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삼성 그룹 사장단 인사는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누워 있는 만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다. 변화보다 안정을 골자로 한 것인데, 첫 '이재용 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3세 경영 승계와 맞물려 방산과 화학 분야를 한화 그룹에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있는 중이어서 이번 인사는 그 어느 때보다 재계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3일은 인사 이후 삼성 그룹의 첫 사장단 회의가 열리는 날이어서 이 부회장에 대한 관심은 더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날도 많은 언론이 출근길을 막고 여러 현안을 질문했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삼성 그룹 경영 승계를 위해 광폭의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 12분께 서초사옥 로비에 모습을 나타냈다. 기자들의 여러 질문엔 살짝 웃으며 짧은 인사말 정도만 남겼다. 이는 언론에 노출될 때 이 부회장이 보인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인 만큼 밑으로는 광폭의 경영 행보를 하면서도 겉으로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오는 5일 진행될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도 직접 시상자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대신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시상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도 당분간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까닭은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이 아직 병석에 누워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다소 차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자칫 ‘아버지를 제치고 나선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삼성 측은 이와 관련 (이 회장이)차차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변동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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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금 전면에 나서기에는 그룹에 걸린 막중한 현안들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편법 증여 논란을 불러왔던 삼성SDS를 상장하고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는 점과 최근 그룹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 분야가 침체 상황이라는 점이 대표적인 현안이다. 전자는 도덕성 측면에서 후자는 경영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인구에 자꾸 회자될수록 좋을 게 없은 것들이다. 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과 향후 재추진 문제 등도 간단하지만은 않은 사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