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치의 돌연사를 바라게 되는 이유

[리뷰]‘살아남아라! 개복치’

일반입력 :2014/11/30 10:43    수정: 2014/11/30 17:03

박소연 기자

최근 모바일 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가 화제다. 개복치를 성체가 될 때까지 키우면 되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이용자들의 관심을 집중 시키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별다른 마케팅도 없이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살아남아라! 개복치’. 도대체 이 게임의 어떤 매력이 이처럼 뜨거운 호응을 낳은 건지 기자가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게임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먹이 먹기와 모험하기가 이 게임의 전부다. 이 둘을 진행하는 방식도 별다를 게 없다. 먹이 먹기는 둥둥 떠다니는 먹이를 터치하기만 하면 되고, 모험하기 역시 진행할지 말지만 선택하면 된다. 변수가 하나 있다면 개복치가 아주 잘 죽는다는 것. 개복치의 실체를 게임 내에도 충실히 반영한 탓이다.

실제로 개복치는 매우 예민해서 작은 상처나 수질 변화에도 스트레스를 받아 돌연사하곤 한다. 때문에 한 번에 3억 개 정도의 알을 낳지만 성체로 자라는 건 그 중 한두 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평균 몸길이 약 4m에 최대 무게 2천kg에 달하는 거대함과 어울리지 않는 연약함이다.

게임 내에서도 개복치는 물이 차가워서, 새우 껍질이 목에 걸려서, 수중 거품이 눈에 들어가서 등과 같은 허무맹랑한 이유들로 돌연사를 맞이한다. 다행인 건 돌연사 당시 개복치의 크기에 따라 포인트가 적립된다는 것인데 이쯤 되면 게임의 목적이 변질된다.

개복치를 더 수월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개복치를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개복치가 죽을 때마다 적립되는 포인트로 새로운 모험이나 먹이를 구입할 수 있어서다.

개복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할 일이 딱히 없다는 것도 게임 목적을 바꾸는 데 한 몫 한다. 개복치가 돌연사 할 경우 내가 개복치를 죽인 것이 되지만 개복치가 계속 살아남을 경우 내가 한 게 아무것도 없는 것. 뭔가를 했다는 게 중요한 이용자 입장에서는 개복치의 돌연사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는 너무 잘 죽어 짜증나던 개복치가 나중에는 너무 안 죽어 짜증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개복치의 돌연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는 먹이만 먹어도 목에 걸렸다며 돌연사 하던 개복치가 나중에는 온갖 모험을 다 해도 살아남는다. 자연히 이용자는 개복치의 생존보다는 돌연사를 바라게 되고 어떻게 하면 개복치를 죽일 수 있을지 연구하게 된다.때문에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20여 가지가 되는 개복치 돌연사 케이스를 모으기 위해 게임을 진행한다. 덕분에 온라인상에는 개복치를 죽일 수 있는 방법들이 치트키처럼 떠돈다. 핸드폰을 흔들어 수중거품을 만들거나 사진을 많이 찍어 플래시로 눈을 아프게 하라는 식이다.

다만 이 같은 게임 진행에는 금방 지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개복치의 성체가 너무 큰 것도 문제다. 30일 현재 기자의 개복치는 개복치의 왕 상태로 체중이 1천255.6kg이나 나가지만 완성도는 66%에 불과하다. 대체 얼마나 더 키워야 100%에 도달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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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게임을 진행하는 이유는 돌연사 도감을 다 완성시키고 말겠다는 오기 때문. 아직 22개의 돌연사 케이스 중 40% 밖에 채우지 못했으니 갈 길이 멀다. 도감을 다 채우면 그 땐 개복치의 생존을 바랄 수 있을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심심할 때 잠깐 잠깐 할 게임을 찾는 다면 ‘살아남아라! 개복치’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특히 어린 자녀들과 마땅히 할 얘기가 없는 부모세대에게 이 게임을 추천한다. 오징어를 너무 많이 먹였더니 개복치가 돌연사 했다며 자녀에게 말을 거는 순간 집안 공기가 달라질 수 있다.