦는다”고 말한다. 반박자 대응이 리스크를 줄이는 일종의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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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향후 수 많은 플레이어들이 부침을 거듭할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템포 늦은 대응은 자칫 막다른 골목에 갇힐 수 있다.

여러 승부의 지점을 종합해 볼 때 내년도 조준호 사장 앞에 놓인 길은 평탄한 오솔길이 아닌 험로일 가능성이 높다. 조준호 사장의 별명이 전략통이라고 한다. 위기일 때 진가를 발휘하는 이가 진짜 전략가일 것이다. 2015년 조 사장이 풀어낼 스토리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