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대표는 검색 포털 사업자 3사가 한자리에 모여 “인터넷 규제의 최소화”를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특히 국내 토종 인터넷포털들은 구글에 이어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업체들이 무차별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는데, 국내 업체들은 이중삼중의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 주최로 ‘규제 일변도의 인터넷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은 연세대 조광수 교수가, 주제발제는 권헌영 광운대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네이버 정민하 정책협력실장·다음카카오 김수 대외협력실장·구글코리아 이재현 정책협력실장·법무법인 세종 윤종수 변호사·미래창조과학부 송재성 인터넷정책과장이 참석했다.
먼저 발제자인 권헌영 교수는 인터넷 규제를 만드는 사람과 이를 적용받는 수범자가 이원화 돼 있다보니 ‘유체이탈 화법’과 같은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인터넷 정책 부문이 더 이상 특수분야 정책이 아닌 만큼 공론화 시킴으로써 국민적 논의, 헌법적 논의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인터넷 사업 전문가들만의 논의에만 그쳐선 안 되다는 얘기였다.
권 교수는 “우리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지역, 학교, 종교 등 다양한 공동체들이 복원돼야 한다. 규제 일변도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인터넷과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자꾸 전면에 나서기 보다 이 역할을 일부 공동체가 가져가고, 국가는 이 플랫폼이 잘 운영될 수 있는 관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인터넷 규제의 내용은 모두 국민을 향한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현재 인터넷 규제 논의의 환경은 사이버 감청과 검열 등과 같은 단기적 정책이념이 곧바로 충돌하는 수준인데 우물 안에서 벗어나 같이 고민하는 판을 짜고 이를 국가 논의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인터넷 포털업체들중에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국내사업자는 역차별 문제를, 구글은 ‘글로벌 표준’ 프레임 안에 맞춰 인터넷 규제의 최소화를 주장했다.
다음카카오 김수 실장은 PC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외산 서비스들이 절대적인 힘을 얻은 반면 국내 사업자들은 규제로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오프라인 규제가 온라인에서 적용되는 문제, PC인터넷 환경 규제가 모바일 환경에는 맞지 않는 문제 등이 있다”며 “빠르게 변하는 산업환경을 이전 법제도가 따라잡지 못하거나 여러부처가 서로 규제하려다가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 실명제를 예로 들며 “국제적인 경쟁이 이뤄지는 가운데 국내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특이한 법제도가 있다”면서 “여러 부처에서 이뤄지고 있는 규제의 일원화가 필요하고, 협의체라든지 뭔가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구글코리아는 정부의 관여나 간섭은 최소한으로 국한돼야 한다면서 현 국내 인터넷 정책을 비판적으로 꼬집었다. 구글코리아 이재현 정책협력실장은 “구글 지도 서비스는 한국과 쿠바에서만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며 “일본 전자산업이 망가진 이유는 독자 표준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표준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 한국도 일본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의 진정한 경쟁력은 글로벌 수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사용자가 가장 중심이 돼야 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혁신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역시 인터넷에 대한 개별 규제들이 쌓여 전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과도한 규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국내 인터넷 산업, 사업자들 발복을 잡을 수 있는 규제들이 국제 표준에 맞춰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네이버 정민하 정책협력실장은 “알리페이, 텐센트가 들어오고 국내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규제 일변도가 유지되고 있다”며 “해외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에 들어올 때 규제 완화 논의를 한다면 이게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싶다”고 반문했다.
포털 3사들의 토론이 끝나자 권헌영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 아쉬움을 표했다. “논의의 방향이 국민들에게 함께 나아가자고 해야 하는데, 다시 우물 안으로 들어왔다”는 지적이었다. 기존과 달라진 것 없는 ‘우리만의 논의’가 됐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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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는 “구글은 인류 공통의 관심사인 표현의 자유 마케팅을 하고, 국내 토종 기업들은 여전히 애국심 마케팅을 하고 있다”면서 “왜 이 과정에서 고통 받는 네티즌을 중심에 두지 않는지, 왜 이들을 소외시키는 토론에만 머물러 있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부는 어떤 리더십을 가질 것인가를 따져 봐야 한다”며 “여유 있는 아버지처럼 자율적으로 자녀를 기를 수 있어야 한다. 자기의 권위를 내려놓고 같이 고민하자는 판을 짜는 것이 행정부의 역할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