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병석에 누운 이건희 회장의 부재 속에 안정 위주의 인사를 택하면서 오너 일가의 승진도 차후로 미뤄지게 됐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6개월 이상 투병 중인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승진에 대한 논의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부재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업재편이 숨가쁘게 진행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은 1일 사장 승진 3명, 대표 부사장 승진 1명, 이동 및 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11명 규모의 201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내정, 발표했다.
최근 4년간 사장단 인사 규모가 16∼18명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축소된 인사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등 총수 일가 역시 승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예년보다 조촐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의 부재 속에서 지난 5월부터 대내외적으로 그룹 운영을 총괄해왔던 이 부회장의 경우 회장 승진설이 나왔지만, 경영공백 상태에서 회장 승진은 시기상조라는데에 무게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는 이날 인사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결정된 바 없다면서 이건희 회장 와병 중에 이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점쳐졌던 이부진 사장도 이번 승진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사장의 경우 호텔신라 등 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최근 2년간 부회장 승진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승진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막내인 이서현 사장의 경우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아 승진 가능성은 낮았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이서현 사장의 남편이자 이건희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이동했다.
제일기획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에서 이서현 사장이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사로 남편인 김재열 사장이 경영진에 합류하면서 이같은 예측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이번 인사로 제일기획 사장은 임대기·이서현·김재열 사장 등 총 3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이부진 사장과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의 거취는 이번 인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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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브리핑에서 이준 팀장은 임 부사장의 거취에 대해 오늘은 사장단 인사라며 임원 인사는 추후에 발표할 계획이라며 말을 아꼈다.
삼성은 부사장·전무·상무급 후속 임원 인사를 금주 내에 계열사별로 마무리해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