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후계 구도와 맞물린 사업구조 재편이 정점을 찍은 것일까.
26일 삼성그룹이 비핵심계열사로 분류되는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사를 한화그룹 측에 매각하기로 것을 놓고 재계의 평가가 분주하다.
재계는 이번 두 회사간 빅딜이 그룹의 후계 구도를 진행 중인 삼성의 사업재편과 방산·화학을 중심으로 핵심역량을 강화하려는 한화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삼성의 전자, 금융, 건설 등 주력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사업재편, 경쟁력 재건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삼성과 한화 양 그룹의 이날 사업 주고받기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그룹간의 대형 매각, 인수 사례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이날 1조9천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을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에 분할해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테크윈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25.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이 삼성테크윈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삼성종합화학의 주주사는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등이다.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한화에 삼성종합화학 지분 일부만을 매각하고 18%를 남겨 한화그룹과의 협력을 유지할 방침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분을 전량 매각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삼성테크윈 지분 매각규모는 6천610억원, 삼성종합화학은 1천억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액은 조정과정에서 일부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조정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매각대금은 자산 효율화를 통해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신규사업 투자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 등에서는 자사주 매입 등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는데 매각 자금을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삼성그룹 지난해 말부터 사업구조 재편 속도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은 올해 들어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말 삼성SDS, SNS 합병, 옛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양수, 웰스토리 분사 이후 분할 합병 등의 시도를 한 삼성그룹의 재편 속도가 올해 들어 더욱 빨라졌다.
삼성그룹은 올해 초부터 대형 매각건 등 굵직한 현안을 연달아 풀어냈다. 지난 1월과 3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지분을 코닝에 매각했고, 삼성전자는 ODD 사업을 하던 던 TSST(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로지)를 매각했다. 삼성테크윈은 반도체부품 사업을 MDS(마이크로 디바이스 솔루션)에 매각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지분 정리도 올해 일단락됐다. 삼성생명, 삼성카드의 화재 지분을 인수하고 삼성증권은 삼성선물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의 지분을 취득했다.
금융지분 정리와 화학사업 재편도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은 이번 매각 이전인 지난 6월 합병을 발표했다. 지난 7월에는 삼성SDI가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합병하기도 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들의 상장도 본격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14일 삼성SDS가 상장을 했고 다음달에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삼성그룹의 사업재편과 함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도 점차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한화그룹과의 빅딜은 한화가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삼성그룹의 계열사 4개를 분리해 통으로 매각하는 큰 규모의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승인과정이 있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재용, 전자-금융 뚜렷…이부진, 중화학 승계설 빗나가
삼성그룹의 방산, 화학산업이 한화그룹으로 넘어가면서 삼성그룹 3세의 승계구도도 주목된다. 앞서 업계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 금융 등 핵심계열사를 가져가고 중화학 계열은 이부진 사장이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그룹이 화학사업을 한화로 떼어내면서 예상은 빗나갔다.
이부진 사장은 총수 일가 중 유일하게 삼성종합화학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사장의 이같은 지분율은 삼성그룹의 화학사업을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 지분은 계열사 지분 정리와 함께 매각될 전망이다. 이부진 사장 외 삼성종합화학의 오너일가 지분은 이건희 회장 0.97% 뿐이다.
따라서 이부진 사장은 호텔과 상사, 유통·레저를 중심으로,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사장은 패션사업과 광고·미디어 사업(제일기획)을 중심으로 한 승계 구도 윤곽이 뚜렷해 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한편 이들 핵심사업은 이재용 부회장이 대부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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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은 병석에 누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최근 대외 행보도 활발하다.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정부 핵심 인사, IT 업계 CEO를 잇따라 만나며 삼성그룹의 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제일모직 지분율도 25.1%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